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기 경기서 "스타벅스 가야지"·"탱크데이" 구호…광주일고 향한 지역 비하
작성일 : 2026-06-30 17:21 작성자 : 김수희 (battie009@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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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규연 광주제일고등학교(광주일고) 교장이 30일 서울 송파구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를 방문해 전국 고교야구대회 도중 발생한 상대팀 배재고등학교의 응원 구호 논란과 관련한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고교야구 경기장에서 상대 팀의 연고지를 겨냥한 비하성 응원이 터져 나오면서 파장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서울 배재고 야구부 학생들이 광주 학교를 상대로 5·18 민주화운동을 희화화하는 구호를 외친 사건은 야구협회 징계 절차와 교육청 조사로 번졌고, 과거 비슷한 발언까지 잇따라 드러나며 학원 스포츠 전반의 문제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발단은 지난 29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81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1회전 광주제일고(광주일고)전이었다. 배재고 학생 선수들은 상대 더그아웃을 향해 단체 율동과 함께 "가야지, 가야지, 스타벅스 가야지"라는 구호를 거듭 외쳤고, 일부는 "탱크데이"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문제의 단어들에는 배경이 있다. 지난 5월 스타벅스코리아가 5·18 기념일을 앞두고 진행한 행사에서 '탱크데이', '책상에 탁' 같은 표현을 써 5·18과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을 희화화했다는 비판을 받았는데, 그 단어들을 광주 학교를 상대로 응원 구호로 변형해 쏟아낸 셈이다.
광주일고 측은 "스타벅스가 왜 나오느냐"며 심판진을 통해 항의했고, 심판은 배재고에 주의를 줬다. 경기가 끝난 뒤 배재고 감독과 코치진은 상대 더그아웃을 찾아 사과했으며, 학교도 SNS에 사과문을 올리고 해당 학생들을 생활교육위원회에 회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건은 사과문으로 끝나지 않았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는 30일 "경위와 진술을 종합해 사실관계를 조사 중"이라며 "7월 1일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어 규정에 따라 엄정한 절차를 밟겠다"고 공지했다. 당장 7월 2일 서울 신월구장에서 예정된 배재고와 순천 효천고의 경기를 진행할지도 공정위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서울시교육청도 별도 조사에 착수했다. 교육청은 "역사적 아픔을 희화화하거나 특정 지역을 조롱하는 표현은 학생 스포츠 현장에 있어선 안 될 일"이라며 광주일고 선수단과 학부모, 동문, 광주시민에게 사과했다. 다만 "교육적 조치와 별개로 학생 개인을 향한 신상 공격이나 과도한 비난은 경계해야 한다"며 운동부를 둔 서울 전 학교를 상대로 혐오·차별 표현 근절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광주일고 이규연 교장은 직접 KBSA를 찾아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그는 "광주학생독립운동의 산실이자 100년 넘는 야구부 역사를 지닌 광주일고 동문과 광주시민,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지향하는 이들에게 큰 상처가 됐다"며 "서로를 존중해야 할 교육의 장에서 혐오와 조롱이 울려 퍼진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교원단체도 가세했다. 전교조는 "민주주의 역사를 희화화한 반역사적 행위이자, 이를 제지하는 지도자조차 없었다는 점에서 교육적 방임"이라며 "극우 성향의 조롱과 혐오가 청소년의 일상과 스포츠 현장까지 파고든 상징적 장면"이라고 비판했다. 중등교사노조 역시 학생 개인만 탓해서는 풀 수 없는 문제라며 범사회적 대응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과거 사례도 수면 위로 올라왔다. 지난 5월 14일 황금사자기 준결승에서 충암고 한 선수가 광주일고 선수들에게 "내란의 요람"이라고 한 발언이 뒤늦게 알려졌다. 5·18을 내란에 빗댄 표현으로, 이 역시 협회와 교육청의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학생들의 진로 문제도 걸려 있다. 배재고 야구부에는 프로 지명을 노리는 선수가 있는데,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는 "KBO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라고 선을 그었다. KBO 규약은 '학교폭력'으로 자격정지 이상 징계를 받은 경우에만 드래프트 참가를 막을 수 있도록 사유를 한정하고 있어, 이번 사안이 '품위손상' 등 다른 항목으로 분류되면 직접 막을 근거가 없다. 다만 여론에 민감한 프로 구단으로서는 물의를 빚은 선수를 지명하는 일 자체가 부담이다.
더 큰 우려는 이번이 한 번의 일탈이 아니라는 점이다. 광주 지역 다른 고교를 상대로도 비슷한 응원이 있었다는 제보가 잇따른다. 한 야구 관계자는 "고교야구 현장에서 수도권 팀 선수들이 영남·호남 출신 선수들에게 사투리로 야유하고 조롱하는 일이 적지 않았지만, 문제 삼지 않고 넘어간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밈처럼 소비되던 비하 표현이 10대의 일상 어휘로 스며들어 끝내 그라운드의 '응원가'로 둔갑한 셈이다. 뚜렷한 정치적 의도보다 떠도는 혐오 코드를 자각 없이 가져다 썼다는 점에서 사안은 오히려 더 무겁게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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