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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이란 다시 전쟁 문턱으로…트럼프, 의회에 군사행동 공식 통보

미군 사흘째 야간공습, 이란은 요르단·바레인 미군기지 반격

작성일 : 2026-07-14 17:05 작성자 : 오두환 (odh83@hanmir.com)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다시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미군이 사흘 연속 이란에 야간 공습을 감행하고 해상봉쇄까지 재개하자, 이란은 요르단과 바레인의 미군 기지를 타격하며 맞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미 지난주 의회에 군사행동 재개를 공식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고, 여기에 호르무즈 통항 선박에 화물 가치의 20%를 '통행료'로 걷겠다는 일방적 선언까지 내놓으면서 국제법 위반 논란도 커지고 있다.

 

사흘째 공습, 미군 5만명 중동 배치

 

미국의 중동 작전을 관할하는 중부사령부(CENTCOM)는 13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이란에 사흘 연속 야간 공습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미 동부시간 오후 4시 45분(이란 시간 14일 0시 15분)부터 약 5시간 이어진 이번 공습에 대해 중부사령부는 "이란 부셰르·차바하르·자스크·코나락·아부무사·반다르아바스를 포함한 전역의 군사 목표물을 성공적으로 타격했다"며 해안 방어시스템과 미사일·드론 기지, 해상 전력에 정밀 유도 무기를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중부사령부는 "현재 5만명 이상의 미군 장병들이 중동 전역에 배치돼 있으며, 경계를 늦추지 않고 만반의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군은 여기에 더해 14일 오후 4시(한국시간 15일 오전 5시)부터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 선박에 대한 봉쇄를 재개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18일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로 봉쇄를 풀었던 지 불과 한 달 만이다. 이로써 미군의 군사 공격과 해상 봉쇄가 병행되면서 양국 관계는 사실상 MOU 체결 이전의 대결 국면으로 되돌아가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보수 성향 라디오 채널 '휴 휴잇 쇼'에 출연해 "오늘 밤에도, 내일도 세게 때릴 것"이라며 이란을 겨냥해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큰소리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이란 지도부가 어디 있는지 알고 제거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면서도 "그 문제는 얘기하고 싶지 않다. 다만 우리는 분명히 지켜보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우리는 하나의 본보기로 공격하는 것"이라며 이란을 "미친 사람들"이라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이 결렬된 경위도 언급했다. "어제 합의를 하고 100% 성사될 상황이었는데, 그들이 갑자기 전화 한 통을 받더니 모두 방을 뛰쳐나갔다"며 "그들에게 합의란 깨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백악관 집무실에서도 "이란 최고지도자가 합의 내용 중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걸 알고는 즉시 합의를 깨버렸다"고 부연했다. 다만 재합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여지를 남겼다.

 

MOU 자체에 대해서는 "시험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며 평가절하했다. 그는 최근 붕괴 위험이 노출된 뉴욕 맨해튼의 한 고층 건물에 MOU를 비유한 대화에서 "본 계약으로 가기 전 단계에 맺는 것이어서 큰 의미는 없다. 나는 처음부터 본 계약으로 바로 가자고 했다"며 "이란은 그 시험을 존중하지 않았고, 한 번도 지키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군사행동 이미 재개" 의회 통보…전쟁권한법 우회 논란

 

미 CBS 방송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척 그래슬리 상원 임시의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이란에 대한 군사행동이 지난 7일부터 재개됐다고 공식 통보했다. 서한에서 그는 이란이 선박 3척을 공격해 호르무즈 해협 안전 통항 합의를 위반함에 따라 미국이 공격에 나섰다며, 공격 대상에 미사일 기지·방공망·해상 전력이 포함됐고 지상군은 투입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1973년 제정된 전쟁권한법에 따라 대통령이 군사행동 개시 후 48시간 이내 의회에 통보해야 하며, 의회 승인이 없으면 최대 60일까지만 군사행동을 지속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월 28일 이란 공습을 시작한 뒤 의회 승인을 받지 못하자, 4월 체결한 2주 휴전을 근거로 기한 내 적대행위가 종료됐다고 주장했던 전례가 있다. CBS는 지난달 미 상·하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이란 무력 사용을 제한하는 결의안이 통과된 만큼, 이번 통보에 의회가 어떻게 반응할지는 미지수라고 짚었다.

