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졌느냐" 면박에 과거 반복 질의도…"맹탕" 지적 나와
작성일 : 2026-07-30 17:22 작성자 : 우세윤 (dmaa77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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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과 홍명보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3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대한축구협회 현안 관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과 홍명보 전 국가대표팀 감독이 3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성적 부진에 대해 고개를 숙였다.
국가대표팀이 졸전 끝에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뒤 마련된 이번 청문회에서 여야 의원들은 감독 선임 절차와 협회 운영 전반의 난맥상을 강도 높게 추궁했다. 다만 핵심 증인들의 불참과 지엽적인 질의 등으로 '반쪽 청문회'라는 지적도 나왔다.
정몽규 전 회장은 모두발언에서 "재임 기간에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최대한 노력했지만 일련의 논란과 북중미 월드컵의 미흡한 결과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축구협회장으로서 책임감을 통감하고 국민과 축구 팬 여러분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에 대해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축구협회장 사퇴 이후 앞으로 기업인으로서 열심히 경영에 집중하고 사회에 기여하겠다"고 덧붙였다.
홍명보 전 감독도 "북중미 월드컵에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점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먼저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그동안 대표팀에 보내 주신 기대에 보답하지 못한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오늘은 제가 알고 있는 사실과 제가 져야 할 책임을 피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말씀드리겠다"며 "어려운 상황에도 끝까지 뛰어 준 선수들에게 감독으로서 미안함과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선수들 노력의 결과로 보답하지 못한 점을 무겁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정 문체위원장은 청문회에 앞서 "대한민국 축구는 오랜 기간 국민께 기쁨과 자부심을 안겨주는 국민 스포츠로 자리매김해왔다. 스포츠 이상"이라며 "최근 감독 선임이나 운영 공정성, 투명성에 대한 여러 가지 의혹 제기가 있었고, 운영 전반에 대해서도 국민의 우려와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고 청문회 취지를 설명했다.
여야 의원들은 협회 운영의 불투명성을 조목조목 짚었다.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은 정 전 회장에게 "'현대 축구협회', '고대 카르텔'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나"라며 "회장도, 감독도 고대 출신 아니면 협회에 발도 못 딛는다는 그 말이 왜 나오나"라고 물었다.
정 전 회장은 "제가 임명한 남자 대표팀 감독 25명 중 고대 출신은 1명이고, 여자 대표팀 감독 20여 명 중 고대 출신은 없다"면서도 "그렇게 이미지가 바뀐 데 대해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같은 당 노종면 의원은 천안 코리아 풋볼 파크 내 미니 스타디움 건립 문제를 추궁했다. 그는 "국고보조금 77억원이 투입된 사업에 협회는 임원실이나 회장실 같은 사무 공간이 없는 도면을 제시했다"며 "특정한 종목 단체의 사무실을 짓는 데 국비를 줄 수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 건축 허가 당시에는 회장실, 전무실, 임원실, 비서실 등을 건립하는 것으로 허가받았다"며 "사업계획서상 도면과 건축허가를 받을 때의 도면은 구조도, 용도도 다르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정연욱 의원은 정 전 회장이 회장직에서 물러나면서도 국제축구연맹(FIFA) 상업·마케팅 자문위원회 부위원장, 아시아축구연맹(AFC) 집행위원 및 회원협회 위원회 부위원장직을 계속 맡는 데 문제를 제기하며 "정 전 회장이 국제 무대에 남는 것이 한국 축구 외교의 자산인지, 미완의 퇴장인지도 말끔히 정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 전 회장은 "협회 회장을 사퇴한 마당에 자리에 연연할 일은 없다"며 "새롭게 회장이 뽑히고 집행부가 구성되면 결정에 따르겠다"고 답했다.
같은 당 배현진 의원은 홍 전 감독의 선임 과정을 거듭 비판했다. 배 의원은 "2024년 당시 감독 추천 권한이 없던 이임생 전 이사가 밤 11시에 빵집에서 면접하듯 만난 후 별도의 면접이나 PT 없이 감독으로 선임됐다"며 "관례와 절차를 무시한 특혜 시비가 일었다"고 지적하며 "'빵집 면접'으로 감독이 될 수 있다는 데 후배나 축구 관계자들 보기에 부끄럽다는 생각은 안 했나"라고 물었다.
이에 홍 전 감독은 "저한테 감독 제안이 왔을 때 정상적 절차를 거쳤다고 생각했다"며 "국민께서 '불투명하다' 생각하실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어떤 특혜나 이익을 요구한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2024년 문화체육관광부 감사에서 정 전 회장 등이 자격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요구받은 뒤 이에 불복해 소송을 벌이고 있는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국민의힘 윤용근 의원은 "협회는 운영상 부실을 인정한다면서도 문체부의 특별감사에 왜 항소를 이어가나"라며 "지금이라도 이사회 의결로 소를 취하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청문회에는 정몽규 전 회장과 홍명보 전 감독, 이용수·김병지 축구협회 부회장, 김승희 전무 등 총 15명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하지만 홍 전 감독 임명 논란의 핵심 당사자인 이임생 전 협회 기술총괄이사(현 캄보디아 나가월드 테크니컬 디렉터)와 박항서 전 부회장(현 태국 2부 깐짜나부리 파워 FC 감독) 등 주요 증인이 불참하면서 '반쪽 맹탕' 청문회라는 지적이 나왔다.
참고인 역시 애초 채택된 13명 중 유승민 대한체육회장과 김대희 케이(K)-축구 혁신위원 등 4명만 출석했고, 유승민 회장이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K-축구 혁신위원회의 박지성 공동위원장과 이영표·박주호 위원 등은 나오지 않았다. 참고인은 출석 의무가 없다.
이재정 위원장은 일부 증인과 참고인의 불출석 및 미흡한 불출석 사유에 유감을 표하며 "청문회 자리를 외면했다고 해서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며 향후 국정감사 등에 다시 부를 수 있다고 밝혔다.
여야 의원들은 정몽규 전 회장이 이끈 지난 13년 동안 축구협회가 '사조직'처럼 운영돼 왔다며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고 질타했다. 문체부 감사에 따른 징계 요구에 불복해 협회가 낸 소송이 정몽규 전 회장을 위한 사적인 대응이라는 지적, 문체부 차관 출신 인사들이 줄줄이 협회 부회장을 맡은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대한체육회가 대한축구협회를 관리단체로 지정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다만 내실을 둘러싼 아쉬움도 남았다. 이재정 위원장은 시작에 앞서 "대표팀의 성적 부진만을 따지기 위한 자리가 아니다. 축구 거버넌스 전반에 대한 지혜를 모색하고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으나, 실제로는 월드컵 경기 결과를 두고 "왜 졌느냐"고 일방적으로 면박을 주는 등 취지에 걸맞지 않아 보이는 장면들도 있었다.
홍 전 감독 선임 논란을 계기로 2024년 현안 질의나 이후 국정감사에서 이미 다뤄진 내용이 반복적으로 언급되기도 해, 내실 있는 자리가 됐는지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런 흐름을 우려한 듯 이재정 위원장은 청문회 시작 전 "지엽적인 지적이나 공방에 머무르기보다 시스템과 제도 개선에 필요한 점을 점검해 큰 그림의 시작점이 되도록 생산적인 논의를 이끌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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