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여년 사법체계 전환…與 주도 표결, 국힘 필리버스터 뒤 불참
작성일 : 2026-07-31 18:23 작성자 : 오두환 (odh83@hanmi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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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사의 직접, 보완 수사 권한을 전면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31일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서초동 대검찰청을 나서며 입장을 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검사의 직접 수사 권한을 전면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처리됐다. 이에 대한 반발로 법안 통과 직후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형소법 개정에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수사·기소 완전 분리…국힘 불참 속 가결
법안은 재석의원 178명 중 찬성 175명, 반대 2명, 기권 1명으로 가결됐다. 법안 처리에 반대하며 전날 개정안의 본회의 상정 직후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를 신청해 토론을 이어온 국민의힘은 표결에 불참했다.
이번 개정안은 수사와 기소를 완전히 분리해 검사의 직접 수사를 막는 것이 핵심이다. 검사의 보완수사권도 폐지되지만, 검사는 사법경찰관에게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 이 경우 경찰은 1개월 안에 보완수사를 마쳐야 하며 그 결과를 검사에 알려야 하고, 수사 기간은 필요에 따라 최대 1개월 연장할 수 있다. 수사 과정의 모든 자료는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에 기록하도록 했다.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경찰이 사건을 불송치할 경우 고소인·피해자·고발인이 이의를 신청할 수 있게 하고, 이에 필요한 사건 기록 열람·등사 권한도 부여했다. 또 ▲중대한 위법 수사를 근거로 공소가 제기된 경우 ▲소추 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해 공소가 제기된 경우를 공소 기각 판결의 새로운 사유로 추가했다.
법안 처리를 주도한 민주당은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주희 원내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70여년간 이어져 온 형사사법 체계가 마침내 '수사와 기소의 분리'라는 원칙 위에 다시 서게 됐다"며 "무소불위의 권한을 남용한 검찰을 개혁하라는 국민의 명령에 국회가 응답한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에 동조해온 조국혁신당 신장식 대표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검찰이 깡패처럼 휘둘러 온 수사권이 형사소송법에서 삭제됐다"며 "검찰의 특권이 다른 이름, 모습으로 되살아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최은석 원내수석대변인 명의 논평에서 "민주당이 끝내 국민 여론을 저버리고 소수 강성 지지층의 손을 들어줬다"며 "오늘부로 '빽' 없는 선량한 국민은 국가가 마지막으로 제공하던 법률적 안전장치를 잃었다"고 비판했다.
법안 처리 후 본회의에는 신속 처리 대상 안건(패스트트랙)의 심사 기한을 기존 330일에서 90일로 단축하는 국회법 개정안이 상정됐고, 국민의힘은 상정 즉시 필리버스터에 들어갔다. 국회가 이날 자정에 7월 임시국회 회기를 종료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필리버스터는 이때 자동 중단되며, 국회법 개정안은 8월 임시국회 첫 본회의에서 표결이 이뤄질 예정이다.
구자현 대행 "책임 통감" 사의
법안이 통과되자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이날 오후 6시 퇴근길 대검찰청에서 "형소법 개정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방금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15일 취임 후 258일 만이다.
구 대행은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검찰 구성원 모두의 성찰이 필요하다"면서도 "다만 그런 이유로 제도 개편이 이뤄지더라도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고 피해자를 비롯한 사건 관계인을 보호하는 검찰 제도의 본질이 훼손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국민의 권리를 보장하고 범죄로부터 사회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개편의 방향성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왔다"며 "이번 형소법 개정안이 검사가 수사기록에만 의존해 기소 여부를 결정할 수밖에 없고, 피해자 보호에 충실하기 어려우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비효율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는 우려도 지속해 제기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부분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채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됐고, 이에 안타깝고 막막한 심정을 감추기 어렵다"며 "개정안이 정부로 이송되더라도 제도의 공백은 없을지, 국민을 보호하는 데 부족함은 없을지 한 번 더 살펴봐 주시기를 간곡하게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이어 "법조계를 비롯한 각계 전문가들과 국민들께서 걱정하시는 부분이 여전히 남겨진 상태에서 형소법이 이처럼 개정되는 것에 대해 저 또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앞으로는 모든 국민이 법 앞에서 공정하게 보호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우리 형사사법제도가 발전해 나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법 앞의 공정" 강조해 온 검찰 요직 출신
구 대행은 사법연수원 29기로 수료한 뒤 서울지검 남부지청 검사로 임관해 대검과 중앙지검, 법무부를 두루 거쳤다. 2020년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문제로 대립하던 시기에는 법무부 대변인으로서 추 장관의 '입' 역할을 했다. 서울중앙지검 3차장을 거쳐 검사장으로 승진해 검찰의 인사와 예산을 총괄하는 법무부 검찰국장을 지냈다.
이후 윤석열 정부로 정권이 교체되면서 대전고검 차장, 광주고검 차장,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등 '한직'을 돌다, 지난해 7월 이재명 정부의 첫 검찰 인사에서 서울고검장으로 임명되며 다시 요직을 맡았다. 지난해 11월에는 '대장동 항소 포기' 논란 끝에 사표를 낸 노만석 전 검찰총장 직무대행에 이어 대행 자리에 올랐다.
취임 후 대외 메시지를 거의 내지 않고 절제된 행보를 보이던 구 대행은 검찰을 겨냥한 국회 국정조사가 시작된 뒤 대장동 사건 수사 검사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자 "참담한 마음"이라며 공개 우려를 표한 바 있다. 당시 퇴근길 도어스테핑(약식문답)에서 그는 "사건 관계인들의 일방적이고 단편적인 주장으로 적법절차에 따른 법원의 판단이 공격받고, 해당 사건의 수사와 공소 유지를 담당한 일선 검사나 수사관들이 증인으로 소환됐다"며 "어떤 국정조사도 재판에 영향을 주려고 한다는 평가를 받아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법안 상정을 앞둔 지난 29일에도 그는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등 형사소송법 개정 논의의 내용과 그 방향성에 대해 검찰총장 직무대행으로서 무거운 마음"이라는 입장문을 냈다. 그러면서 "최근 다수의 사안에서 확인되는 바와 같이 1차 수사기관의 수사 내용에 대한 검사의 실효적인 점검·보완·시정 기능이 사라진다면 진실은 은폐되고 대한민국의 형사사법 체계는 무너질 것"이라며 "그로 인한 피해는 누구보다 국가의 보호를 필요로 하는 국민들께서 부담하시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보완수사권을 비롯해 검찰이 요구했던 조항들이 끝내 반영되지 않은 채 개정안이 통과되자,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구 대행의 사표가 수리되면 검찰총장 직무는 당분간 박규형 대검 기획조정부장이 맡아 '대행의 대행' 체제로 운영될 예정이다. 정부는 동요하는 조직 내부 분위기를 추스르고 형소법 개정의 후속 작업을 마무리하기 위해 조만간 후임을 임명할 것으로 관측된다. 새로 임명되는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오는 10월 출범하는 공소청의 초대 수장까지 연이어 맡게 될 가능성이 높으며, 일각에서는 공소청 출범이 임박한 만큼 청문회 일정 등을 고려해 대행 임명 없이 바로 공소청장을 지명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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