 

민주당에서는 행정부가 60일 제한 규정을 우회하기 위해 휴전 합의를 악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공화당에서도 비슷한 시각이 나온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 권한 제한 결의안에 찬성했던 토머스 매시 공화당 하원의원은 "이란 전쟁은 한 번도 멈춘 적이 없다"며 "마치 일시 중지했다가 다시 시작하면 시계를 되돌릴 수 있는 것처럼 규정을 회피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6일 오후 9시(한국시간 17일 오전 10시) 대국민 연설을 예고하면서, 이란 관련 중대 발표가 임박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요르단·바레인 미군기지 타격…UAE는 이란 직접 지목

 

이란도 반격에 나섰다. 이란 반관영 파르스통신에 따르면 이슬람혁명수비대는 요르단 내 미군 기지를 탄도미사일로 타격했다. 혁명수비대는 요르단 국민을 향한 성명에서 "여러분은 우리가 요르단과 적대 관계에 있지 않으며, 고결한 요르단 국민을 깊이 사랑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이번 공습이 자국민을 살해한 미군에 대한 정당한 반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역내에서 미국 점령군의 기지를 철거하라고 요구하는 여러분의 행동은 중동 안보 회복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요르단에 미군 기지 철수 동참을 촉구했다. 혁명수비대는 이란 누르뉴스 보도에 따르면 바레인의 미군 기지와 무기 창고, 위성통신 센터도 타격했다.

 

호르무즈 해협에서는 일반 선박을 겨냥한 공격도 이어졌다. 아랍에미리트(UAE) 국방부는 14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던 유조선 2척이 이란의 공격을 받아 선원 1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UAE 국방부는 "이번 노골적 공격은 역내 안보를 위협하고 국제법을 위반한 심각한 행위"라며 "UAE는 영토와 시민, 거주민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할 수 있는 전적인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통상 걸프 지역 국가들은 공격 주체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는 UAE가 이란을 직접 지목하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영국 해사무역기구(UKMTO)는 오만 시간 14일 오전 1시 4분께 오만 칼하트에서 북동쪽으로 약 74㎞ 떨어진 지점에서 유조선 1척이 불상의 발사체를 맞았다는 보고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이 지점이 호르무즈 해협과 직선거리로 약 500㎞ 떨어져 있다는 점에서, UAE 국방부가 발표한 피격 유조선과는 별개의 선박일 가능성도 있다.

 

"보호비 20%" 일방 선언에 이란도 맞장구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미군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민간 선박의 안전을 보장하는 대가로 화물 가치의 20%를 통행료로 받겠다고 밝혔다.

 

그는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이 있건 없건 개방돼 있다"며 "우리는 이란 봉쇄를 재개하고 있다"고 적었다. 이란을 제외한 다른 국가는 해협을 공정하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면서도, "미국은 지금부터 '호르무즈 해협의 수호자'로 불릴 것"이라며 화물의 20%를 보상받겠다고 했다. 미 CNN은 이를 "상업 선사들에 화물 가치의 20%를 부과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그동안 무상으로 해협을 지켰지만, 이제부터는 그 대가로 엄청난 돈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으며,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재개 조치에 대해서도 "이란과 거래하는 누구든 그곳을 통과할 수 없다"며 "봉쇄와 공격의 조합이야말로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주장은 국제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엔해양법협약(UNCLOS)에 따르면 해협 내 수로가 특정국의 영해라 해도 선박의 '통과 통항권'이 연안국 주권보다 우선하며, 통과를 이유로 통행료를 부과하는 행위는 명시적으로 금지된다. 다만 도선사 안내나 구난 구조 등 구체적 서비스의 대가로는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

 

미국은 이 협약에 서명하지 않았고 이란은 서명만 하고 비준은 하지 않았지만, 협약 제정 이전부터 공해를 자유롭게 항행할 수 있다는 국제 관습법이 존재해 온 만큼 미국의 통행료 징수 방침 역시 국제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이는 미국 스스로의 기존 입장과도 배치된다. JD 밴스 부통령은 지난달 18일 이란과의 MOU 관련 기자회견에서 "국제수로에는 통행료가 부과되어서는 안 된다"고 밝힌 바 있고,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도 비슷한 시기 "어떤 국가도 국제수로에서 통행료나 수수료를 받을 수 없다. 이것이 현행 국제법"이라며 이란의 통행료 부과 시도에 반대해왔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주장이 참모진의 기존 공개 입장과 어떻게 양립할 수 있는지에 대해 별다른 설명이 나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정작 실질적으로 해협을 장악하고 있는 이란은 이 논리를 역이용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14일 엑스(X)에 "미국의 대통령은 완전히 옳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상선에 안전한 통행을 보장한다면 누구든 이 서비스로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적었다.

 

그는 "이란은 언제나 이 해협의 수호자였고, 앞으로도 영원히 그렇게 남을 것"이라면서도 "물론 20%는 너무 많다. 우리는 공정할 것"이라고 덧붙여, 미국의 논리를 빌려 자신들의 통행료 징수 방침을 정당화하는 동시에 우회적으로 미국을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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