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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악 선관위원장 사퇴…투표용지 부족 사태 책임지고 물러난다

"국민 신뢰 훼손, 무한 책임감"…사무총장도 동반 사의, 외부 진상규명위 가동

작성일 : 2026-06-05 17:38 작성자 : 우세윤 (dmaa778@naver.com)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5일 경기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하며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후폭풍이 결국 수장의 사퇴로 이어졌다.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5일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노 위원장은 이날 오후 과천청사에서 대국민 사과에 나서 "모든 사태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위원장직 사퇴 의사를 공식화했다. 허철훈 사무총장도 사무처 수장으로서 책임을 지겠다며 함께 사의를 표명했다.

 

노 위원장은 "지방자치를 향한 국민의 높은 관심과 적극적인 투표 참여를 용지 부족 사태로 손상시켰다"며 "선거 관리에 대한 신뢰까지 무너뜨려 선거 과정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번진 상황에 참담함과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국회 국정조사 등 선관위의 책임을 확인하는 모든 절차에 성실히 임하고, 결과에 따라 책임질 일이 있다면 회피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선관위는 외부 전문가들로만 꾸린 진상규명위원회를 설치해 사태의 근본 원인과 대응 과정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투표용지를 선거인 수의 절반 이하만 준비한 데 있었다. 봉쇄 사태가 빚어진 잠실7동 제2투표소의 경우, 송파구 선관위가 보낸 용지 박스에는 인쇄 매수가 1천900매로 적혀 있었다. 이 투표소 선거인 수는 3천856명으로, 준비된 용지는 49.3%에 불과했다.

 

선관위 측은 선거인 절반인 1천928매를 기준으로 삼은 뒤 내부 지침에 따라 100매 미만을 버리는 방식으로 1천900매를 인쇄했다고 설명했다. 중앙선관위는 이번 지방선거부터 본투표용 용지 최소 인쇄 비율을 기존 60~70%에서 50%로 낮췄다. 높은 사전투표율과 상대적으로 낮은 지방선거 관심도, 잔여 용지가 부정선거 주장 단체로 흘러갈 우려, 보관 공간 부족 등을 두루 고려한 조치였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 결정이 결국 용지 부족과 봉쇄 사태의 직접적 원인이 됐다.

 

지난 3일 본투표일 서울 송파 잠실 일대 12곳과 강남·광진 각 1곳에서 용지가 동나 유권자들이 발길을 돌리거나 대기하는 혼란이 빚어졌다. 잠실7동 제2투표소는 대조전표를 받은 유권자에 한해 마감을 오후 10시까지 연장하는 초유의 조치까지 동원됐다.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시위대가 투표함 이송을 막으면서 잠실7동 제2투표소는 2박 3일간 봉쇄됐다. 경찰은 5일 오전 1천여 명을 투입해 투표소에 진입, 약 2천명 분량의 투표지가 담긴 투표함 2개를 가까스로 반출했다.

 

투표함이 빠져나간 투표소 내부에서는 용지 박스 외에도 사용하지 않은 기표 도장, 추가 공급 용지의 일련번호로 추정되는 메모 등이 다수 남아 있었다. 특히 투표자 이름과 성별이 적힌 선거인명부 대조전표까지 발견됐다. 용지 부족으로 투표하지 못한 유권자에게 '대기표'로 나눠줬던 것으로, 개인정보 보호가 허술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선관위 측은 "투표함 반출 이후 현장 직원들이 물품 정리와 회수 작업을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봉쇄로 미뤄졌던 송파구 개표가 마무리되면서 결과에도 변화가 생겼다. 서울시의회 비례대표 마지막 1석이 민주당에서 국민의힘으로 넘어간 것이다. 최종 비례 총득표는 민주당 43.86%, 국민의힘 44%로 집계돼, 당초 민주당 8석·국민의힘 7석으로 예상됐던 구도가 민주당 7석·국민의힘 8석으로 확정됐다. 이에 민주당 비례 8번 한기성 후보가 낙선하고 국민의힘 위성찬 후보가 당선됐다. 지역구 의원 당락은 변동이 없어 서울시의회 최종 구도는 민주당 80명·국민의힘 38명으로 마무리됐다.

 

비판 여론은 대학가로도 번졌다. 100여 개 대학 총학생회 연대체인 전국총학생회협의회는 "선거를 관리하는 헌법기관이 국민의 한 표조차 온전히 보장하지 못한 것은 국민주권에 대한 책무 방기"라며 책임자 문책과 선거관리 체계 전면 쇄신을 촉구했다. 고려대·서울대·연세대 등 주요 대학 학생 자치기구들도 잇따라 성명을 내고 노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선관위를 상대로 한 헌법소원과 직무유기 혐의 고발도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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