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브리핑서 상설특수본 설치 제안…"6개월로는 도저히 해결 불가능"
작성일 : 2026-08-24 18:32 작성자 : 신준호 (shinister010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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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대 특검 이후 남은 의혹을 수사해 온 권창영 2차 종합특별검사가 24일 과천 특검팀 사무실에서 최종 수사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180일간의 수사를 마친 권창영 2차 종합특별검사가 24일 마이크 앞에 섰다. 그가 던진 메시지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권 특검은 이날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내란 세력의 역량과 의지가 그대로 남아있는 한 전쟁은 이제 시작"이라고 말했다.
권 특검이 강조한 것은 내란죄의 특수성이었다. 그는 "내란죄는 헌정질서 파괴 범죄이기 때문에 헌법사범이고 일반적인 형사사범과는 질적으로 다른 특징이 있다"고 규정했다.
이런 헌법사범은 국사범으로서 집단적·조직적·장기적으로 계획되고 대량적인 성격을 띤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국제인도법이 이런 범죄를 전범으로 취급한다며 뉘른베르크와 도쿄 전범재판을 대표적 사례로 들었다. "그런 수준으로 수사하고 재판해야 이런 죄를 정확히 인식하고 단죄할 수 있다"며 내란 세력에 대한 근본적인 발본색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권 특검은 지금까지의 수사로 드러난 내란 가담 세력이 전체의 일부에 불과하다고도 했다. "지금까지 수사된 사람은 극히 일부"라며, 내란 세력이 의지를 보존하고 있어 다음 기회가 있으면 다시 내란을 일으킬 수 있고 그 성공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는 것이다.
권 특검은 종합특검이 새로운 수사 대상을 발굴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하면서, 내란 가담자를 어디까지 처벌할지를 두고 특검 내부에서도 논쟁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시간과 인력이 제한돼 내란에 가담한 모든 사람을 수사하고 기소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며 기관장을 기준으로 책임을 묻되, 중간 책임자와 실무자는 자백하고 반성하면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다고 밝혔다.
다만 "중간 책임자나 실무자라고 하더라도 혐의를 부인하고 수사에 참여하지 않으면 불가피하게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180일이라는 시간이 내란과 국정농단 의혹의 전모를 밝히기엔 턱없이 부족했다는 게 권 특검의 솔직한 평가였다. 그는 "내란죄의 본질은 집단적·조직적·장기적이어서 장기간 수사가 필요하다. 6개월짜리 특검으로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사안"이라며 "내란 세력과의 전쟁이 몇 조각짜리 퍼즐인지 알 수 없고, 종합특검은 두 번째 퍼즐을 맞추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가 내놓은 해법은 상설 조직이었다. "수많은 국가기관이 개입됐고 장기적·조직적인 사건인 만큼 국수본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며 각종 수사기관이 합동 참여하는 특수본을 설치해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수사를 이어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나아가 "전쟁범죄는 가담자가 너무 많아 일일이 수사하고 처벌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특수본 수사가 어느 정도 이뤄지면 진상조사위원회를 설치해 실무자와 가담자의 진술을 확보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 특검이 이끈 종합특검팀의 실적표는 무겁다. 특검팀은 수사 종료 시점까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포함해 50여명을 재판에 넘겼다. 수사 막바지 사건 처분을 몰아서 하는 이른바 '헤비테일 전략'에 따라 최근 2주 사이에만 40여명이 추가로 기소됐다.
가장 눈에 띄는 성과로는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 관저 이전 의혹 규명이 꼽힌다. 특검팀은 지난 6월 국가 예산을 불법 전용·집행한 혐의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김대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 윤재순 전 총무비서관, 김오진 전 관리비서관을 처음 재판에 넘긴 데 이어 김건희 여사,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 김태영 21그램 대표 등을 잇달아 기소했다.
감사원 수사 무마 의혹을 받는 유병호 감사원 감사위원과 감사원 간부들도 재판에 넘겨졌다. 여기에 미국 등 우방국에 12·3 비상계엄을 정당화하는 메시지를 전파하라고 지시한 혐의로 윤 전 대통령과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 김태효 전 안보실 1차장을, '채상병 사건' 수사 내용을 유출한 혐의로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을, 'VIP 격노설'을 은폐한 혐의로 황유성 전 국군방첩사령관 등을 기소한 것도 성과로 거론된다.
하지만 굵직한 의혹들은 결국 결론을 내지 못한 채 다른 기관으로 넘어갔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의혹의 '윗선'으로 지목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에 대해서는 출국금지와 두 차례 소환, 휴대전화 포렌식까지 벌였지만 끝내 혐의를 규명하지 못하고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사건을 다시 넘기기로 했다.
'노상원 수첩' 의혹 역시 특검팀이 수첩에 적힌 연평부대 수용시설까지 헬기로 날아가 현장검증하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내란목적살인 예비·음모 혐의 피의자로 조사했지만, 정작 노 전 사령관 본인의 진술을 확보하지 못해 혐의 입증에 실패했다.
대통령실의 수원지검 수사 개입 의혹도 지난 3월 관련 정황을 확인하고 "국가권력에 의한 초대형 국정농단 의심 사건"이라며 대대적 수사를 예고했지만, 별다른 진척 없이 이첩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 과정의 잡음도 적지 않았다. 지난 4월 김지미 특검보가 진보 성향 매체에 출연해 수사 진행 상황을 설명하면서 수사의 중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수원지검 수사 개입 의혹 사건을 맡았던 권영빈 특검보는 과거 주요 관계자들을 변호했던 이력이 드러나 담당에서 교체되기도 했다.
특히 논란이 된 것은 내란 관련 핵심 참고인들에 대한 처분이었다. 특검팀은 '싹 다 잡아들이라'는 윤 전 대통령 지시를 폭로했던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과, 비상계엄 당시 국회로 이동하던 부대에 '서강대교를 넘지 말라'고 지시해 훈장까지 받았던 조성현 전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대령)을 오히려 내란 가담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두 사람 모두 앞선 내란특검팀 수사 당시 윤 전 대통령 등의 혐의 입증에 도움을 준 핵심 참고인이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조 대령 기소를 두고는 내란특검팀이 "국방부와 국무회의의 공적 심의를 존중하지 않은 채 이를 번복해 법정에 세울 사유가 발견되지 않는다"는 의견서까지 보냈지만, 종합특검팀은 "공소제기가 필요하다"며 끝내 기소를 강행했다.
과거 특검 파견 경험이 있는 한 검찰 관계자는 "양 특검팀 사이 갈등이 있었던 만큼 공소유지 과정에서도 공방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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