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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트라 포럼 장악한 'AI'…워시 "혁명은 이제 1∼2회"·물가는 "여전히 너무 높다"

워시 취임 후 첫 국제무대…금리 선제 안내는 거부, 대차대조표 점진 축소 시사

작성일 : 2026-07-02 17:45 작성자 : 김수희 (battie009@nate.com)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과 부인 제인 로더가 1일(현지시간)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열린 유럽중앙은행(ECB) 연례 중앙은행 포럼 오후 세션에 참석하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1일(현지시간) 막을 내린 유럽중앙은행(ECB) 연례 중앙은행 포럼의 주인공은 뜻밖에도 인공지능(AI)이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민·기후·감독 등 사흘간 다뤄진 모든 의제를 관통한 압도적 화두가 AI였고, 데뷔 무대를 치른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마저 그 주제에 스포트라이트를 내줄 정도였다.

 

워시 의장은 "지금이 우리 생애 각국 경제에 가장 중대한 결과를 가져올 시기"라며 "인터넷이 등장했을 때 누가 우버 운전사 같은 일자리 150만 개가 생겨날 줄 알았겠느냐. 우리는 이 혁명의 1∼2회쯤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AI 발전이 오히려 "일자리를 더 늘릴 것"이라며 AI로 인한 실업 우려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하지만 다른 참석자들의 시선은 더 경계에 가까웠다. 국제결제은행(BIS)은 현재 AI 투자 붐의 규모와 속도가 1840년대 영국 철도 열풍, 1920년대 광란의 시대, 닷컴 붐 등 역사적 자산 거품 붕괴 사례와 닮았다며 단기 하방 위험을 경고했다.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의 토르스텐 슬로크는 AI 인프라 위주의 자본지출이 이미 미국 국내총생산(GDP)을 1%포인트 끌어올린 가운데, 이를 발판으로 형성된 AI 주식 거품이 최근 몇 주 새 조정을 받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AI가 기대 이상으로 작동해도, 기대에 못 미쳐도 금융 안정은 흔들린다"며 어떤 시나리오도 안전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펜실베이니아대 이타이 골드스타인 교수는 한발 더 나아가 "AI 알고리즘이 가격 조작을 공모해 거품을 만들고 폭락까지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을 실제로 보여주고 있다"며 이것이 금융 안정에 더 심각한 함의를 지닌다고 지적했다. 신용 결정에까지 AI가 깊숙이 들어올 경우 기존 감독 체계가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토비아스 아드리안 국제통화기금(IMF) 국장은 "감독 당국이 AI 에이전트의 대출 결정을 무슨 수로 평가하나. 일종의 블랙박스나 다름없어 왜 그런 결론이 나왔는지 설명하기 어렵다. 이게 핵심 감독 과제"라고 말했다.

 

세라 브리던 영란은행(BOE) 부총재는 사이버 공격에 취약한 금융기관을 위해 예금보험과 비슷한 안전장치 도입을 제안했고, 티프 맥클렘 캐나다은행 총재는 "인터넷도 상상 못 한 새 산업을 낳았지만 닷컴 거품을 피하지는 못했다"며 AI 투자 과열 후 조정 가능성을 열어뒀다. AI가 기대만큼 인간을 대체하면 대량 실업과 소비 위축이, 반대로 기대에 못 미치면 막대한 투자의 손실이 뒤따른다는 양방향 위험이 이번 포럼을 관통한 메시지였다.

 

AI 못지않게 시장의 관심이 쏠린 대목은 워시 의장의 물가 발언이었다. 그는 이날 패널 토론에서 "최근 4주간 기대 인플레이션이 낮아졌고, 인플레 위험도 함께 낮아졌다"고 진단했다. 미국과 이란이 휴전 국면에 들어서며 국제유가가 빠르게 안정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그는 전쟁 기간의 유가 급등 여파에 대해 "단기적으로 수요 측면에서 관찰되긴 하지만, 그것이 '인플레적'인지는 상품 전반으로 확산하는지를 봐야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는 "주변을 보면 물가가 너무 높다는 걸 알 수 있다"며 "물가 안정을 다시 다짐한 중앙은행 총재가 나 혼자만은 아닐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2%를 웃도는 인플레에 만족할 것으로 기대했다면 실망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준의 목표치는 2%지만, 물가 지표의 핵심으로 삼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지난 5월 전년 동월 대비 4.1% 올라 3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수치에는 최근의 유가 하락분이 아직 반영되지 않은 상태다.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자, 사회자는 자신을 임명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요구를 어떻게 볼지 물었다. 워시 의장은 "우리는 독립적인 중앙은행이며 거기엔 아무 변화도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달 28∼29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상을 시사한 것이냐는 질문에는 "내가 원칙을 깨도록 유도하고 있지만 그렇게는 안 된다"며 즉답을 피했다. 연준이 통화정책 경로를 미리 예고해 온 '포워드 가이던스' 폐지 방침을 재확인한 셈이다. 그는 "우리는 4주 뒤 만나 좋은 '가족 간 치열한 토론'을 할 것"이라며 "회의실 문을 닫고 나서야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예단을 경계했다.

 

워시 의장은 연준이 여러 차례 위기 대응 과정에서 국채·주택저당증권(MBS) 매입으로 유동성을 풀고 장기금리를 낮춘 결과, 대차대조표가 6조7천억 달러(약 1경400조 원) 규모로 불어났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같은 규모에 이르기까지 약 18년이 걸렸고, 이는 이미 재정정책에 가까운 영역"이라며 "적정 규모로 되돌리려면 18주보다는 훨씬 오래 걸릴 것"이라고 점진적 축소 방침을 밝혔다. 이어 "양적완화가 아니라 금리가 통화정책의 핵심 수단이 돼야 한다"며 금리 조절이 "전체 국민에게 가장 공정하게 적용되는 정책 수단"이라고 말했다.

 

취임 후 첫 국제무대였던 이날 행사에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 앤드루 베일리 영국 잉글랜드은행 총재, 티프 맥클렘 캐나다은행 총재 등이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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