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케이블 타이'가 발단…담당 형사팀장 긴급체포
작성일 : 2026-07-06 16:58 작성자 : 우세윤 (dmaa77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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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인·살인미수 혐의를 받는 장윤기(23) 씨가 14일 오전 광주 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기 전 포토라인에 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광주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23)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핵심 증거가 사라진 사실이 드러나면서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6일 담당 형사팀장이 증거인멸 혐의로 긴급체포됐고, 가해자의 아버지가 현직 경찰관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유착 의혹까지 불거지자 경찰청은 하루 만에 수사팀을 확대 개편했다.
발단은 결박 도구였다. 경찰은 지난 5월 5일 장윤기를 체포한 직후 그의 주거지와 차량(SUV)에서 증거물 수집에 나섰다. 사건을 배당받은 광주 광산경찰서 형사과 소속 A 경감의 수사팀이 차량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SUV 안의 케이블 타이를 발견했지만, 이를 증거물로 확보하지 않았다. 이 SUV는 피해자 납치 수단으로 지목된 차량이었다.
검찰 보완수사를 통해 장윤기의 실제 범행 목적이 여학생 '납치 및 강간'이었음이 드러났지만, 제압에 쓰였을 결박 도구는 현재까지 단 1점도 확보되지 못했다. 법조계에서는 "장윤기의 자백 등 직접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차량 내 결박 도구는 핵심 단서로 재판에서 다뤄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케이블 타이가 사라진 이 사실은 장윤기 아버지와 수사 담당자 간 유착 의혹을 들여다보던 경찰청 감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또 다른 주요 증거인 SUV 차량도 혈흔·지문 채취 등 기본 감식만 마친 채 사건 이튿날 곧바로 장윤기 아버지에게 인계됐다. 검찰 보완수사로 추가 압수수색이 이뤄진 5월 하순까지, 아버지는 보름 가까이 이 차량을 몰고 다닌 것으로 전해져 증거가 장기간 훼손된 셈이 됐다.
경찰 수사팀으로부터 사건 사흘 뒤 아들 자취방의 주소와 출입 비밀번호를 전달받은 장윤기 아버지는 주요 증거물인 '훼손된 리얼돌'을 직접 폐기하기도 했다.
검찰 보완수사에서 그는 "아들의 범행이 성범죄와 연관되는 것이 우려됐다"고 폐기 사유를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경찰이 장윤기를 일반 살인죄로 송치한 뒤 다른 성범죄 혐의를 조사하던 상황에서, 이 수사 진행 상황 역시 살인 혐의 때와 마찬가지로 아버지에게 전달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정황들은 검찰의 보완수사와 기소 이후 속속 드러났다. 광주경찰청은 6일 A 경감을 증거인멸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A 경감의 구체적인 혐의 내용이나 동기는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아버지의 리얼돌 폐기 사실이 알려진 뒤 잇단 보도에도 드러나지 않았던 부분으로, 아버지의 증거인멸 정황을 포착했던 검찰조차 A 경감의 혐의는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경찰청은 애초 수사과장을 팀장으로 하는 22명 규모의 전담팀을 꾸려 유착 의혹을 들여다볼 방침이었다. 하지만 장윤기 사건을 총괄해 온 광주경찰청 스스로도 국가수사본부의 감찰을 받는 처지라 수사 주체로서 적절성 논란이 예상됐다. 실제로 경찰청은 지난 3일부터 광주 광산경찰서와 장윤기 아버지가 소속된 광주 서부경찰서에 더해 광주경찰청의 지휘 체계까지 함께 들여다보고 있었다.
결국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출범한 지 하루도 안 된 이 전담팀을 '광주광산서 살인사건 관련 진상규명 특별수사팀'으로 확대 개편했다고 이날 공지했다. 팀장은 광주청 수사과장에서 홍장득 경찰청 수사인권담당관(총경)으로 바뀌었고,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 팀장과 수사관 6명이 추가 투입되며 규모도 총 27명으로 커졌다. 국수본은 "특별수사팀은 광주경찰청 지휘라인을 배제하고 독립적으로 공정하게 수사한 후 최종 수사 결과만 국가수사본부장에게 보고할 예정"이라며 "언론에 보도된 의혹을 포함해 수사과정 전반에 대해 한 점 의혹이 없도록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홍석기 신임 국가수사본부장은 이날 첫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이 사안에 대해 "유구무언"이라며 "바로 수사 감찰을 동원했고, 감찰 중 수사 전환 필요성을 보고받아 엄정 수사를 지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건 저희가 최선을 다해서, 그리고 명운을 걸고 하겠다"고 강조했다.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 논의가 진행 중인 국면에서 경찰의 부실수사·유착 의혹이 한꺼번에 불거지자, 경찰 수사를 총괄하는 국수본부장이 직접 수사 의지를 밝힌 셈이다.
홍 본부장은 형사 라인 전체를 수사에서 배제하고 반부패수사 전담 인력 중심으로 팀을 꾸렸다고 설명하며 "여러 우려하는 바가 있어서 형사 라인은 다 배제했다"고 말했다.
광주경찰청도 감찰 대상에 포함되느냐는 질문에는 "예단하기는 그렇다"면서도 광주청과 일선 경찰서의 관계 역시 감찰·수사 대상에 들어간다고 답했다. 광주청이 수사 주체로 계속 적합한지를 묻는 질문에는 "관할 문제도 있고 신병 처리해야 할 게 있다"며 "수사 라인에 없던 반부패 쪽에 철저하고 분명한 수사를 지시했다.
광주청 직원들도 해당 경찰서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를 지휘하던 광주청의 관리 책임이라고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친족의 증거인멸 행위를 처벌할 수 없도록 한 형법상 특례를 폐지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홍 본부장은 "이번 건을 제외하고 일반적으로 수사할 때도 많이 느낀다"며 "국회가 입법적으로 잘 정리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별수사팀은 장윤기 담당 수사팀 형사들 전원과 직접 지휘 라인에 있었던 간부 경찰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할 예정이다. 경찰관의 범죄 행위를 직접 수사할 수 있는 검찰도 이번 사안의 수사 착수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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