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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3년 6개월 만에 금리인상…신현송 "8월도 모든 가능성 열어둬"

만장일치로 연 2.50→2.75%…8연속 동결 뒤 긴축 전환

작성일 : 2026-07-16 17:57 작성자 : 우세윤 (dmaa778@naver.com)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6일 물가안정을 위해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0.25%포인트(p) 인상했다. 2023년 1월(연 3.25→3.50%) 이후 3년 6개월 만의 통화 긴축 결정이자, 8연속 동결 끝에 나온 방향 전환이다. 이날 결정은 금통위원 7명의 만장일치로 이뤄졌다.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향후 통화정책은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 나갈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며 본격적인 긴축 사이클 진입을 예고했다.

 

앞서 금통위는 2024년 10월과 11월, 작년 2월과 5월 네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총 1.00%p 내리며 경기 부양에 무게를 뒀다. 특히 작년에는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정치 불확실성과 국내 건설경기 악화, 미국 상호관세 충격 등 악재가 겹치며 통화 완화가 불가피했다. 이후 가계부채 증가세와 원/달러 환율 상승이 이어지자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8차례 연속 동결하며 대내외 변수를 지켜봐 왔다.

 

1년 2개월간의 동결 끝에 통화정책의 키를 긴축 쪽으로 튼 것은 물가가 불안해진 반면 경기 반등이 뚜렷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해 2월 말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졌다.

 

원유 공급의 병목인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서 국제 유가(브렌트유 기준)는 전쟁 직전 배럴당 72달러 수준에서 4월 말 126달러까지 치솟았다. 이에 따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2월 2.0%에서 3월 2.2%, 4월 2.6%로 오르더니 5월(3.1%)과 6월(3.2%)에는 연달아 3%대를 기록했다.

 

체감 물가를 반영하는 생활물가지수 상승률도 2월 1.8%에서 6월 3.4%까지 계속 높아졌다. 한은은 유가 상승이 중장기적으로 에너지 가격뿐 아니라 다른 품목 가격까지 끌어올리는 2차 파급 효과를 우려하고 있다.

 

금통위는 "앞으로 물가상승률은 국제 유가가 하락했지만, 그간 높아진 비용과 환율의 영향이 지속되고 소득 개선에 따른 수요 측 압력도 점차 확대되면서 상당 기간 높은 수준을 나타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월 전망치(2.7%)에 대체로 부합하겠지만, 근원물가 상승률은 지난 전망치(2.4%)보다 다소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반도체 수출 호조에 힘입어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작년(1.0%)보다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올해 1분기 실질 GDP 성장률은 1.8%로 2020년 3분기(2.3%) 이후 5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았고, 명목 기준으로는 10.5% 성장해 1976년 1분기(13.0%) 이후 5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융시장에서는 올해 연간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역대 최대였던 작년(1천230억5천만달러)의 두 배를 훌쩍 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 14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0%로 제시했다. 한은의 5월 전망치(2.6%)보다 0.4%p 높은 수준으로, 한은도 8월에 전망치를 상향 조정할 것이 확실시된다.

 

금통위는 "반도체 부문을 중심으로 수출과 투자가 높은 증가세를 지속하고 소비도 양호한 흐름을 보이면서 성장세가 확대됐다"며 "올해 성장률은 지난 5월 전망치(2.6%)를 큰 폭으로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은 추정치 기준 1.8% 안팎인 잠재성장률을 크게 웃도는 성장이 단기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만큼, 낮은 기준금리로 경기를 떠받쳐야 하는 상황과는 거리가 멀어진 셈이다.

 

가계부채와 주택가격도 이번 결정의 주요 고려 요인으로 꼽힌다.

 

금통위는 "높은 환율 변동성과 수도권 주택 가격 상승세, 가계부채 증가세 확대에 계속 유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말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한 달 전보다 7조6천억원 늘어 2024년 8월 이후 1년 10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을 기록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5월 9일)를 앞두고 급증했던 주택매매거래가 시차를 두고 가계대출 증가세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서울 아파트 가격도 공급 부족 우려와 추가 상승 기대에 연율 환산 10∼15% 수준의 오름세를 나타내면서, 대출 문턱을 높이고 집값을 잡기 위한 통화 긴축 필요성이 커졌다.

 

지난달 초 1,560원대에 달했던 원/달러 환율은 최근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조달 자금의 원화 환전 기대 등으로 1,480원대까지 내렸지만, 여전히 장기 평균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번 인상으로 한미 정책금리 격차는 1.25%p에서 1.00%p로 좁혀졌다. 2023년 2월 1.25%p에서 3월 1.50%p로 확대된 이후 3년 4개월 만에 최소 격차로, 한은은 이런 격차 축소가 원화의 기초가치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신현송 총재는 지난 5월부터 여러 차례 "적절한 시기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는 이례적으로 선명한 입장을 밝혀왔다. 금통위원들의 5월 28일 기준 6개월 후 기준금리 전망을 반영한 점도표도 전체 점 21개 중 19개가 연 2.50%보다 높은 지점에 찍혀 있었다. 유럽중앙은행(ECB·6월 11일), 일본은행(6월 16일)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잇달아 금리를 올린 흐름과도 궤를 같이한다. 시장에서는 금통위가 올해 8월이나 10월에도 0.25%p를 추가 인상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신현송 총재는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8월 추가 인상 여부에 대해 "앞으로도 나올 데이터가 중요한 게 많이 있어서 한쪽으로 단언할 수는 없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통화정책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통화 정책의 경로는 사전에 결정해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라며 "앞으로 몇 차례 '살아있는 회의'(live meeting)를 통해 여러 지표에 무게를 두고 정책을 펴겠다"고 설명했다.

