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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주 낙태' 산모 살인 무죄로 뒤집혀…병원장·집도의는 감형

2심 "태아 산 채로 나와 살해될 줄 몰랐다" 판단

작성일 : 2026-07-23 17:46 작성자 : 김수희 (battie009@nate.com)

법원 로고 [사진=연합뉴스]


36주 차 태아를 제왕절개 수술로 출산시킨 뒤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병원장과 집도의가 2심에서 형량을 낮춰 받았다. 반면 1심에서 살인 공범으로 유죄를 선고받았던 산모는 태아가 뱃속에서 사산됐다고 알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2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5부(김용석 부장판사)는 23일 살인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병원장 윤모씨에게 징역 4년과 벌금 150만원, 900만원 추징을 선고했다. 수술을 집도한 의사 심모씨에게는 징역 2년 6개월이 선고됐다. 두 사람에게는 5년간 아동 관련기관 취업 제한 명령도 함께 내려졌다.

 

1심에서는 윤씨가 징역 6년, 심씨가 징역 4년을 각각 선고받았던 것에 비해 형량이 줄어든 것이다. 반면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던 산모 권씨는 2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윤씨에게 임신중절 환자들을 소개하고 알선비를 챙긴 브로커 한모씨 등 2명은 모두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2심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윤씨와 심씨가 2024년 6월 임신 34∼36주 차인 권씨에게 제왕절개 수술로 태아를 출산하게 한 뒤 사각포로 덮어 냉동고에 넣어 살해한 혐의는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산모 권씨에 대해서는 판단이 달라졌다.

 

재판부는 권씨가 사건 당시 태아가 뱃속에서 사산된 상태로 배출된다고 알았을 뿐, 산 채로 모체 밖으로 나온 태아를 의사가 살해할 것이라는 사정까지는 몰랐다고 보고 살인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했던 1심 판단을 뒤집은 것이다.

 

재판부는 "권씨가 브로커들에게 '아이가 사산돼 나왔는지 의료진에 물어봐 달라'고 했고 브로커가 '그렇다'고 답했다"며 "권씨 입장에서는 이 답변이 의학적 지식이 없는 브로커가 의료진에게 문의하지도 않은 채 한 말이었다는 사실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권씨가 수술 당시 의료진에게 태아가 산 채로 나왔는지 적극적으로 확인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이는 브로커를 통해 이미 사산돼 나온다는 설명을 들었기 때문이라고 봤다. 수술 전 태아 처리 절차를 병원에 위임한다는 동의서를 쓴 것 역시 살아서 나온 태아를 의료진이 살해하는 것까지 용인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권씨는 수술 후 회복 과정 등이 담긴 영상을 제작해 유튜브에 게시했는데, 태아를 모체에서 배출해 인위적으로 살해한다는 상황을 알면서도 공개 채널에 영상을 게시했다는 것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병원장 윤씨와 집도의 심씨에 대해서는 엄중한 질타를 이어갔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삶을 위해 몸부림치며 마주쳤을 공포는 짐작하기 어렵고, 살인은 절대적 가치인 사람의 생명을 해하는 것으로 어떤 이유로든 정당화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임신한 여성이 임신을 유지할지 결정할 권리는 헌법상 보장되는 일반적 인격권에서 파생되는 자기결정권에 해당한다"며 "산모 권씨의 임신 종결 의사에서 비롯한 범행인 점은 양형에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법정에서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한 점도 유리한 정상으로 반영됐다.

 

이 사건은 권씨가 유튜브에 올린 낙태 경험담 영상을 두고 살인 논란이 불거지자, 보건복지부가 2024년 7월 경찰에 진정서를 내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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