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6-08-20 18:18 작성자 : 우세윤 (dmaa77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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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 조사 후 귀가하는 '필라테스 가맹 사기 의혹' 양정원 [사진=연합뉴스] |
금품과 향응을 받고 방송인 양정원씨의 사기 사건을 덮어준 혐의로 전직 강남경찰서 수사팀장 등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부(부장검사 신동환)는 20일 강남서 수사팀장을 지낸 송모 경감을 뇌물수수와 직권남용,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경찰청 소속 이모 경정을 알선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현재 직위해제된 상태다.
검찰 조사 결과 양씨의 남편 이모씨는 이 경정을 거쳐 송 경감에게 사건 무마를 청탁했고, 그 대가로 수사 정보를 넘겨받으며 룸살롱 접대까지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이 이날 공개한 통화 녹취에서 송 경감은 곧 사건이 마무리될 것이며 이미 불송치로 처리하도록 지시했다는 취지로 말했고, 이씨는 고마움을 표하며 식사 자리를 제안하는 답을 했다.
특히 송 경감은 사기 혐의로 고소돼 전산상 '피의자'로 등록돼 있던 양씨를 임의로 '참고인' 신분으로 바꿔 수사선상에서 빼낸 것으로 조사됐다. 고소인은 불송치 결정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지만 참고인 신분에서는 이 권리가 사라진다는 점에서, 검찰은 피해자가 불복할 기회조차 박탈당했다고 지적했다.
신 부장검사는 이날 브리핑에서 20년간 수사 경력 중 피의자를 참고인으로 전환한 사례는 처음 봤다며, 통상 참고인 전환은 애초에 엉뚱한 사람을 피의자로 잘못 입건했을 때나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을 재판에 비유하면 피고인이 별안간 증인으로 둔갑한 것과 다름없다고 덧붙였다.
이후 송 경감과 이 경정은 이씨에게 조사 당일 직접 안내를 해주고 신분까지 참고인으로 바꿔주는 등 각별히 신경 썼다는 취지로 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두 사람은 그 감사의 표시이자 향후 다른 사건 청탁 명목으로 명품 스카프와 함께 수백만원 상당의 유흥주점 접대를 받았다.
검찰이 공개한 또 다른 녹취에서는 접대를 받은 송 경감이 깊이 감동했다는 뜻을 전하자 이씨가 앞으로 잘 모시겠다고 화답하는 대목도 나왔다. 접대 이틀 뒤 양씨와 관련한 다른 사기 사건 수사가 불거지자, 송 경감은 담당 후배 경찰관에게 이미 불송치 처리한 사안이니 서둘러 종결하라고 압박했고, 진행 상황을 이씨에게 수시로 알려준 것으로 조사됐다. 이 경정 역시 송 경감의 영향력을 언급하며 이씨와 사적인 만남을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송 경감은 동료 경찰관을 시켜 피해자에게 고소 취소를 종용하고 후배들을 압박해 수사를 조기 종결시켰으며, 해당 사건들은 결국 참고인 중지나 불송치로 마무리됐다고 검찰은 밝혔다. 이씨는 앞서 지난 5월 뇌물공여 혐의로 먼저 재판에 넘겨진 바 있다.
검찰 수사를 종합하면 송 경감은 강남서 수사팀장으로 근무하던 중 양씨 사건을 포함해 피의자 등 4명으로부터 모두 5건의 사건 무마·정보 제공 청탁을 받고, 2023년 8월부터 올해 2월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800만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을 챙긴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는 이씨와 함께 주가조작을 벌인 이른바 '시세조종 선수' A씨 사건도 포함됐다. 송 경감은 A씨가 사기 혐의로 고소되자 유흥업소 접대를 받은 뒤 약 두 달 만에 무혐의 불송치로 사건을 끝냈다.
해외로 출국해 지명통보된 또 다른 사기 피의자에게도 접근해 사건을 챙겨주겠다며 접근했는데, 조사 다음 날 직접 찾아가 식사비를 대신 내게 하고 현금까지 받았다. 이후 두 달가량 지나 해당 사건을 무혐의 불송치로 처리한 뒤에는 피의자가 머물던 해외까지 찾아가 두 차례에 걸쳐 미화 3천달러 상당을 수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단계·가상화폐 사업자인 B씨로부터도 수사 정보와 편의 제공 명목으로 200만원 상당의 백화점 상품권을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조사 당일 송 경감은 B씨 측에 동행자의 차량 이동을 도와주고 다과까지 챙겨줬다는 문자를 보냈고, 이후 함께 점심을 먹으며 후배 경찰관에게 사건을 서둘러 마무리하라고 재촉했다. 이 사건 역시 고소 접수 두 달 만에 무혐의 불송치로 끝났다.
문제는 검찰 수사에서 상품권 수수 사실이 드러나자 이를 은폐하려 한 정황까지 포착됐다는 점이다. 송 경감은 B씨의 직원 C씨가 명절선물로 받은 상품권을 자신이 돈을 주고 산 것처럼 꾸미는 허위 시나리오를 만들었고, C씨 등을 사건과 무관한 '대역 참고인'으로 내세워 차명전화로 연락하며 검찰에서 거짓 진술을 하도록 종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뇌물공여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한편 검찰은 지난 4월 송 경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금품·향응이 뇌물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다툼의 여지가 있어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며 기각한 바 있다. 이에 검찰은 지난달 31일 영장을 재청구했고, 법원은 이달 5일 도주와 증거인멸 우려를 이유로 영장을 발부했다.
신 부장검사는 영장 발부 경위와 관련해 처음에는 인플루언서 관련 사건 자료만 있었지만 수사를 진행하며 혐의를 추가로 보강했고, 송 경감 측이 낸 방대한 분량의 의견서 내용이 오히려 조작된 시나리오와 증거임을 규명하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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