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법하게 설치됐다" 자료 낸 국토부 직원 7명 검찰行
작성일 : 2026-08-26 18:33 작성자 : 우세윤 (dmaa77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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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7일째인 14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 사고 현장에서 수습 당국 관계자들이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179명이 목숨을 잃은 참사가 벌어진 지 하루 만에, 국토교통부는 사고 원인이 된 시설물을 두고 "적법하게 설치됐다"는 자료를 냈다. 그 사실을 알고도 자료를 만든 공무원 7명이 검찰에 넘겨지자, 유가족들은 26일 무안국제공항에서 마이크를 잡고 분노를 쏟아냈다.
김유진 여객기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실무자 위주의 이번 송치는 그동안 국가가 179명이 숨진 참사를 어떻게 은폐·통제했는지 보여주는 서막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송치 대상에서 결재 라인이었던 당시 장·차관이 빠진 것은 누가 봐도 꼬리 자르기식 수사의 결과"라며, 로컬라이저(방위각시설물)가 적법하게 설치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허위공문서 작성을 지시한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 대표는 조류 관리 부실이나 기체 결함 같은 참사의 근본 원인 역시 명확히 규명돼야 한다며, 잘못된 정보를 전달한 공무원뿐 아니라 참사 원인을 제공한 이들 모두를 엄중히 수사해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참사 발생 1년 8개월이 지나 지금 하고 있는 진상 규명이 얼마나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며, 유해 수습 매뉴얼 재점검과 초동수색 부실 문책, 참사 정보의 투명한 공개를 골자로 한 대통령 지시사항을 이행해달라고 밝혔다.
유족들이 이토록 격앙된 배경에는 전날 검찰에 넘겨진 사건의 구체적인 내막이 있다. 태국 방콕에서 출발한 제주항공 7C2216편은 2024년 12월 29일 무안공항에서 동체 착륙 후 활주로를 이탈해 로컬라이저가 설치된 철근 콘크리트 둔덕과 충돌, 폭발했다. 탑승자 181명 중 179명이 이 사고로 숨졌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12·29 여객기 참사 특별수사단은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혐의로 국토부 공무원 7명을 전날 검찰에 송치했다고 26일 밝혔다. 보도참고자료를 작성·검토한 4명과 고위직을 포함한 총괄 책임자 3명이다. 이들은 참사 다음 날인 2024년 12월 30일과 31일, 로컬라이저가 국내외 규정에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관련 규정에 맞게 설치됐다"는 내용의 자료를 두 차례 만들어 출입기자단에 배포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이 자료는 처음에는 "적법하게 설치됐다"는 제목으로 작성됐다가, 회의 과정에서 "적법하게"라는 표현이 지나치게 강하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관련 규정에 맞게 설치됐다"로 바뀌었다. 경찰은 국토부가 불리한 규정은 빼고 유리한 규정만 선별해 자료를 작성했다고 판단했다. 활주로 종단안전구역의 항행시설은 항공기 충돌 시 쉽게 부러지는 재질과 구조로 설치해야 하고, 활주로 끝단 300m 이내 구조물이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옮기거나 교체해야 한다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지침이 있는데도 그랬다는 것이다.
경찰 조사 결과 국토부 사고대책본부는 참사 다음 날인 12월 30일 해당 ICAO 지침을 전달받아 3시간 30분 넘게 회의를 했다. 이 자리에서 로컬라이저가 규정에 맞지 않아 자료를 낼 때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정작 배포된 자료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한동훈 특별수사단 단장은 "회의에서 규정 위반 가능성을 지적하는 의견이 나왔지만 무시됐고 결국 국토부에 유리한 방향으로 자료가 배포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관련 규정을 장시간 검토하고도 불리한 내용만 누락한 점과 이후에도 자료를 바로잡지 않은 점 등 간접사실을 토대로 고의를 판단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후에도 국토부가 책임을 피하려 로컬라이저의 위법성에 관한 대응 논리를 계속 마련하는 등 문제를 조직적으로 은폐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한국공항공사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국토부 문건에는 무안공항 부지 특성상 콘크리트 구조물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검토하되, 이를 확인하지 못하면 적절한 시기에 위법성을 인정한다는 취지의 내용도 담겨 있었다. 이 문건은 지난해 1월 6일 오전 국토부에서 한국공항공사로 전달된 사실이 확인됐지만, 작성자와 내부 보고 범위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통상 주요 보도자료는 정부 차원의 협의를 거치지만, 당시는 비상계엄 정국과 맞물려 별도 회의가 열리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국토부 장·차관이 자료 작성에 지침을 내리거나 관여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수사는 지난 2월 국회 '12·29 여객기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 국토부의 사고 원인 축소·은폐 의혹이 제기되면서 시작됐다. 특별수사단은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보도참고자료가 허위로 작성된 정황을 포착했고, 국토부 사무실과 관련자들을 두 차례 압수수색해 증거를 확보했다.
경찰은 참사와 관련해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받는 67명을 포함해 현재까지 74명을 수사해왔으며, 신속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자료 배포 관련 7명을 우선 송치했다. 경찰은 로컬라이저 둔덕 관련자만이라도 먼저 넘기는 방안을 검찰과 협의했지만, 검찰은 여러 관계자의 과실이 겹쳐 사고가 발생한 만큼 한꺼번에 재판에 넘겨야 공소 유지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발생과 관련한 업무상과실치사상 사건의 결론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조사 결과가 나온 뒤에야 내려질 가능성이 크다. 특별수사단은 이르면 오는 10월, 늦어도 연말까지 자체 판단 가능한 부분의 수사를 마치고 검찰과 협의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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