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기반 다층 조직·6개국 밀수 루트 구축…22일까지 구속기소 방침
작성일 : 2026-04-03 17:05 작성자 : 신준호 (shinister010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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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약왕' 박왕열이 지난달 27일 오전 경기도 의정부시 가능동 의정부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위해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필리핀에서 송환된 '마약왕' 박왕열(이하 박씨)에 대한 수사가 검찰·경찰을 넘어 8개 국가기관이 참여하는 마약범죄 정부합동수사본부(마약합수본) 체제로 전환됐다. 경기북부경찰청이 3일 오전 박씨를 구속 송치하자마자 마약합수본이 곧바로 사건을 이송받아 전면 수사에 착수한 것이다.
경찰이 이번 송치에서 특정한 범죄 규모는 총 131억원 상당. 박씨가 2019년 11월부터 2024년 8월까지 밀수·유통하려다 적발된 마약류는 필로폰 12.7kg을 포함해 17.7kg(시가 63억원)이며, 이미 판매한 것으로 추정되는 수익금 68억원을 더해 산출한 수치다. 검거를 피한 유통량까지 감안하면 실제 규모는 이를 웃돌 가능성이 높다.
박씨의 범죄 조직은 체계적이고 정교했다. 2016년 필리핀 사탕수수밭에서 한국인 3명을 살해하고 복역하던 그는 2019년 탈옥 후 교도소에서 알게 된 '사라김'으로부터 마약 유통 기초를 익혔다. 이후 텔레그램 채널 '전세계'를 최상위 플랫폼으로 삼고, '그레이스엔젤', '아이스시', '하와이', '바티칸킹덤' 등 하위 판매 채널을 거느리는 다층 구조를 구축했다. 마약은 특정 장소에 숨겨두고 좌표를 전달하는 이른바 '던지기' 수법으로 거래했다.
국경을 넘는 밀수 루트도 치밀하게 설계됐다. 필리핀·멕시코·베트남 등을 경유해 총 6차례에 걸쳐 12.3kg의 마약을 국내로 반입했다. 일부 구간에서는 지적장애인을 운반책으로 동원했다는 점에서 범행의 잔혹성이 도드라진다.
국내에는 교도소 동기인 '청담'을 판매 총책으로 앉히고, 중간 판매책 11명, 계좌 관리 조직원 4명, 가상자산 출납 관리 업체까지 포섭해 전방위 범죄 인프라를 구성했다. 자금 결제는 초기 대포통장 계좌이체에서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으로 진화했다. 경찰이 파악한 가상자산 거래만 547건·57.5BTC(약 58억5천만원)에 달하며, 추가 의심 거래 94.6BTC에 대한 분석도 진행 중이다.
조직 검거망이 좁혀오자 박씨는 2024년부터 기존 조직원과의 관계를 끊고 외조카로 알려진 '흰수염고래'를 통해 마약 반입 루트를 재편했다. 흰수염고래는 현재 필리핀 구치소에 수감 중이며 한국 경찰의 수배 대상이기도 하다.
경찰이 현재까지 검거한 인원은 판매책 29명, 공급책 10명, 밀반입책 2명, 자금관리책 1명 등 조직원 42명에 단순 매수자 194명을 더해 총 236명이다. 이 중 42명이 구속 상태다.
마약합수본은 앞으로 20일 안에 추가 범행을 규명해 이달 22일까지 박씨를 구속 기소할 방침이다. 검찰·경찰에 더해 관세청·해양경찰·서울시·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국정원·금융정보분석원 등 8개 기관의 역량을 집중시키는 체계다. 박씨는 필리핀 정부로부터 최대 10개월의 임시인도 기간을 부여받은 상태이며, 필요시 연장 요청도 검토 중이다.
박씨는 국내 송환 이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에서 모발 전체에 걸쳐 필로폰 양성 반응이 확인됐다. 그 자신도 필리핀 교도소 안에서 월 1~2회 투약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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