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홍 수석 "일방 통보, 헌정사 초유"…법원행정처 '사전협의' 주장엔 "사실 아냐" 반박
작성일 : 2026-08-21 18:50 작성자 : 김수희 (battie009@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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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기홍 홍보소통수석이 10일 청와대 기자회견장에서 신임 국무조정실장 임명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임기근 기획예산처 차관을 국무조정실장으로 임명했다. [사진=연합뉴스] |
대법관 후보 한 명을 둘러싸고 대법원과 청와대가 정면으로 부딪쳤다. 청와대가 조희대 대법원장이 서면으로 제청한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에 대해 임명 절차를 밟지 않고 재제청을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21일 알려지면서다.
포문을 연 것은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이었다. 그는 이날 유튜브 채널 오마이TV에 출연해 조 대법원장의 이번 제청을 "기존 관례를 벗어난 패턴"이라며 "매우 엄중한 상황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례가 없었던 헌정사 초유의 상황"이라고까지 규정했다. 성 수석은 1987년 이후 관례를 다시 살펴보고 법률적 검토까지 거치며 대응 방안을 숙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재제청 요구 카드에 대해서도 "협의 절차를 건너뛴 일방적 통보를 한 중대한 상황인 만큼 숙고 중"이라고 언급했다.
갈등의 불씨는 며칠 전 국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노경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지난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대법원장은 대법관 후보를 제청할 권리가 있다"며 대통령과 국회는 임명권·동의권을 행사하면 된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대법원장과 대통령의 만남을 청와대에 요청했으나 기회를 얻지 못했다는 취지의 주장과, 서면 제청 방식은 민정수석과 사전 협의를 거쳤다는 주장도 내놨다.
성 수석은 이 두 주장을 모두 정면으로 부인했다. "둘 다 사실이 전혀 아니다"라는 것이었다. 그는 "대법관 제청의 일반적인 사항에 대해 논의한 사실은 있지만, 서면 제청 여부 등 구체적인 제청 방식에 대해선 협의 자체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대법원 측에서 "협의가 되면 만날 수 있느냐"는 문의가 있었고, 청와대는 "협의가 되면 그때 논의하자"는 원론적인 답을 했을 뿐이라는 게 성 수석의 설명이다.
갈등의 발단은 한 인사를 둘러싼 이견이었다.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청와대는 애초 이흥구 대법관 후임이 아닌,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 1순위로 김민기 서울고법 고법판사를 고려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김 판사의 배우자가 현 정부에서 임명된 오영준 헌법재판관이라는 점을 이유로 이해충돌 가능성을 우려하며 난색을 보여왔다고 한다.
이런 교착 상태가 7개월 가까이 이어지던 지난 18일, 대법원 측은 민정수석실에 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와 함께 손봉기 부장판사를 나란히 제청하겠다고 통보했다. 그러면서 "협의가 되면 만날 수 있느냐"고 물었고, 청와대는 "협의가 되면 그때 만나자"고 답했다는 것이 여권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 관계자는 "대법원이 청와대에 손 부장판사의 이름을 그날 처음 언급한 것"이라며 "청와대 입장에선 손봉기 제청 소식을 그날 처음 들었고 조율도 안 됐는데 갑자기 어떻게 만나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이를 두고 마치 만남을 거절당한 것처럼 법원행정처가 주장하고 있다"며 "대법원 측이 7개월 동안 '김민기는 안 된다'는 이야기만 하다 불쑥 김성수를 제청하며 손봉기를 끼워 판 것"이라고 지적했다.
청와대가 실제로 손봉기 부장판사에 대한 제청을 반려할 경우, 대법원은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에 해당하는 새 후보자를 다시 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를 새로 꾸려 후보자 천거 작업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법원조직법상 추천위는 대법원장이 제청할 때마다 구성됐다가 후보 추천 후 해산된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다만 신속한 인선을 위해 지난해 12월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 추천 당시 꾸려졌던 추천위를 재가동하는 방안도 검토될 수 있다. 이 경우 손봉기 부장판사를 제외하고 앞서 추천됐던 김민기·박순영 서울고법 고법판사, 윤성식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다시 후보군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들을 둘러싸고 이미 청와대와 대법원의 이견이 확인된 만큼, 후보를 바꿔 제청하더라도 갈등이 되풀이될 소지가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과거 사례도 참고 대상이다. 2012년 7월 김병화 대법관 후보자가 각종 의혹 제기로 자진사퇴했을 때, 대법원은 기존 추천위를 재가동하는 방안 대신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위원회를 처음부터 새로 꾸렸다. 당시 새 추천위가 후보자 3명을 추천하기까지는 약 한 달 반이 걸렸다.
어느 시나리오든 대법관 공백은 당분간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법원은 지난 3월 노태악 전 대법관이 퇴임한 이후 벌써 5개월 넘게 대법관 1명이 공석인 상태다. 다만 이흥구 대법관 후임으로 제청된 김성수 부장판사에 대해서는 청와대와 대법원 간 협의가 이미 마무리된 만큼, 임명동의안이 국회로 넘어가면 대법관 2명이 동시에 장기 공석이 되는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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