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기환송심 "SK주식도 분할 대상"…최태원 측 재상고 시사, 장기화 가능성도
작성일 : 2026-07-24 18:04 작성자 : 오두환 (odh83@hanmir.com)
![]() |
| 24일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재산분할 소송 파기환송심에서 재판부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금으로 9천440억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사진은 지난달 15일 2차 조정 기일에 출석하는 최 회장과 노 관장. [사진=연합뉴스] |
최태원(65) SK그룹 회장과 노소영(65)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재산분할 소송 파기환송심 결론이 24일 나왔다.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금으로 9천440억원을 현금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다. 2017년 이혼 조정 신청으로 법적 다툼이 시작된 지 9년 만에 나온 결론이지만, 최 회장 측이 재상고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분쟁이 더 이어질 수도 있다.
서울고법 가사1부(이상주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 열린 파기환송심 기일에서 이같이 선고했다. 재산분할 비율은 노 관장 3분의 1, 최 회장 3분의 2로 정해졌다.
가장 핵심적인 쟁점은 최 회장이 보유한 SK주식을 분할 대상으로 볼 것이냐였다. 재판부는 이 주식이 상속·증여로 형성된 특유재산이어서 분할 대상이 아니라는 최 회장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주식의 형성과 가치 유지·증가에 노 관장도 기여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혼인기간 중 최 회장의 경영활동으로 주식 가치가 크게 증대됐고 여기에는 노 관장의 가사와 양육, SK그룹에 관한 대외 활동이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분할 대상 주식의 가액 산정 기준 시점을 두고도 공방이 있었다. 재판부는 이혼소송의 사실심(항소심) 변론 종결일인 2024년 4월 16일을 기준으로 삼았다. 재판상 이혼 확정 후 재산분할을 청구하는 경우 사실심 변론종결일을 기준으로 삼는다는 대법원 판례에 따른 것이다. 노 관장 측은 파기환송심 변론 종결일인 지난달 26일을 기준으로 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는데, 두 시점 사이 SK 주가가 5배 넘게 올라 결과에 상당한 차이를 낳을 사안이었다.
재판부는 "항소심 변론종결일 이후 파기환송심 변론종결일 사이 SK주식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으나, 이는 최 회장의 경영적 기여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고 짚었다. 또 "주가는 변동성이 크고 상장주식은 언제든 환가할 수 있는 현금성 자산"이라며 "이혼 확정 후 주식 처분에 따른 수익이나 손해를 혼인관계가 해소된 쌍방에게 분담하지 않으면 부부공동재산의 공평한 청산·분배라는 재산분할제도의 목적에 현저히 부합하지 않는 결과를 부른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부부공동재산의 공평한 분배를 위해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한 사정은 재산분할 비율 산정에서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인 분할 비율에 대해서는 "혼인 당시 보유 자산, 부부공동재산의 취득 경위, 공동재산 형성과 유지에 대한 두 사람의 기여 정도, 혼인 기간 등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다만 지난해 10월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노 관장의 부친인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이 비자금 300억원을 SK 측에 전달했다고 해도 이를 노 관장 측 기여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최 회장이 혼인관계 파탄 전 경영권 유지와 경영활동 차원에서 친인척에게 증여한 주식은 분할 대상에서 제외됐다.
재산분할금은 현금으로 지급하도록 명해졌다. 재판부는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은 회사 경영권 내지 지배권의 근거가 되는 측면이 있는 점, 분할대상 재산의 명의와 형태, 취득 경위, 이용 상황 등을 고려해 재산분할비율에 따른 노 관장 몫 중 부족한 금액은 최 회장이 현금으로 지급하는 것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선고 후 최 회장 측 대리인은 취재진에 "최 회장은 지금까지 과정에서 많은 분께 심려를 끼친 데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한 뒤 판결에 대한 구체적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노 관장 측 대리인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법원을 나섰다.
두 사람은 고(故) 최종현 선경그룹 회장의 장남과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로, 미국 시카고대 유학 중 만나 1988년 9월 청와대 영빈관에서 결혼식을 올렸고 슬하에 세 자녀를 뒀다. 결혼 생활 중에도 굴곡이 적지 않았다. 1990년 선경그룹이 제2이동통신 사업자로 선정됐을 당시 노태우 당시 대통령의 특혜 의혹에 휩싸였고, 1994년에는 두 사람이 함께 외화 밀반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가 무혐의 처분됐다. 1995년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사건 때도 다시 수사선상에 올랐다가 벗어났다.
