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적 협의 없이 일방 서면제청, 절차적 완결성 부족"…87년 민주화 이후 첫 사례
작성일 : 2026-08-28 18:11 작성자 : 신준호 (shinister010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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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유정 수석대변인이 28일 청와대 기자회견장에서 대법관 후보자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
청와대가 28일 노태악 전 대법관의 후임으로 제청된 손봉기 대구지방법원 부장판사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 같은 방침을 전하며,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손 후보자가 아닌 다른 후보자를 재제청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강 수석대변인은 재제청 요청의 배경으로 절차적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손 후보자 제청은 절차적 완결성을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난 18일 청와대와의 실질적인 협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손 후보자를 일방적으로 서면 제청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의 협의 관행은 임명권자와 제청권자 한쪽의 의사만으로 최고법원이 구성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였다"며 "사법부의 독립을 지탱한 근거를 스스로 약화시켰다는 점에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번 재제청 요청은 매우 이례적인 사례로 꼽힌다. 청와대 관계자는 "1987년 현행 헌법 체제가 들어선 이후에는 유사 사례가 없다. 과거 이승만 전 대통령이 대법원장 임명을 거부한 전례는 있다"고 전했다. 다만 청와대는 내부 법률 검토를 거쳐 재제청 요청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강 수석대변인은 헌법적 근거도 제시했다. 그는 "헌법 104조 2항에 따르면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정해져 있다. 대통령은 주권자인 국민이 직접 선출한 국민의 대표자고, 대법원장은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를 얻어 임명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청과 임명은 삼권분립의 원칙하에 서로 다른 헌법 기관에 배분된 것"이라며 "대법원장의 제청권은 그 자체로 완결적인 권한이 아니다. 헌법이 임명권자인 대통령에게 부여한 실질적 임명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행사돼야 하는 권한"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주권의 원리에 비춰볼 때 재제청 요청은 임명권을 대체하거나 무력화하는 것이 아닌, 임명권이 올바르게 행사되도록 뒷받침하는 권한"이라고 덧붙였다.
강 수석대변인은 절차상 또 다른 문제도 제기했다. 그는 "손 후보자 제청 직전 법원행정처가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을 받은 후보자들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해 추천 절차를 다시 진행하는 방안을 타진한 점도 국회에서 확인됐다"며 "정당하게 추천된 후보자들을 제청 대상에서 배제하는 방안을 타진한 것 자체가 인사의 공정성과 신뢰를 훼손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주권정부의 첫 대법관 인선은 절차적 정당성 측면에서 국민이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며 "소수자 및 사회적 약자의 인권 보호 등 대법원 본연의 역할을 고려해도 손 후보자 제청이 대법원 구성 다양화라는 국민적 요청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조 대법원장이 이흥구 대법관의 후임으로 제청한 김성수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에 대해서는 문제 삼지 않았다. 강 수석대변인은 "협의를 거쳐 의견이 모인 만큼 오늘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가 재제청 요청을 공식화하면서, 앞으로 조 대법원장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강 수석대변인은 "대법관의 장기 공석으로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추천위원회의 추천 내용을 존중해 최대한 신속한 재제청 절차를 진행해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추천위가 추천한 후보들 가운데 손 부장판사를 제외하면 김민기·박순영 서울고법 고법판사와 윤성식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남는다. 이 중 윤 부장판사는 내란전담재판부 재판장을 맡게 되면서 사실상 제청이 어려워진 상태다. 일각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김민기 부장판사의 제청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이에 대한 질문에 "확인되지 않은 사안"이라고만 답했다.
대법원이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를 새로 구성해 후보자 천거 작업부터 다시 시작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대법원장의 제청권이 온전히 행사되려면 천거 작업부터 새로 진행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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