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한 치료·심리지원 못 받아"…특조위, 참사와 죽음의 인과관계 확인
작성일 : 2026-08-25 17:46 작성자 : 오두환 (odh83@hanmi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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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64차 이태원특조위 회의 브리핑 진행하는 이용헌 조사1과장 [사진=연합뉴스] |
10·29 이태원참사 현장에 투입됐던 두 명의 소방관이 있었다. 이들은 참사가 할퀴고 간 상처를 안고 살다가 결국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25일 이태원특조위는 이 두 사람, 남모씨와 박모씨를 각각 161번째, 162번째 참사 희생자로 인정했다.
10·29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는 이날 오전 제64차 위원회를 열고 두 사람에 대한 조사결과보고서를 의결했다. 보고서는 이들의 죽음을 "심각한 외상성 정신적 피해를 입고, 이후 적절한 치료와 지원을 받지 못해" 세상을 떠난 사건으로 규정했다. 참사 당시의 경험과 죽음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본 것이다. 특조위는 지난 4월 조사를 시작해 이들의 참사 당시 활동, 이후 심리 상태의 변화,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살펴왔다.
용산소방서 소속이었던 남씨는 참사 현장에서 구조 활동에 참여하고 시신 이송 업무까지 맡았다. 그날의 기억은 그를 오래 붙잡았다. 조사 결과 남씨는 참사 이후 감정 기복이 심해지며 대인기피와 우울, 불안, 불면 증상에 시달렸고 정신과 진료와 약물치료를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남씨는 지난해 6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와 불면증으로 공무상 요양을 신청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불승인 판정이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특조위는 이날 남씨 유가족의 재심 신청으로 순직유족급여 지급이 최근 승인됐다는 소식도 함께 전했다.
인천 미추홀소방서 소속 구급대원 박씨의 역할은 조금 달랐다. 그는 참사 현장에서 사망자와 경증 환자를 분류하고 이송하는 일을 맡았다. 평소 다정다감하고 책임감이 강해 주변을 잘 챙기는 성격이었다는 그였지만, 참사 이후 조금씩 변해갔다. 수면장애와 우울감이 찾아왔고, 말수가 급격히 줄었다.
그는 환청을 듣는 등 불안 장애에도 시달렸다. 우울증 치료제와 수면 보조제를 복용하며 심리상담도 10여 차례 받았지만, 증상은 쉽게 나아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8월 외출한 그는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고, 10여일 뒤 숨진 상태로 발견됐다.
두 사람의 사건이 이날 인정되면서 공식 이태원참사 희생자는 모두 162명으로 늘었다.
같은 날 회의에서는 참사 당시 용산구 재난안전상황실의 초기 대응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중간 조사 결과도 나왔다. 특조위는 지난 3월 청문회 이후 박희영 전 용산구청장과 당시 당직근무자들을 대상으로 추가 진술조사를 진행해왔다.
그 결과 드러난 것은 허술한 매뉴얼이었다. 용산구청은 야간과 공휴일의 재난상황 접수·보고·전파 업무를 일반 당직근무자에게 맡겨왔지만, 정작 이들은 관련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고 매뉴얼도 숙지하지 못한 상태였다. 사고 당일 용산경찰서 관계자의 요청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를 비난하는 전단지 제거 작업에 투입된 당직근무자 2명이 약 2시간 20분 동안 당직실을 비운 데는 이런 배경이 있었다는 것이다.
특조위는 이 같은 재난상황 관리체계의 허점이 압사 사고 보고·전파와 긴급재난문자 발송 지연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앞으로 용산구 재난안전대책본부가 실제로 어떻게 구성됐고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등 남은 의혹들도 추가로 조사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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