파경은 2015년 12월 최 회장이 일간지에 이혼 의사를 밝히는 편지를 보내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A4 용지 3장 분량의 편지에서 최 회장은 "노 관장과 십년이 넘게 깊은 골을 사이에 두고 지내왔고 노력도 많이 해보았으나 그때마다 더 이상의 동행이 불가능하다는 사실만 재확인될 뿐 상황은 점점 더 나빠졌다"고 적었다. 당시 그는 한 여성과 딸을 낳았다고 고백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최 회장은 2017년 7월 법원에 이혼 조정을 신청하며 본격적인 절차에 들어갔다. 이듬해 2월 조정 불성립으로 정식 소송에 돌입할 때까지만 해도 노 관장은 이혼에 반대한다는 입장이었으나, 2019년 12월 반소(맞소송)를 제기하면서 법정 다툼이 본격화됐다. 당시 노 관장은 페이스북에 "이제는 남편이 저토록 간절히 원하는 '행복'을 찾아가게 하는 것이 맞지 않나 생각한다"고 올리기도 했다. 노 관장의 맞소송으로 청구액이 높아지자 서울가정법원은 사건을 단독에서 합의부로 이송했다.
이혼 소송 1심은 2018년 7월 첫 변론기일부터 2022년 12월 선고까지 약 4년 5개월간 진행됐다. 재판부는 SK주식을 최 회장의 특유재산으로 보고 위자료 1억원과 재산분할 현금 665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반면 2심은 변론 시작 두 달여 만인 2024년 5월 위자료를 20억원, 재산분할액을 1조3천808억원으로 대폭 늘렸다. SK그룹의 성장에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과 노 관장의 기여가 있었기 때문에 SK 주식도 재산분할 대상이라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대법원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불법 자금인 이상 이 돈이 SK에 유입됐다 해도 재산분할에서 노 관장의 기여로 참작할 수 없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돌려보냈다. 이때 위자료 20억원 부분은 그대로 확정돼, 파기환송심에서는 재산분할 문제만 다뤄지게 됐다. 이날 판결로 1심 665억원, 2심 1조3천808억원, 파기환송심 9천440억원까지 재판부에 따라 최대 20배가량 차이 나는 분할액이 모두 등장한 셈이다. 파기환송 후 9개월 만에 나온 이번 결론에도 불구하고, 최 회장 측이 판결문 검토 후 재상고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히면서 사건이 다시 대법원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남아 있다.
거액의 판결액이 확정되면서 SK그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재계 안팎에서는 1심 665억원에서 2심 1조3천808억원으로 20배 넘게 뛰었던 분할액이 대법원 파기환송 이후 상당폭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다. 대법원도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이 최 회장 보유 SK㈜ 지분의 종잣돈이 됐다고 본 2심 판단에 대해 "300억원이 지원됐더라도 불법 원인 급여"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 법원이 1심보다는 2심에 훨씬 가까운 9천400억원대로 분할액을 정하면서, 최 회장 보유 SK㈜ 지분의 변동 가능성이 다시 커졌다.
시장에서는 최 회장이 지분 매각에 앞서 보유 자금으로 현금을 조달하려 하겠지만, 실제 이행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 회장이 2025년 결산에서 SK㈜로부터 받은 배당금은 1천38억원으로 추정된다.
또 SK㈜ 공시에 따르면 최 회장이 보유한 SK㈜ 1천297만주 중 약 21%인 272만8천995주가 담보로 설정돼 있고, 이를 담보로 4천400억원에 가까운 대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간 배당금과 주식 담보 대출만으로 9천억원대 분할액을 조달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어서, 최 회장이 SK㈜ 지분을 일부 매각해 자금을 마련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현재 SK㈜ 시가총액은 약 46조원이고, 이 중 최 회장 지분은 약 8조2천억원 규모다. 만약 최 회장이 본인 지분의 약 5%인 4천100억원 규모를 매각한다면, 나머지 약 5천300억원은 배당금과 보유 현금, 주식 담보 대출 등으로 충당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다만 지분을 매각하더라도 경영권이 크게 흔들릴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분할액이 1조4천억원에 육박했던 2024년 5월 2심 당시 SK㈜ 주가는 17만원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4배에 육박한다. 반면 분할액은 9천440억원으로 줄어든 만큼 지분 매각 부담은 그만큼 가벼워졌다. 최 회장이 4천100억원 규모 지분을 매각하더라도 지분율은 기존 17.9%에서 약 1%포인트 줄어드는 수준이며,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최 회장 측 SK㈜ 지분은 여전히 30% 정도로 추산된다.
안정적 경영권 방어를 위한 지분율이 통상 35% 선으로 여겨지는 것에 비하면 낮지만, 30% 안팎이면 당장 경영권을 위협받을 상황은 아니라는 게 재계의 풀이다. 다만 2003년 외국계 운용사 소버린의 공격으로 경영권 위기를 겪었던 전례를 고려하면, 최 회장이 보유 현금과 자산을 우선 동원하고 지분 매각 규모를 가급적 줄이려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 저작권자 ⓒ 퍼스널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