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환자 명의 도용…스스로 투약하다 프로포폴까지 손대
작성일 : 2026-07-09 17:24 작성자 : 신준호 (shinister0107@gmail.com)
![]() |
| 강남경찰서가 압수한 약품들 [강남경찰서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
서울 강남의 한 피부과 의료진이 외국인 환자 명의를 도용해 4천여장의 허위 처방전을 꾸며내고, 이를 통해 확보한 향정신성의약품 12만여정을 유통하는 것도 모자라 스스로 투약까지 한 사실이 드러났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강남구 소재 피부과와 약국이 연루된 향정신성의약품 오·남용 사건 피의자 13명을 차례로 검거해 지난달 말 검찰에 송치했다고 9일 밝혔다.
해당 피부과 원장 A씨와 소속 의사 B씨는 지난달 25일 구속됐고, 허위 또는 부실한 처방전에 근거해 의약품을 판매한 약사, 병원과 약국을 연결한 약국 직원 등도 추가로 불구속 송치됐다. 이들에게는 마약류관리법·의료법·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등 혐의가 적용됐다.
A, B씨는 수면제 계열 향정신성의약품에 중독된 뒤 지난해 3월부터 올해 초까지 외국인 환자 3천400여명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처방전 4천331장을 꾸며내고 이를 근거로 서너 종의 의약품을 사들인 혐의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서울 소재 대형 약국 직원에게 부탁해 약사들로부터 향정신성의약품 12만1천849정을 사들여 투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량 섭취에 따른 부작용으로 해당 약품을 더 이상 섭취할 수 없게 되자, 이번에는 병원 금고에 있던 프로포폴까지 몰래 빼내 투약한 혐의도 받는다. 실제 두 사람의 주거지에서는 병원에서 빼돌린 프로포폴과 졸피뎀 등 약품이 다량 발견됐다.
이들에게 약을 공급한 약사들도 책임을 피하지 못했다. 부실하게 기재된 타인 명의 처방전이 대량으로 제출됐는데도 진위를 따지지 않고 약품을 내준 것으로 조사됐고, 처방전이 아예 없는 상태에서 일부 약품이 시가보다 비싸게 다량 판매된 정황도 포착됐다.
수사는 명의를 도용당한 한 외국인의 신고에서 시작됐다. 이 외국인은 향정신성의약품 처방을 받으려 다른 병원을 찾았다가 이미 자신 명의로 처방받은 기록이 있다는 사실을 이상하게 여겨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이 신고를 접수한 뒤 올해 초부터 6개월간 수사를 벌여 해당 의·약사의 혐의를 확인했다. 진료 후 출국하면 중복 처방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외국인 환자의 특성을 이 피부과가 악용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력을 집중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의료용 마약류는 의사와 환자 간 의료 행위라는 테두리 안에서 처방돼 적발이 쉽지 않다. 이런 맹점을 이용해 진료나 치료를 빌미로 의료용 마약류를 오남용하다 중독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현행 마약류관리법상 의사가 아닌 사람이 마약류를 소지·사용·투약하면 처벌 대상이 되며, 의사라도 치료 외 목적으로는 사용이 허용되지 않고 자신에게 직접 처방·투약할 수도 없다. 이 때문에 다른 의사를 통해 '치료 목적'이라는 외피를 씌워 마약류를 처방받거나, 이번 사건처럼 아예 환자 명의를 도용해 처방전을 마련하는 수법이 나타나고 있다.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타인 명의로 향정신성의약품을 구매·투약하는 건 중대한 범죄 행위"라며 "의료용 마약류 유통 전반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 오·남용 사례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저작권자 ⓒ 퍼스널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