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사가 기사 초안 작성, 기자에게 1건당 30만원…헬스장 사물함서 현금 전달
작성일 : 2026-07-29 17:35 작성자 : 오두환 (odh83@hanmi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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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겸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 부장이 29일 서울남부지검에서 경제신문기자 등의 선행매매 사건 중간수사 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특징주 기사를 활용해 주가를 끌어올린 뒤 미리 사둔 주식을 팔아치우는 이른바 '선행매매'로 약 86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회계사 1명과 기자들로 구성된 이 일당은 거래량이 적거나 주가 변동성이 큰 중소형주와 테마주를 골라, 특징주 기사가 배포되기 전 해당 종목을 미리 사들이고 보도 이후 주가가 오르면 되파는 수법을 썼다. 회계사가 기사 초안을 써서 넘기면 이를 기자들이 대신 송고하는 구조였다. 자극적인 제목이 붙은 기사가 나간 뒤 거래가 발생한 계좌는 614만개에 달했다. 이들과 별개로 300건이 넘는 특징주 기사를 이용해 7억원가량을 챙긴 경제신문 기자도 구속기소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부장검사 김태겸)는 29일 중간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회계사 1명과 경제신문 기자 6명 등 8명을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위반 등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회계사인 유사투자자문업체 대표 A씨와 기자 5명, 투자자 1명은 자본시장법 위반과 배임수·증재 등 혐의로, 특징주 기사를 직접 이용해 선행매매를 한 기자 B씨는 자본시장법 위반 및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각각 기소됐다. 이 중 구속된 기자는 B씨를 포함해 3명이며, 회계사 A씨도 구속됐다.
A씨 등 7명은 2020년 10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약 4년 8개월 동안 특징주 기사 1천800여건을 이용해 총 85억5천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서현재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국 국장은 "이들이 기사를 배포한 직후 614만개가 넘는 계좌에서 거래가 발생한 점이 확인됐다"며 "이번 사건이 자본시장에 미친 영향이 상당하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A씨는 온라인 게임을 하다 알게 된 기자 C씨와 함께 범행을 모의하고, 기사 1건당 30만원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현직 기자들을 순차적으로 끌어들였다. 기자 3명에게는 기사 배포 대가로 각각 1억5천만원, 1억6천만원, 2천800만원이 지급됐다.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A씨 명의 체크카드를 건네 기자들이 ATM 기기에서 현금을 인출하게 하거나, 헬스장 사물함 등에 현금을 넣어두는 방식도 동원했다.
서 국장은 "종목이 선정되면 A씨가 직접 기사 초안을 쓰고, 매수세를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 제목을 투자자들이 오해할 수 있게 적었다"며 "A씨가 기사 제목을 바꾸는 것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A씨 일당과 별개로 범행한 B 기자는 본인이 작성한 특징주 기사가 보도되기 직전 해당 종목을 매수한 뒤 보도 후 주가가 오르면 되파는 방식을 썼다. 이런 수법으로 2022년 10월부터 2024년 7월까지 총 340건의 기사를 이용해 약 7억4천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과정에서 금융당국의 적발을 피하려고 지인 명의의 차명계좌를 동원한 사실도 확인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가 추가로 적용됐다.
검찰은 지난 6월 금감원으로부터 사건을 송치받은 뒤 사건 관계인을 전면 재조사하고 텔레그램 대화내역 및 계좌거래내역 등을 정밀 분석해 보완수사를 벌였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회계사 A씨와 기자 C씨가 압수수색을 당한 직후 각자 소유한 부동산을 매도해 법원의 추징보전명령을 무력화하려 한 정황도 드러났다. 이에 검찰은 계좌 추적 등을 통해 이들이 매도 대금으로 새로 취득한 부동산을 찾아내 추가 추징 보전에 나섰고, 나머지 금융 자산 등도 동결 조치했다.
검찰은 "범죄 수익을 끝까지 추적해 박탈하겠다"며 "주식시장 교란 행태에 단호히 대응해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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