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유승민 공동위원장 체제로 K-축구혁신위 출범…최휘영 장관 "정부는 조력자"
작성일 : 2026-07-06 17:36 작성자 : 김수희 (battie009@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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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4월 7일 충남 천안 코리아풋볼파크에서 열린 공식 개관식에서 기념사를 마친 뒤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2026 북중미 월드컵 조기 탈락이 촉발한 한국 축구의 대대적인 물갈이가 6일 급물살을 탔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13년 5개월 만에 물러났고, 박지성 국제축구연맹(FIFA) 분과위원회 위원을 앞세운 'K-축구 혁신위원회'가 첫발을 뗐다. 국회에서도 야당 의원들이 긴급 토론회를 열어 개혁 방향을 논의했다.
정 회장은 이날 오전 천안 코리아풋볼파크에서 부회장과 이사들이 참석한 마지막 임원 회의를 주재한 뒤 사임서를 제출했다. 2013년 1월 제52대 회장으로 취임해 4선을 지낸 그는 이로써 13년 5개월여의 협회장직을 내려놓게 됐다.
당초 정 회장은 지난 5월 29일 성명서를 통해 월드컵 폐막 이후 물러나겠다고 밝히며 정확한 시점은 못 박지 않았다. 그러나 대표팀이 조별리그에서 최악의 경기력으로 탈락하고 홍명보 감독까지 자진 사퇴하며 내홍이 깊어지자 사퇴 일정을 앞당긴 것으로 풀이된다.
정 회장은 사퇴 인사말에서 "대한민국 축구의 발전과 영광만을 바라보며 달렸지만, 때로는 깊은 실망을 안겨드리기도 했다"며 "모든 영광과 성과는 선수들과 팬 여러분 덕분이며, 모든 부족함과 과오는 오롯이 저의 책임"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제 회장직에서 물러나, 한 명의 열성적인 축구 팬으로 돌아가 한국 축구를 응원하겠다. 대한민국 축구는 언제나 그랬듯, 수많은 시련을 넘어 다시 한번 높이 비상할 것이라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정 회장은 재임 기간 천안 코리아풋볼파크 건립, 디비전 시스템 구축, 파트너사·중계사와의 장기 계약을 통한 재정 안정성 강화,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 등의 성과를 남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의 절차적 논란과 승부조작 축구인 사면 시도 등으로 거센 비판에 직면했고, 문화체육관광부의 특정감사에 따라 자격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요구받으며 퇴진 압박에 시달리기도 했다.
정 회장이 물러나면서 축구협회는 정관 제23조에 따라 부회장 중 1명이 대한체육회의 인준을 받아 회장 직무를 대행하는 체제로 즉시 전환한다. 정 회장의 잔여 임기가 1년 이상 남은 만큼 협회는 60일 이내에 차기 회장을 새로 선출해야 하며, 현재 정관대로면 192명의 선거인단이 참여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이 절차가 그대로 진행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최휘영 문체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일각에서 축구협회의 신임 회장 선출과 관련해 기존 정관에 따라 예전과 동일한 방식으로 할 수밖에 없다는 염려가 있는 것으로 들었다. 허탈감에 빠진 온 국민의 간절한 열망을 이해한다면 그렇게 못 할 것"이라며 기존 정관대로의 선거에 사실상 제동을 걸었다.
축구협회 선거 정관이 상위 단체인 대한체육회 정관을 따라야 한다는 점도 변수다. 체육회는 오는 16일 대의원 임시총회를 열어 선거 관련 정관 개정에 나설 예정이다.
체육회 관계자는 "회장 선출 직선제 도입 등과 관련해 기존 간선제에 따라 선거인단을 100∼300명 규모로 한정했던 내용을 비롯해 회장 궐위 시 60일 이내 회장 선출 등의 내용도 바꿀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60일 이내 선출' 규정에 기간 연장이나 예외 조항이 도입될 것으로 보여, 축구협회가 기존 정관에 따라 새 회장을 뽑는 작업은 사실상 어려워진 상황이다.
같은 날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는 한국 축구의 미래를 그릴 'K-축구 혁신위원회'가 출범했다. 애초 박지성 위원장과 함께 공동위원장을 맡기로 했던 최휘영 장관은 첫 회의에 앞서 자리에서 물러나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에게 그 역할을 넘겼다.
