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노소영 이혼소송이 소환한 의혹…아들 노재헌 재단에도 자금 유입 정황
작성일 : 2026-08-21 18:46 작성자 : 우세윤 (dmaa77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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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태우 전 대통령 일가의 비자금 은닉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의 자택 등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섰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소정수 부장검사)는 이날 노 전 대통령 일가의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과 조세포탈 혐의 등과 관련해 김 여사가 머무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사저 등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91세 노령의 여성이 검찰 강제수사의 한복판에 섰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다.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소정수 부장검사)는 21일 김 여사가 머무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사저를 압수수색했다. 노 전 대통령 일가의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과 조세포탈 혐의를 파헤치기 위해서다.
압수수색 대상은 김 여사의 자택에 그치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의 아들이자 현직 주중한국대사인 노재헌씨가 이사장·상임이사를 맡고 있는 동아시아문화재단과 '보통사람들의시대 노태우센터'도 포함됐다. 검찰은 이 두 곳에 자금이 흘러 들어간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 일가에 차명계좌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는 당시 비서관들의 자택 역시 이번 강제수사 대상에 올랐다.
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계기는 뜻밖에도 재벌가의 이혼소송이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즉 노 전 대통령의 딸 부부가 갈라서는 과정에서 '노태우 비자금 300억원'의 존재가 처음 드러난 것이다.
노 관장 측은 2023년 이혼소송 항소심에서 모친 김옥숙 여사가 보관해온 1991년 선경건설(현 SK에코플랜트) 명의 약속어음과 '선경 300억' 메모를 증거로 냈다. 이른바 '김옥숙 메모'다. 이 메모에는 총 904억원 규모의 자금 내역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노 관장 측 주장은 이랬다. 1991년 노태우 전 대통령이 비자금 300억원을 건네고, 그 담보로 최종현 당시 SK 선대회장 측이 선경건설 명의 어음을 전달했으며, 이 돈이 태평양증권 인수 등 선경(SK)그룹 경영에 쓰였다는 것이다. 아버지의 비자금이 SK 그룹 재산 형성에 기여한 만큼 이를 재산분할에 반영해달라는 취지였다. 반면 최 회장 측은 노 전 대통령 퇴임 후 활동비 명목의 약속이었을 뿐 실제 비자금을 받은 적은 없다고 맞섰다.
법원의 판단은 심급마다 갈렸다. 2심 재판부는 300억원이 SK그룹에 흘러 들어갔다고 인정하며 최 회장에게 1조3천808억원의 재산분할을 명령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시각은 달랐다.
대법원은 이 돈의 성격에 대해 "노태우가 대통령으로 재직하는 동안 수령한 뇌물로 보인다"고 판단하며, 설령 최 회장 측에 전달됐다 하더라도 불법 자금이어서 재산분할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봤다. "반사회성·반윤리성·반도덕성이 현저해 법의 보호영역 밖에 있다"는 것이었다. 지난달 파기환송심도 이 판단에 따라 300억원을 노 관장의 기여분에서 제외했다.
검찰 수사는 2024년 5·18기념재단 등이 노 전 대통령 일가와 최 회장 등을 범죄수익은닉·조세포탈 혐의로 고발하면서 본격화했다. 검찰은 그동안 김옥숙 여사 측에 자금 흐름 소명을 요구하고 노 전 대통령 일가의 금융계좌 자료를 확보해 돈의 이동 경로를 추적해왔다. 이번 압수수색은 그 연장선에서 이뤄진 첫 강제수사다.
하지만 실체 규명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당사자인 노태우 전 대통령과 최종현 선대회장이 모두 사망한 데다, 1993년 금융실명제 시행 이전 자료까지 들여다봐야 하는 탓이다. 핵심 인물인 김옥숙 여사가 91세 고령이라 사실관계 확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도 수사에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아들 노재헌 대사 역시 지난해 10월 주중대사로 부임한 뒤 현재 중국에 머무르고 있어 직접 조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법적으로도 시간과의 싸움이다. 범죄수익 은닉죄의 공소시효는 7년이어서, 검찰은 1991년 비자금 전달부터 현재까지 이어진 자금 흐름 전반을 파악해 최근까지 은닉 행위가 있었는지를 밝혀내야 한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실제로 최종현 회장에게 돈을 건넸는지, 그 자금이 범죄수익에 해당하는지도 규명 대상이다. 앞서 1995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태평양증권 비자금 의혹으로 최종현 전 회장을 조사했지만, 자금 출처를 노태우 비자금으로 연결짓지 못했고 당시 추징금 2천628억원에도 포함시키지 못한 전례가 있다.
수사에 힘을 실어줄 법적 장치도 마련됐다. 압수수색 전날인 20일, 당사자가 사망하더라도 불법 재산을 몰수할 수 있는 '독립몰수제'를 담은 범죄수익은닉규제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법안은 내란 등 헌정질서 파괴 범죄와 이에 따른 직무상 지위를 이용한 뇌물·횡령·배임 범죄를 몰수 대상으로 명시해, 사실상 노태우 전 대통령 일가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법안은 공포 후 1년 뒤 시행된다.
노태우 전 대통령 본인은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이 법의 시행으로 그가 남긴 비자금의 국고 환수 가능성은 한층 커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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