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국세 자동연동 폐지하고 성장률·학령인구 반영 방식으로 전환
작성일 : 2026-08-21 18:39 작성자 : 신준호 (shinister010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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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반도체 호황으로 불어난 세수를 국가의 미래 동력에 쏟아붓겠다는 정부 구상이 21일 공개됐다. 그 대가로 1972년부터 이어져 온 교육교부금의 내국세 연동 구조는 55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최교진 교육부 장관이 참석한 재정운용전략협의회를 주재하고, 이런 내용을 담은 재정 개편 방향을 발표했다. 핵심은 두 가지다. 하나는 늘어난 세수를 따로 모아두는 '미래대응기금'의 신설이고, 다른 하나는 내국세의 20.79%가 자동으로 배정되던 교육교부금 산정 방식의 전면 변경이다.
미래대응기금의 재원은 이른바 '추가세수'다. 다음 해 예산안의 내국세 세입이 최근 10년간의 평균 증가 추세를 웃돌 경우, 그 초과분을 일반회계에서 떼어내 기금으로 옮기는 방식이다. 반대로 세수가 추세치에 못 미치면 기금에서 일반회계로 돈을 되돌려 보낸다. 세수가 널뛰더라도 재정 운용은 흔들리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박 장관은 "남을 때 저장해 두었다가 부족할 때 쓸 수 있는 재정 곳간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이 기금을 잠재성장률 반등을 뒷받침할 전략적 투자 플랫폼이자 세수 변동성을 완화할 안전장치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기금의 정확한 규모는 다음 달 초 내년도 예산안 발표 때 공개되지만, 대략적인 윤곽은 그려볼 수 있다. 2027년 내국세 추세치는 370조원 안팎으로 추산되고, 박 장관이 앞서 언급한 2027년 국세 수입 전망(500조원+α)에 최근 몇 년간의 내국세 비중(88~89%)을 적용하면 추가세수는 60조~70조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호조가 이어지고 9월말 발표될 초과세수까지 합쳐지면 기금 규모가 100조원을 넘어 최대 200조원에 육박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기금은 청년 지원, 인공지능(AI)을 비롯한 7대 성장동력 프로그램, 지방 균형발전, 교육·인재 양성 등 네 갈래로 집중 투입된다.
교육교부금, '내국세 몇 %'에서 '성장률+학령인구'로
가장 큰 변화를 맞는 것은 교육교부금이다. 지금까지는 내국세의 20.79%가 별다른 조건 없이 자동으로 배정됐지만, 내년부터는 3년 평균 경제성장률과 3년 평균 학령인구 변화율의 35%를 반영해 금액을 산출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세수가 급증해도 그 증가분이 그대로 교육교부금으로 흘러가지는 않게 되는 셈이다.
다만 정부는 총액과 학생 1인당 교부금 모두 계속 늘어난다는 점, 그리고 전년보다 액수가 줄어드는 해에는 차액을 보전해 총액 감소를 막는 장치를 법에 명시하겠다는 점을 개편의 안전판으로 제시했다. 이렇게 마련된 재원은 미래대응기금 안에 신설되는 교육·인재 계정으로 들어가 영유아 교육과 고등·평생교육 등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분야에 쓰인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이에 앞서 열린 별도 브리핑에서 개편의 취지를 재차 설명했다. 그는 "미래대응기금 내 교육·인재 계정을 통해 내국세 연동제가 가진 확고한 교육투자 의지를 계승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학령인구 감소와 세수 여건 변화 같은 환경 변화를 반영하면서도 초·중등교육에 대한 안정적 투자는 지속하고, 영유아·고등·평생교육으로 투자 범위를 넓혀 생애 전 단계의 교육 발전을 꾀하겠다고 덧붙였다. 법 개정과 관련해서는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최우선에 두겠다"며 절차를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방파제 허물려 한다"…교육계 전면 반발
교육 현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전국 363개 교육·시민·사회단체가 모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대응 긴급행동'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20.79% 연동제 폐지를 끝내 강행한다면 교육감과 교원, 학부모, 교육노동자 등과 함께 강력한 공동행동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내국세 연동 구조를 "지방교육이 정치적 상황에 흔들리지 않도록 만든 재정의 방파제"로 규정하며, 이를 허무는 것은 교육의 자주성과 안정성을 훼손하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개편 논의 과정에 대해서도 교육 주체를 배제한 "밀실합의"였다고 꼬집었다.
전국 17개 시도 교육감이 모인 대한민국교육감협의회 역시 공동입장문을 내고 개편안의 전면 백지화를 요구했다. 이들은 학령인구가 줄어든다고 해서 교직원 인건비나 시설 관리비 같은 기본 재정 수요까지 같은 비율로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하며, 오히려 AI·디지털 교육이나 기초학력 보장 같은 새로운 수요는 늘고 있다고 반박했다.
정부가 내세운 '교부금 총액 지속 증가' 논리에 대해서도, 교부금이 전년 수준에 머물러도 물가·인건비 상승을 감안하면 실질 재정 여력은 오히려 줄어들 수 있고, 1인당 교부금 증가 역시 학령인구 감소만으로도 산술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수치라고 맞섰다. 협의회는 교육청과 소통할 공식 협의체 구성도 함께 요구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 등 교원 3단체도 이날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별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최근 세수 증가로 교부금이 늘었다고 해서 재정이 충분하다고 볼 수는 없으며, 학교 현장이 떠안는 역할은 갈수록 다변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미래대응기금이 고등·평생교육과 영유아 교육에 쓰일 예정이라는 점을 겨냥해 "초·중등 공교육의 재정을 빼앗아 미래를 말하는 것은 기만"이라고 비판했다.
거세지는 반발에 박홍근 장관은 진화에 나섰다. 그는 "재정을 맡고 있는 장관으로서 다시 한번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결코 유·초·중등 우리 아이들의 교육 예산이 줄어들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개편에서 지방교부세 역시 산정 기준이 바뀐다. 현재는 내국세의 19.24%를 그대로 배정하지만, 앞으로는 내국세에서 미래대응기금 적립액을 먼저 제외한 나머지 금액의 19.24%로 계산한다. 연동률 자체는 유지하되 계산의 모수를 바꾸는 방식이며, 기금 내 지방계정을 통해 지역 성장 거점 조성과 정주 여건 개선에 재투자한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패키지 법안을 마련해 입법예고와 국무회의를 거친 뒤, 다음 달 3일 내년도 예산안과 함께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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