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3-05-16 18:56 작성자 : 신준호 (shinister010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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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쿠시마 오염수 저장탱크 (CG) [사진=연합뉴스TV] |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 국민 사이에서는 불안감과 긴장이 감돌고 있다. 특히 몇몇 전문가가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거른 오염수가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전문가들은 오염수 방류가 섣부른 판단이라며 경고의 목소리를 내고 있어 혼란은 더욱 가중되는 상황이다.
이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처리 문제는 언론에서도 여러 차례 다뤄 왔고 언론마다 다른 논조의 팩트체크를 제시해왔다. 이에 우리 국민으로서는 과연 일본 오염수 방류가 안전한지 아닌지를 판단할 명확한 기준을 세우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ALPS를 활용해 오염수를 처리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오염수 안에 방사성 물질이 너무 많으면 방사성 물질을 거를 수 없고, 일본의 오염수 처리 과정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어 신뢰하기 어렵다. 또 ALPS로 처리를 한 오염수에 남은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의 안전성에 대해서도 아직까지 정확히 밝혀진 바가 없다.
결국 이 논란은 일본에서 ALPS로 오염수를 처리하는 과정을 전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지, 또 오염수로 배출하는 삼중수소가 과연 안전한지의 문제로 귀결된다.
◆ 삼중수소 안전성은?
우선 오염수에는 세슘-134, 세슘-137, 스트론튬 등 64종의 방사성 핵종 물질이 있다. ALPS는 오염수 중에 있는 세슘 등 62개의 핵종을 제거할 수 있지만, 삼중수소(H3)와 탄소-14는 거르지 못한다.
삼중수소는 자연계에도 존재하는 방사성 물질로, 빗물이나 강, 바다 등에도 존재하고 있다. 삼중수소는 수소의 한 형태이기 때문에 물과 함께 소변으로 배출된다. 체내에 들어온 삼중수소는 10여 일의 유효반감기를 거친 뒤 제거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쿄전력에 따르면 일본이 방출할 연간 삼중수소 규모와 향후 30년 연간 22TBq(테라베크렐) 이하의 삼중수소를 배출할 예정이다. 1TBq은 1조 Bq(베크렐)이다. 이 계획대로라면 일본이 방출할 삼중수소 총량은 태평양 희석 시 자연계 비율을 넘지 않는다.
우리가 통상 맞는 빗물 속 삼중수소는 1ℓ당 1Bq 수준이며, 바닷물 속 삼중수소는 1ℓ당 0.01Bq 수준이다. 태평양 바다에 흘러 들어간 후쿠시마발 삼중수소는 이 수치에 거의 영향을 주지 못하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또한 한국수력원자력이 발표한 2021년 7월~2022년 6월 사이 고리·새울·월성·한빛·한울 원전의 바다 방출 삼중수소량을 더하면 우리나라도 연간 약 157TBq의 삼중수소를 방출하고 있다. 특히 프랑스는 연간 1년에 1,500TBq 정도의 삼중수소를 배출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삼중수소 자체가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니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삼중수소는 유기물질과 결합하면서 유기결합삼중수소(OBT)를 생성하는데, 그간 OBT가 인체에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는 우려가 나온 바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OBT가 어떤 위험성을 가졌는지 판단할 정확한 근거는 없어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후쿠시마 오염수 정화와 방류 과정을 검토하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검증단은 일단 OBT가 전체 방사선량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미미하다(minor contributor)’고 평가하면서도 도쿄전력에 OBT 형성의 불확실성과 관련 선량에 대한 추가 설명을 제안한 바 있다.
◆ 오염수 내 방사성 물질 여과 가능 여부
또 다른 문제는 오염수 내 방사성 물질이 너무 많으면 ALPS로도 제대로 거를 수 없다는 것이다. 일본은 이러한 지적에 대해 오염수 샘플을 채취해 ALPS로 걸렀을 때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지만 특정 탱크에 얼마나 많은 방사성 물질이 있는지 가늠하는 것은 쉽지 않다.
샘플링 조사만으로 오염수 탱크의 안전을 확언하기는 어렵고, 일반적인 원전 오염수가 아닌 사고 원전에서 발생한 오염수라는 점도 불안 요소다. 실제로 2020년 9월 일본 마이니치 신문은 ALPS로 처리한 오염수 가운데 기준치의 100배에서 2만 배에 달하는 것이 전체의 6%, 기준치를 넘긴 것이 70%에 달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에 일본은 ALPS로 처리한 오염수를 여러 개 섞어 농도를 비슷하게 맞추고 이를 기준으로 다시 방사성 물질을 측정해 기준치를 넘지 않은 경우에만 배출하겠다는 자구책을 내놓았다. 특정 탱크에 과도한 방사성 물질이 있어서 ALPS로 제대로 여과가 되지 않는다면 다른 탱크와 섰어 농도를 낮추는 방식으로 오염수를 ‘균질화’하겠다는 것이다.
오염수 방류의 관건은 이 오염수의 균질화가 얼마나 잘 이뤄줬는가에 달려 있다. IAEA 검증단은 해당 과정을 조사한 내용을 지난달 4차 보고서에 담았는데 일단 ‘만족’(was content)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다만 당장 IAEA가 만족했다고 해도 앞으로도 이러한 결과가 유지될 것이라는 기술적 확신이 있어야만 한다.
◆ 일본의 오염수 배출 과정 신뢰할 수 있나?
그간 일본 정부의 태도를 고려하면 오염수 배출 과정을 무조건 신뢰하기는 어렵다.
일본 정부는 ALPS가 방사성 핵종을 제거할 수 있다고 홍보해왔으나 2018년 교도 통신 보도로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다. 주한일본대사관이 공개한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 원전 ALPS 처리수 현황’(2020) 보고서에 따르면 원전 탱크에 저장된 오염수의 약 70%는 해양 방류를 위한 규제 기준치를 충족하지 못한다.
이에 더해 일본은 지금까지 오염수가 해양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지 않고 있다. 일본은 사고 당시 방류한 삼중수소의 총량에 대해 밝히지 않고 있고 후쿠시마 원전 내 오염수 속 핵종의 종류도 대부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일본이 분석한 핵종은 오염수 내 64개 핵종 중 9개에 불과하며, 그 데이터 역시 불안정하다.
원자력 발전소를 운용하는 모든 국가는 오염수를 정화해 내보내고 있지만 사고 원전에서 오염수를 방류하는 것은 이번이 첫 사례다. 또한 엄청난 양의 오염수를 방류하는 일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따라서 일본 정부는 책임감을 갖고 더 적극적으로 정보를 공개해야 하며, 우리 정부 역시 국민의 안전을 위해 조금 더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엄밀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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