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개 투표소 용지 동나…오세훈 당선 확정 후에도 시위대 "선거 무효"
작성일 : 2026-06-04 17:36 작성자 : 우세윤 (dmaa77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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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범진 서울시선관위 사무처장이 4일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로 들어가려다 투표함 반출을 막는 시민들의 제지를 받고 있다. 이 투표소에서는 전날 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 시간이 오후 10시까지 연장됐고, 투표함이 개표소로 옮겨지지 못했다. [사진=연합뉴스] |
6·3 지방선거가 투표용지 부족이라는 전례 없는 관리 부실로 얼룩졌다. 일부 투표소에서 용지가 동나 유권자들의 투표가 지연된 데 이어,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에서는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시위대가 투표함 이송을 가로막으면서 이틀째 개표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본투표일인 3일 서울 송파 잠실 일대 12곳을 비롯해 강남구 1곳, 광진구 1곳 등 최소 14개 투표소에서 용지 부족 사태가 빚어졌다. 국민의힘은 자체 집계로 서울·인천·경기 등 17곳에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송파구의 경우 유권자 규모의 절반에 해당하는 용지만 준비된 것이 발단이었다.
선관위는 용지를 긴급 이송하고 대기 유권자의 투표를 보장하겠다고 했으나 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잠실7동 제2투표소는 대기표를 받은 유권자에 한해 마감 시각을 오후 6시에서 10시로 늦췄다. 이 과정에서 소식을 접한 시민과 유튜버들이 몰리며 항의 집회로 번졌고, 투표함 반출을 둘러싼 대치까지 이어지면서 자정이 임박해서야 잠정 최종 투표율(61%)이 발표됐다.
서울시장을 비롯한 주요 선거 결과가 사실상 확정된 뒤에도 잠실7동 현장의 긴장은 풀리지 않았다. 4일 정오 기준 보수 성향 시민과 유튜버 등 약 350명(경찰 비공식 추산)이 우성아파트 경로당 투표소 입구를 에워싼 채 농성을 이어갔다. 새벽 300여 명에서 오전 한때 170명까지 줄었던 인원은 시간이 갈수록 다시 불어났다. 이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개표 중단", "선거 무효", "선관위 해체"를 외쳤다.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의 당선이 확정된 뒤에도 분위기는 그대로였다. 한 보수 유튜버는 "당선됐다고 잘못된 선거를 받아들여야 하는 건 아니다. 핵심은 부정선거"라며 투표함을 증거로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장을 다시 찾은 자유와혁신 황교안 대표는 "용지가 부족해 국민이 투표하지 못한 사례는 외국에서도 찾기 어렵다"며 재선거를 요구했다.
김범진 서울시선관위 사무처장이 직접 나서 "개표 결과가 확정돼야 당선인을 정하고 법적 절차도 밟을 수 있다"고 설득했지만 구호에 묻혀 발언을 잇지 못했다. 그가 자리를 뜨는 과정에서 일부 참가자가 몸을 밀치며 항의해 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내부에 갇힌 선관위 직원과 참관인 13명은 식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관할 인력과 기동대 등 470여 명을 인근에 배치하고 충돌에 대비해 대기 중이다.
여야는 선관위를 한목소리로 비판하면서도 서울 선거에 미칠 파장을 놓고 정면충돌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상임선대위원장은 "서울의 투표 공정성이 깨졌다"며 즉각적인 개표 중단과 서울시 재선거를 요구했다. 신동욱 수석최고위원 등 지도부는 심야에 중앙선관위 청사를 항의 방문했다. 장 대표는 선거 무효 소송 추진 방침까지 밝혔고, 당내에서는 참정권 침해를 근거로 한 헌법소원도 거론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책임 추궁을 예고하면서도 재선거 요구는 일축했다. 조승래 총괄선대본부장은 "서울 시민의 뜻에 불복하는 행태로 일고의 가치도 없다"면서 "부실한 선거 관리에는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청와대도 처음엔 "선관위가 대응할 문제"라고만 했다가, 이후 "투표권 행사와 개표 관리에 차질이 없도록 책임 있는 조치를 하라"며 엄정 주시 입장을 냈다.
선관위는 거듭 고개를 숙였다. 허철훈 사무총장이 3일 밤 사과했고, 4일 0시에는 긴급 위원회를 열어 수습책을 논의했다. 이날 선관위는 외부 전문가 중심의 진상규명위원회를 설치해 원인과 책임을 규명하겠다고 발표하며 "참정권 행사에 혼란과 불편을 드린 점을 거듭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런 부실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2022년 대선 당시 확진자 사전투표 용지를 소쿠리·쇼핑백에 담은 '소쿠리 투표' 논란, 지난해 조기 대선 때 신촌 사전투표소의 용지 관리 문제가 잇따랐다. 정치권에서는 관리 실패가 반복될수록 선거 불복 심리와 부정선거 음모론에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선관위는 잠실7동 투표함 이송이 가능해지는 대로 송파구 개표소로 옮겨 참관인 입회 하에 개표하고 당선인을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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