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조사 결과도 공개…고의성 입증 못 해, 결재 과정 '무검증 패싱' 확인
작성일 : 2026-05-26 17:47 작성자 : 우세윤 (dmaa77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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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26일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 호텔에서 스타벅스의 '탱크데이' 논란과 관련해 사과문 발표를 위해 단상에 오르며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탱크데이' 논란이 발생한 지 8일 만에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직접 카메라 앞에 섰다.
정 회장은 26일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18 민주화운동 유가족, 박종철 열사 유가족, 광주 시민, 국민을 향해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죄드리며 여러분의 용서를 구한다"고 밝혔다. 약 5분간 사과문을 낭독하는 동안 세 차례 허리를 굽혔다. 2024년 회장 취임 후 직접 대국민 사과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 회장은 "이유가 무엇이든 국민 여러분 마음에 상처를 드린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다"며 "어떠한 변명도 하지 않겠다.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 직원들을 향해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최선을 다하는 성실한 직장인들"이라며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달라고 호소했다. 지난 19일 대국민 사과문 발표에 이은 두 번째 사과다.
정 회장 퇴장 후 이어진 진상조사 결과 발표에서는 불편한 민낯이 드러났다. 전상진 신세계그룹 부사장은 "고의성을 입증할 명확한 근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탱크데이', '책상에 탁' 문구가 팀장·담당·본부장·대표이사의 결재를 거치는 동안 단 한 명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으며, 첨부파일을 열어보지도 않고 결재를 승인한 사례까지 확인됐다.
다만 기획팀 5명 가운데 3명은 사생활을 이유로 휴대전화 제출을 거부했다. '탱크데이'라는 명칭을 직접 제안한 직원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 부사장은 "실무 과실을 넘어 사회적·역사적 민감성이 조직 전체에서 부재했음이 드러났다"며 "마케팅 검증과 리스크 관리 체계에 심각한 결함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신세계그룹은 문제의 행사가 4월 13일부터 기획됐으며, 매출 효과를 위해 주 초반인 월요일로 날짜를 잡는 과정에서 5월 18일이 선택됐다고 밝혔다. 또 '책상에 탁' 문구는 기존 이벤트의 운율을 참고한 것으로, 생성형 AI에서 추천받은 표현도 일부 활용됐다고 설명했다. 탱크 텀블러 제품명은 대만 제조사가 '물탱크'에서 착안했고, 503㎖는 17온스를 환산한 수치로 2023년부터 여러 국가에서 동일하게 판매 중이라고 해명했다.
정 회장이 직접 진화에 나선 배경에는 사태가 신세계그룹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짙게 깔려 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3조2천억원, 영업이익 1천730억원을 올린 그룹의 핵심 수익원이다. 이마트가 지분(67.5%)을 통해 거둬들이는 배당금만 연간 716억원에 달하며, 신세계푸드·신세계아이앤씨 등과의 내부 거래도 2천억원대를 웃돈다. 전 부사장은 "매출을 따질 상황은 아니지만 굉장히 많은 감소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광주 리스크도 변수다. 신세계그룹은 현재 광천터미널 복합화 사업과 그랜드 스타필드 광주 조성사업 등 4조원 규모의 대형 개발 사업을 광주에서 추진 중이다. 인허가 과정과 향후 영업에 미칠 지역 여론이 직결되는 사안이다.
미국 스타벅스 본사의 콜옵션 조항도 잠재 리스크로 거론된다. 이마트 귀책으로 라이선스 계약이 해지될 경우 본사가 이마트 보유 지분 전량을 35% 할인된 가격에 매수할 수 있는 구조다. 다만 전 부사장은 "현 상황이 콜옵션 발동 요건에 해당하지 않으며 본사와 이 문제를 논의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정 회장의 사과와는 별개로 고의성 여부는 자체 조사의 한계로 결론을 내지 못해, 경찰 수사 결과가 불매운동 지속 여부를 가를 최종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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