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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공단, 담배회사 상대 500억대 흡연피해 소송 2심서도 패소…"불법행위 입증 안 돼"

소송 제기 12년 만에 항소심도 기각…역학적 상관관계와 개별 인과관계는 별개 판단

작성일 : 2026-01-15 17:28 수정일 : 2026-03-25 15:14 작성자 : 신준호 (shinister0107@gmail.com)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주요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제기한 대규모 손해배상 청구 소송 2심 패소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KT&G 등 담배회사들에 흡연 관련 진료비 손해를 물어내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2심도 패소했다. 2014년 소송을 처음 제기한 지 12년 만에 항소심 판결이 나왔지만 1심과 결론이 같았다.

 

서울고법 민사6-1부는 1월 15일 건보공단이 KT&G, 한국필립모리스, BAT코리아를 상대로 낸 533억원 규모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를 선고했다. 공단은 30년 이상, 하루 한 갑씩 20년 이상 담배를 피운 뒤 폐암·후두암 판정을 받은 환자 3,465명에게 지급한 진료비를 돌려받겠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가 패소 근거로 내세운 핵심 논리는 담배회사의 불법행위 자체가 증명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설계상 결함(대체 설계 미채택)과 표시상 결함(위험성·의존성 고지 불충분)에 관한 공단 측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천공필터가 오히려 니코틴·타르 저감을 위해 채택된 설계 방식이라는 점, 해외 대비 경고문구 수준이 낮지 않다는 점, 흡연 의존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이미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흡연과 폐암 사이의 역학적 상관관계는 인정하면서도, 이것이 개별 환자에 대한 인과관계 증명으로 직결되지는 않는다고도 명확히 선을 그었다. 재판부는 특정 개인이 오랜 기간 담배를 피웠고 폐암에 걸렸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흡연이 해당 암의 원인이라는 개연성이 입증됐다고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를 인용했다. 흡연 시기와 기간, 발병 전 건강 상태, 생활습관, 가족력 등 다양한 변수를 종합해야 개별 인과관계를 따져볼 수 있다는 것이다.

 

공단은 공해소송처럼 입증책임을 피고 측으로 전환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담배 제조를 유해물질 전달행위로 보기 어렵고, 흡연자 본인의 구매와 흡연 행위가 개입된다는 점에서 공해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판단했다. 고엽제에 적용되는 '고도의 위험방지 의무' 법리도 담배에는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고 했다.

 

다만 재판부는 3,000여 명의 개별 건강검진 자료와 각종 학술 연구를 꼼꼼히 제출한 공단 측의 노력에 대해 "관계자들의 열정에 진심으로 경의를 표한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흡연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과 대처는 시대에 따라 계속 변화하고 있으며, 그에 맞는 새로운 정책과 기준이 마련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정기석 건보공단 이사장은 선고 직후 "실망스럽고 아쉬운 결과지만, 언젠가는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며 상고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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