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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사퇴에도 들끓는 민심…'출입금지'에서 살해 협박까지

붉은악마 "축구계 영원히 떠나라"…경찰, 살해 협박 글 작성자 추적

작성일 : 2026-06-29 17:15 작성자 : 오두환 (odh83@hanmir.com)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28일(현지시간) 오전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의 치바스 바예 베르데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사진=엽합뉴스]


2026 북중미 월드컵 32강 문턱을 넘지 못한 한국 축구대표팀의 후폭풍이 거세다. 홍명보 감독이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성난 여론은 가라앉기는커녕 식당가의 '출입금지' 안내문과 온라인 살해 협박으로까지 번지며 도를 넘는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홍 감독은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된 이튿날인 29일(한국시간) 오전 멕시코 사포판의 베이스캠프 치바스 베르데 바예에서 취재진과 만나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감독 자리는 내려놓지만 대한민국 축구를 향한 마음까지 접은 것은 아니다. 대표팀이 다시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는 팀으로 거듭나길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2024년 7월 8일 취임한 그의 임기는 본래 2027년 1월 아시안컵까지였다. 결국 반년 남짓 앞당겨 지휘봉을 반납한 셈이다.

 

개최국 멕시코, 체코, 남아공과 한 조에 묶인 한국은 체코를 2-1로 잡으며 출발했으나, 멕시코(0-1)와 남아공(0-1)에 연달아 무릎을 꿇었다. 비기기만 해도 자력 진출이 가능했던 마지막 경기마저 놓치며 조 3위에 머물렀고, 3위 12개 팀 경쟁에서도 10위로 처져 탈락이 확정됐다. 참가국이 48개국으로 늘어난 이번 대회에서 한국의 최종 순위는 34위. 한국이 월드컵 조별리그를 넘지 못한 것은 2018년 러시아 대회 이후 8년 만이다.

 

홍 감독에게는 더 뼈아픈 기록이 남았다. 2014년 브라질 대회에서 1무 2패로 추락했던 그는 12년 만에 다시 잡은 두 번째 기회마저 1승 2패로 끝내며 명예 회복에 실패했다. 감독으로 월드컵 대표팀을 두 차례 이끈 인물은 한국 축구사에서 그가 유일하다.

 

선임 과정부터 그는 불공정 논란에 시달렸다.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가 다른 후보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그를 내정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고, 국회 현안 질의에까지 불려 나가는 수모를 겪었다. 최종예선을 6승 4무 무패로 통과하고도 브라질(0-5)·코트디부아르(0-4)전 대패 등 기복 있는 경기력 탓에 경질 여론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았다.

 

오랜 팬덤마저 발길을 돌렸다. 대표팀 응원단 붉은악마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홍 감독을 향해 "축구계를 영원히 떠나야 한다"고 직격했다. 이들은 "과거의 실패를 세탁하려고 우리의 진심을 도구로 삼았다면, 그것은 자신을 버린 것이 아니라 자신을 살리려 한국 축구를 사지로 몰아넣은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홍 감독이 취임 당시 "저는 저를 버렸습니다. 이제 저는 없습니다. 대한민국 축구밖에 없습니다"라고 했던 발언을 겨냥한 셈이다. 붉은악마는 "오늘부터 모든 수단을 동원해 한국 축구를 좀먹는 적폐가 사라질 때까지 싸우겠다"고 덧붙였다.

 

분노는 거리로도 흘러나왔다. 경기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의 한 한식 주점 입구에는 축구공 그림과 함께 "홍명보는 출입 금지!"라는 안내문이 내걸렸다. 비슷한 '인증샷'은 SNS를 타고 번졌다. 전북 김제의 한 고깃집은 "홍명보 국가대표 감독의 출입을 단호히 금지한다"는 글을, 서울 마포의 한 카페는 "오지도 않겠지만 분이 안 풀려서"라는 설명을 내걸었다. 한 편의점 출입문, "탑승 금지·승차 거부"를 외친 시내버스 사진, '적폐' 문구에 홍 감독을 합성한 이미지까지 온라인을 떠돌고 있다. 지난해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올랐던 경질·선임 절차 투명화 청원도 다시 주목받았으나, 당시엔 5만 명 동의 요건을 채우지 못해 종료된 바 있다.

 

문제는 풍자를 넘어선 협박이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내가 총대 메고 홍명보를 살해하겠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41세 미국 국적이라고 주장한 작성자는 "귀국하는 날 인천공항에서 살해하겠다"고 예고했다. 다른 글에는 홍 감독이 선수들에게 "공항에 도착하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흩어져서 튀어"라고 지시하는 듯한 합성 사진이 게시되기도 했다.

 

경찰은 살인 예고 글에 협박 등 혐의를 적용해 작성자를 추적하는 한편, 인천공항 등에서 돌발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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