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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만의 무죄…납북어부 간첩 조작 사건, 법정서 역사 바로잡다

75세 신지우씨, 25세 때 받은 억울한 유죄 판결 반세기 만에 뒤집어

작성일 : 2026-04-08 17:50 작성자 : 김수희 (battie009@nate.com)

광주지법 순천지원 [연합뉴스TV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5살 청년이 간첩으로 몰렸다. 50년이 지나 그가 75세가 됐을 때, 법원은 뒤늦게 말했다. "우리도 잘못했다."

 

광주지법 순천지원 형사1부(김용규 부장판사)는 지난 7일 반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던 신지우(75)씨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납북어부 간첩 조작 사건에 연루돼 반세기 동안 전과자로 살아온 그가 마침내 누명을 벗은 것이다.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사법부의 역사적 과오를 정면으로 인정했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 군사법기관에 의해 진행된 사건"이라며 "재판 과정에서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는 피고인의 믿음과 호소에 국가는 제대로 귀 기울여 응답하지 않았고, 사법부 일원인 법원 역시 비판과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재심 대상 판결 이후 50년 세월이 흘렀고 당시 25세 청년이었던 피고인은 어느덧 70대 중반이 됐다"며 "많이 늦었지만, 이 판결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고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검찰 역시 재심 과정에서 공소사실 입증을 포기하고 무죄를 구형했다.

 

사건의 발단은 단순했다. 당시 방위병이던 신씨는 납북됐다가 귀환한 어부 신명구(74)씨로부터 북한을 찬양하는 발언을 들었다는 이유로 '불고지죄'가 적용됐다. 들은 사실을 수사기관에 신고하지 않았다는 것이 전부였다.

 

신씨는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지만 폭행 등 가혹 행위 끝에 허위 자백을 강요받았고, 1976년 12월 군법회의에서 징역 6개월에 자격정지 6개월을 선고받았다. 찬양 발언의 당사자로 지목된 신명구씨는 지난해 4월 재심에서 먼저 무죄를 받았다.

 

이 사건으로 처벌받은 사람은 신지우씨 혼자가 아니었다. 신명구씨의 발언을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무려 28명이 줄줄이 기소됐다. 현재까지 재심 무죄 판결을 받은 것은 2명에 불과하고, 2명은 재심 절차를 진행 중이다. 나머지 대다수는 고령이거나 이미 세상을 떠난 상태다.

 

사건을 변호한 최정규 변호사는 "신명구씨가 지난해 재심 무죄 선고 직후에 '나만 무죄받으면 뭐하겠느냐'며 자기 때문에 억울한 처벌을 받은 사람들도 무죄 선고를 받도록 해달라는 취지로 검찰에 진정서를 내기도 했다"며 "피고인이나 유족 등의 오랜 고통을 고려해 검찰이 대상자들을 직접 찾아 재심을 청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광주지검 순천지청은 지난해 6월 동해상에서 조업 중 납북됐다가 귀환한 뒤 반공법 위반죄로 처벌받은 '탁성호' 선원 22명에 대해 검찰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한 바 있어, 이번 사건에도 같은 방식의 적극적 구제가 이뤄져야 한다는 요구가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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