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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지 않겠다"…신현송 총재가 던진 승부수

금리 연속 인상하며 성장률 전망도 3.3%로 대폭 상향, 5년 만의 최대폭

작성일 : 2026-08-27 18:21 작성자 : 우세윤 (dmaa778@naver.com)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7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를 마친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기자간담회장에 섰다. 이날 그가 발표한 두 가지 결정은 언뜻 상반돼 보였다. 기준금리는 연 2.75%에서 3.00%로 0.25%포인트 올렸고, 동시에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6%에서 3.3%로 대폭 끌어올렸다. 경기가 좋아지는데 금리는 왜 계속 올리는가. 신 총재의 설명은 하나의 비유로 압축됐다.

 

신 총재는 이번 연속 인상의 배경을 "물가 등 거시경제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통화 정책의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을 꺼내며 "저희는 이번에 호미로 정책을 편 것"이라고 표현했다. 문제가 커지기 전에 미리 손을 쓰겠다는 뜻이었다.

 

그는 "이번 연속 인상은 관례에서 벗어난 조치였고, 그만큼 시장에 강한 시그널을 보냈다"고 말했다. 물가 오름세가 더 확산하기 전에 선제 대응해야 경제에 미치는 비용을 궁극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논리였다. "조기 대응이 성장에 따른 비용을 최소화한다는 연구도 많이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금리 동결 소수 의견에 대해서는 "전반적인 공감대 안에서 단순한 전술적인 차이"라며, 8월이나 10월 인상 논의가 있었던 만큼 조기 대응으로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시장의 반응도 그가 언급했다. "이번 인상 이후 환율도 조금 안정이 됐고, 국채 금리도 연속 인상에도 불구하고 약간 내렸다"며 시장이 한은의 결정에 일단 긍정적으로 반응했다고 평가했다.

 

신 총재는 이런 선제 대응이 물가뿐 아니라 환율, 가계부채, 수도권 집값 등 금융안정 목표 전반에도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선제 대응은 최근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세와 가계부채 증가세를 완화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기 대응이 통화 정책의 중심을 잡아주고 환율 안정에도 기여한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그는 금융시스템의 중장기적 취약성을 나타내는 금융취약성지수(FVI)가 장기 평균을 웃도는 수준으로 올라온 점도 짚었다. "금리가 특효약은 아니지만, 대체로 보면 금리가 올라가면 취약지수가 내려간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다만 "통화정책과 거시건전성 정책은 상호보완적이며, 한국은행 만으로 금융안정을 담보할 수 없고 금융당국과 조화로운 정책으로 금융안정을 지키겠다"고 덧붙였다.

 

원화 가치에 대한 평가도 나왔다. 신 총재는 "환율이 지난 6월 말에 비해서는 상당히 많이 하락했고 안정됐지만, 역사적으로 봤을 때 아직도 높은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수입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원화가 좀 더 강한 쪽으로 가는 것이 인플레이션 억제에 바람직하다는 게 그의 견해였다. "통화 정책의 선제적 대응을 통해 원화가 추가 강세로 갈 여지가 있다"고도 말했다.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서는 금통위원들의 6개월 금리 전망 점도표를 근거로 완만한 금리 인상을 예상했다. "이번 금통위원 금리 전망 점도표의 중간 지점이 3.25%인데, 이는 6개월간 통화정책방향 회의가 4번 있는데 지금보다 한 번 더 인상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두 번 연속 인상한 만큼 그 효과를 지켜볼 것이라고도 했다. 10월 금리 결정에서 주목할 지표로는 8·9월 물가 지표와 2분기 명목 GDP, 기업심리지수 등을 꼽았다.

 

정부의 재정 지출 확대와 통화 정책이 엇박자를 내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2분기 명목 국내총생산 성장률이 상당히 높게 나오면서 여러 부채 비율이나 건전성 지표들이 상당히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며 "재정지출이 미래 성장을 끌어올릴 수 있는 투자에 적용돼 잠재성장률을 올린다면 통화정책과 엇박자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날 함께 발표된 수정 경제전망도 눈에 띄었다. 한은은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3.3%로 제시했다. 정부 전망치 3.0%를 웃도는 수준이자, 2021년(4.7%) 이후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난 5월 전망치에서 석 달 만에 0.7%포인트를 끌어올린 것으로, 이 역시 2021년 5월 이후 5년 만의 최대 조정폭이다.

 

한은 조사국은 반도체 수출 호조로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GDP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0.6%를 기록해 전망치(0.2%)를 크게 웃돈 점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3분기와 4분기에도 각각 0.3%, 0.5% 성장하며 견조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전망치는 한국개발연구원(KDI·3.2%)보다 소폭 높고, 무디스(3.5%)·모건스탠리(3.4%) 등 해외 기관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주요 투자은행 8곳의 평균 전망치(3.2%)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제통화기금(IMF)·아시아개발은행(ADB)의 2.6%보다는 높다.

 

재화수출 증가율은 지난 5월 전망(4.9%)의 두 배 가까운 9.7%로, 설비투자 증가율도 4.4%에서 6.8%로 크게 올려 잡았다. 민간소비는 2.0%에서 2.1%로, 반면 건설투자는 0.6%에서 0.2%로 낮췄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지난해의 네 배에 가까운 역대 최대 4천500억달러로 전망했다. 올해 취업자 수는 중동 전쟁과 건설업 부진 영향으로 직전 전망(18만명)보다 낮은 14만명 증가에 그칠 것으로 봤지만, 내년에는 20만명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신 총재는 반도체 수출 호조에 따른 강한 성장세가 이어지면서 실질 GDP가 잠재 GDP를 웃도는 시점, 즉 GDP갭이 플러스로 전환하는 시기가 당초 예상보다 크게 앞당겨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거의 임계치에 있다고 보인다"며 "잠재성장률과 중립금리와 같은 모든 개념을 다시 한번 정리하고 있고, 그에 관해 추가로 발표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2.1%에서 2.9%로 0.8%포인트 상향 조정됐다. 반도체 사이클이 내년까지 강하게 지속되며 성장률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판단이 반영됐다. 한은 조사국은 "내년에는 반도체 경기 확장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여타 부문으로의 파급효과도 본격화됨에 따라 내수와 수출 모두 견조한 흐름을 보일 전망"이라고 밝혔다. 다만 AI 투자 수익화가 지연돼 빅테크의 투자 속도가 조정되는 비관 시나리오에서는 성장률이 올해 0.1%포인트, 내년 0.4%포인트 낮아질 수 있고, 반대로 AI 수요가 예상보다 강한 낙관 시나리오에서는 각각 0.2%포인트, 0.6%포인트 더 오를 수 있다고 봤다.

 

올해와 내년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는 각각 2.7%, 2.3%로 기존 전망이 유지됐다. 신 총재는 "성장세 확대에 따른 수요 압력 증대와 국제 유가 하락이 상쇄되면서 지난 5월 전망치와 동일한 수준으로 전망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조적인 물가 압력을 보여주는 근원물가 상승률은 올해와 내년 모두 지난 5월 전망치(2.4%·2.3%)보다 높은 2.5%로 제시됐다. 신 총재는 "근원물가 상승률은 누적된 비용 압력의 전이가 이어지는 가운데 소득 여건 개선에 따른 수요 측 압력이 생각보다 커지면서 지난 5월 전망치보다 높은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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