최 장관은 정부 개입 우려를 의식한 듯 "축구협회의 독립성은 반드시 보장받아야 할 가치이며 약속이다. 정부가 법에 정해진 범위를 넘어서서 협회 사무에 개입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지켜야 할 선을 지키면서 동시에 국민의 염원을 실천해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할 소명을 다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본격적인 논의의 장이 만들어졌고 이제부터는 축구인, 체육인들이 주도적으로 끌어 나가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정부는 한 걸음 뒤에 서서 여러분들과 함께 K-축구의 미래를 설계하고 지원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혁신위는 축구협회 차기 집행부가 출범하기 전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되며, 박지성·최휘영·유승민을 비롯해 이영표·박주호 해설위원, 김승희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 조연상 프로축구연맹 사무총장, 유영근 변호사, 김대희 부경대 교수가 위원으로 참여한다.
최 장관은 위원 구성에 대해 "차기 협회장 선거에 출마하지 않을 분을 모셨다"며 "그래서 축구인 중에서는 박지성, 이영표, 박주호 이 세 분을 먼저 뽑았다"고 설명했다.
공동위원장직을 수락한 유승민 회장은 "체육인의 한 사람이고 체육계 행정을 이끄는 체육회장이기 때문에 책임을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이번 월드컵이 끝난 후에 국민 여러분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함께 무거운 마음으로 고민하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이 위원회의 논의가 실제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논의 결과가 권고인지 협의안인지 또는 후속 절차를 전제로 한 이행 과제인지 그 성격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어 "축구협회는 체육회 산하 단체만이 아니라 FIFA의 정관을 따라야 하는 단체로서 저희가 독립성과 자율성에 대해서도 분명히 보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지성 위원장은 "이런 자리를 만들어주셔서 축구인으로서 좀 죄송스럽기도 하고 너무나 감사드린다"며 "한국 축구는 우리나라의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 중에 하나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을 통해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하면 안 된다는 게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한국 축구가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 단순히 축구 종목뿐만이 아니라 한국 스포츠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이끌어가면서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기를 바란다"며 "결국 우리가 논의한 사항들이 얼마큼 반영이 되고 얼마큼 실천에 옮길 것인가가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국회에서는 국민의힘이 '한국 축구 긴급 토론회'를 열었다. 정연욱 의원은 "한국 축구 실패는 홍명보 감독의 지휘 역량 문제, 축구협회의 고질적인 '카르텔' 논란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라며 "일방적인 마녀사냥식 분노 표출은 지양하고 진정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늘 정몽규 축구협회장이 13년 5개월 만에 공식적으로 물러났다"며 "한국 축구가 회복되는 날을 무작정 기다릴 수 없다. 골든타임이 임박했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토론회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토론회에는 국민의힘 신성범·김형동·조은희·김대식·이상휘·한지아 의원과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 함께했다.
김대식 의원은 "축구협회의 썩었던 고름이 이번에 터졌는데, 제대로 도려내야 할 시기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축구는 이길 수도, 질 수도 있지만 비정상적으로 해서는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는다. 정치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 축구도 대수술을 통해 발전했다. 우리도 이번 기회가 축구를 살릴 골든타임"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 패널의 제언도 이어졌다. 김현희 제주SK 전 단장은 "선수로서, 기업으로서 큰 성과를 남긴 사람이 좋은 리더라고 할 수 없다. 과거 행적을 토대로 납득할만한 판단과 결정을 한 분을 좋은 리더로 뽑아야 한다"며 "대표팀에만 집중해왔던 축구협회는 지도자, 심판 등 저변을 확대하고 산업을 넓혀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용수 축구협회 부회장은 "짧은 기간 다음 집행부를 선정하고 물러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다음 집행부, 또 현 직원들과 함께 잘 정리해서 다음 일을 잘 진행할 수 있도록 의견을 잘 정리해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조은희 의원은 토론회 후 페이스북에 "진짜 시험대는 이제부터"라며 "현재 정관대로면 60일 이내에 후임을 뽑아야 하는데 구조개혁 없이는 또다시 소수 선거인단의 '체육관 선거', 결국 '제2의 정몽규'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선출된 축구협회장을 최종 승인하는 대한체육회의 태도는 소극적이기만 하다"며 "대한체육회는 더 이상 책임을 회피해선 안 된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선거라면 분명하게 인준을 거부하겠다는 원칙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형동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이번 월드컵에서 국가대표팀이 보인 부진은 결코 하루 이틀에 걸쳐 불거진 문제가 아니다. 오랜 세월 누적된 고질적인 문제들을 해결하지 않고 미뤄온 결과"라며 "그간 산적한 문제를 차근차근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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