다른 사람과 대화 전하는 ‘전문진술’ 원칙적으로 증거 배제
작성일 : 2023-02-09 18:32 작성자 : 우세윤 (dmaa77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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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장동 일당’에게서 아들 퇴직금 등의 명목으로 거액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곽상도 전 국회의원이 8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곽상도 전 국회의원의 아들이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에서 퇴직금과 성과급 조로 50억 원을 챙겨간 데 대해 뇌물죄가 인정되지 않아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곽 전 의원 아들이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에게 돈을 요구한 정황이 담인 녹음 파일이 증거물로 인정되지 않았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적으로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전달된 ‘전문(轉聞)진술’은 증거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준철 부장판사)는 전날 곽 전 의원의 뇌물 혐의에 대해 무죄 선고를 내린 데 관해 검찰 측이 제출한 증거에 효력(증거능력)이 있는지 판단하고 근거를 설명하는 데 약 40쪽을 할애했다.
이 중에는 회계사 정영학 씨가 2012년부터 김만배 씨 등과 나눈 대화를 녹음한 파일 중 곽 전 의원이 김 씨에게 뇌물을 요구한 정황이 담긴 육성 녹음이 증거로 제출됐음에도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은 이유도 담겼다.
2020년 4월 4일 녹음된 해당 파일에서 김 씨는 정 씨에게 "병채 아버지(곽상도)는 돈 달라 하지, 병채 통해서. 며칠 전에도 2,000만 원"이라고 말한다.
이어 "그래서 '뭘? 아버지가 뭐 달라냐"' 그러니까 '아버지한테 주기로 했던 돈 어떻게 하실건지' 그래서 '야 인마, 한거번에 주면 어떻게 해? 그러면 양 전무보다 많으니까 한 서너 차례 잘라서 너를 통해서 줘야지 그렇게 주면 되나"라고 말한다.
녹음된 내용은 김 씨가 곽 전 의원의 아들 곽병채 씨와 나는 대화를 정 씨에게 전한 것이다. 이 대화 내용이 사실이라면 곽 전 의원은 아들을 통해 김 씨에게 돈을 요구한 것이다.
재판부는 이 녹음 파일이 ' 김 씨가 정 씨에게 이렇게 말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증거로만 효력이 있을 뿐, '김 씨가 곽 전 의원에게 돈을 주기로 약속했다'거나 '곽 전 의원이 아들을 통해 돈을 요구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증거로 쓰일 순 없다고 판단했다. 이같이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전달된 전문진술은 증거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형사소송법은 전문진술을 증거로 인정하려면 원진술자가 사망·질병·외국거주·소재불명 또는 이에 준하는 사유로 진술할 수 없고 전문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이뤄진 것이 증명돼야 한다고 정한다.
재판부는 "피고인 김만배의 (녹음 파일 속) 진술은 피고인이 아닌 자인 곽병채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진술로 전문진술"이라며 "그런데 곽병채는 공판에 출석해 증언했으므로 전문진술을 증거로 인정할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곽병채 씨가 직접 법정에 나와 아버지인 곽 전 의원이 돈을 요구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만큼 그의 말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한 김 씨의 말을 증거로 삼을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재판부는 2019년 12월부터 2021년 1월까지 정 씨의 녹음파일 가운데 전문증거가 아닌 원진술에 해당하는 내용은 대부분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앞서 재판부는 전날 "곽병채(아들)가 화천대유에서 받은 돈과 이익을 곽상도가 직접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할 수 없다"며 곽병채 씨가 화천대유에서 퇴직금과 성과급 조로 받은 50 억원에 뇌물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일단 "화천대유가 곽병채에게 지급하기로 한 50억 원의 성과급 금액이 사회 통념상 이례적으로 과다하다"며 "곽병채가 곽상도의 사자 또는 대리인으로서 뇌물을 수수한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드는 사정들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곽상도는 성인으로 결혼해 독립적인 생계를 유지해온 곽병채에 대한 법률상 부양 의무를 부담하지 않고 있다"며 "곽병채가 화천대유에서 법인카드, 법인차, 사택을 받거나 5억 원을 빌렸다 해서 곽상도가 지출할 비용을 면했다고 보기도 어렵다"면서 곽병채 씨가 곽 전 의원에게서 경제적으로 독립했기 때문에 곽 전 의원이 돈을 직접 받았다고 평가할 수 없고 대가성이 있다고 보기는 이유를 들어 뇌물죄를 인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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