 

금리 인상 기조를 언제까지 유지할지에 대해서는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까지 안정적으로 수렴한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대응하겠다"며 "얼마나 적극적으로 대응할지는 앞으로 입수될 데이터를 보고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다음 주 공개되는 2분기 GDP 통계와 다음 달 나오는 7월 물가 데이터를 주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2분기 국민소득 통계를 아주 주의 깊게 보겠다"며 "1분기의 유례없는 수치가 2분기에는 좀 하향 조정이 되는지, 아니면 수출이 워낙 잘돼서 이게 계속 유지가 되는지를 주의 깊게 보겠다"고 말했다.

 

이어 "7월 물가가 발표되면 유가가 조금 내렸지만 근원 물가와 생활 물가를 주의 깊게 보겠다"고 덧붙였다.

 

환율과 가계대출 등 금융안정 측면에서도 긴축 기조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환율이 몇 주 전보다는 약간 안정되는 모습이 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이로 인해 수입 물가가 아직 높다"고 말했다.

 

물가 상승률이 목표보다 높은 상황이 얼마나 지속될지를 묻는 질문에는 "통화정책 대응에 따라서 상황이 바뀌게 되어 있다"며 "통화정책을 잘 쓰면 오랫동안 목표 수준보다 높게 유지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지난 5월 금리 동결이 실기였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그는 "당시에는 아직 데이터를 충분히 입수하지 못했다"며 "실기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당시에는 중동 상황이 상당히 불안했고, 여러 이유로 한 번 더 보고 가도 된다는 판단이 있었다"며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5월 이후에 입수된 여러 가지 정보가 당시보다 경제가 더 견조하고 성장세가 더 강세라는 쪽으로 기울어졌다"고 덧붙였다.

 

5월에 제시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 2.6%에 대해서는 "지금 판단으로 2.6% 성장률은 너무 낮다"며 "8월 통화정책결정회의 때는 상당폭 상향 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높은 성장세가 이어지며 GDP 산출 갭(실질 GDP와 잠재 GDP의 차이)이 플러스로 전환하는 시기도 앞당겨질 것으로 봤다. 그는 "지난 간담회 때 GDP 산출 갭이 내년 초에 플러스로 전환할 것이라고 했는데, 최근 상황을 봐서는 조금 더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으로 취약 차주 부담이 커진다는 우려에는 "채무 조정 등 취약차주의 어려움을 덜 수 있는 정책이 가장 필요하다"며 "여기서는 통화정책보다는 선별적 효과를 낼 수 있는 재정정책이나 금융정책이 가장 적합하다"고 말했다.

 

통화 긴축이 정부의 재정 확장 정책과 엇박자를 낼 수 있다는 지적에는 "재정 정책이 생산성을 높여서 잠재성장률을 높인다면 통화 정책에 더 부합할 수 있다"며 "지출의 형태, 규모, 집행 속도 등에 따라 해답이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증시 변동성 확대와 관련해서는 "실물경제에 미치는 리스크를 보고 있다"면서도 "주식은 다른 부채, 유동성 관련 지표와 달리 금융 시스템 리스크로 연결되는 경로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통화 긴축이 증시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금리가 주가를 결정한다는 평가는 100% 동의 안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 경제 여건 판단에는 반도체 기업 주가보다 반도체 가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반도체 가격 자체가 교역 조건으로 이어지고, 1분기 GDI(국내총소득)가 13.2% 성장한 것도 수출량보다는 반도체 가격이 올라서 그런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장률 개선에도 청년층 고용이 부진한 것과 관련해서는 "중동 전쟁이 고용 부진에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했다"며 "에너지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제조업, 건설업 등 기업들이 신중하게 행동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중동 불확실성이 완화되면서 서비스업 고용을 중심으로 완만한 증가세가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주택시장 과열에 대해서는 "통화 정책으로 집값을 잡는 것은 무리"라며 거시 건전성 정책이 우선이고 통화정책은 보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6일부터 시행된 외환시장 24시간 거래 연장의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까진 24시간 거래가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을 축소시키진 않았다"면서도 "시간이 걸리겠지만 궁극적으로 원화 실거래 없이 환율에 관한 포지션을 취하는 행위를 줄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해외에서 외국인들 사이에 원화 결제가 자유롭게 이뤄지는 역외원화결제시스템도 가을에 시범 가동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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