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473일 수사 끝에 결론…뇌물죄는 "대가성 입증 어려워" 불기소
작성일 : 2026-09-04 17:36 작성자 : 신준호 (shinister010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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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귀연 부장판사, '내란 우두머리 혐의' 윤석열 1심 무기징역 선고 [사진=연합뉴스] |
'룸살롱 접대 의혹'으로 수사받아온 지귀연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가 409만원 상당의 술 접대를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다만 해당 접대와 판사 직무 사이의 대가성은 입증되지 않아 뇌물죄는 적용되지 않았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3부(이대환 부장검사)는 4일 지귀연 부장판사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지 부장판사는 2023년 8월께 변호사 두 명으로부터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예약제 주점에서 409만원 상당의 술값을 결제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지 부장판사는 이 중 본인이 15만5천원가량을 냈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금액을 뺀 나머지 393만5천원을 3명으로 나눠도 100만원을 넘는다는 게 공수처 수사 결과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가 동일인으로부터 한 차례에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과 무관하게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공수처는 변호사 두 명이 술값을 나눠 낸 만큼 형식적으로는 동일인에게 받은 것이 아니지만, 이들이 지 부장판사를 함께 접대한다는 의사를 공유하고 비용만 나눠 낸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지귀연 부장판사의 룸살롱 접대 의혹은 지난해 5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지 부장판사가 서울 강남 주점에서 직무 관련자들로부터 술 접대를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불거졌다. 공수처는 지난해 5월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뇌물수수 및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고발장을 접수해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 결과 지 부장판사는 주점에서 4~5시간가량 머문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브리핑에 나선 이대환 부장검사는 "택시 호출 기록을 확인한 결과 택시 승차 시간은 주점에 들어간 뒤 4∼5시간 뒤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는 지 부장판사가 지난해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에서 "주점에서 사진을 찍긴 했지만 술은 거의 먹지 않았다"고 했던 해명과 배치되는 정황이다. 지 부장판사는 공수처 조사 과정에서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주점에서 장시간 술을 먹은 것 같지 않다. 술에 취해 잠이 들었던 것 같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는 향응 제공자들이 변호사인 점을 고려해 재판 편의 제공 청탁 등 대가성이 있었는지도 수사했다. 하지만 접대 당시 지 부장판사가 속한 재판부에 이들이 수임한 사건이 없었던 점 등을 근거로 뇌물죄 적용은 어렵다고 판단했다. 지 부장판사가 2013년 수원지법 민사합의부 근무 당시 일행 변호사가 수임한 1심 패소 사건의 항소심에서 승소 판결을 선고한 사례도 확인됐지만, 접대 시점과 약 10년 차이가 나는 점 등을 고려해 과거 직무에 대한 대가로 보기도 어렵다고 결론지었다.
이와 함께 공수처는 지 부장판사가 주점에서 일행들과 함께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을 토대로 수사를 벌인 결과, 같은 장소에서 다시 모인 2차 사례가 있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2024년 9월 지 부장판사를 포함한 5명이 같은 주점에서 약 416만원 상당의 술값을 지출한 것이다. 다만 1인당 향응액이 83만원으로 100만원 미만이고 직무 관련성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고 이 사례는 불기소 처분했다.
공수처가 청탁금지법만으로 고위공직자를 기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공수처 수사대상에는 청탁금지법이 포함되지 않아 해당 혐의만으로는 수사를 개시할 수 없지만, 직접 관련성이 있는 죄는 관련 범죄로서 수사가 가능하다는 점을 활용했다. 이 부장검사는 "지난 7월 수사심의위를 열어 관련 범죄만으로도 기소할 수 있다는 의견을 받았고, 이후 법리 검토를 이어 오다가 지 부장판사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만 재판에 넘겼다"고 설명했다. 이는 사건 배당 473일 만이다.
공수처는 지 부장판사에게 향응을 제공한 변호사 두 명에 대해서는 처분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고위공직자가 아닌 청탁금지법상 공여자의 경우 공수처에 수사권이 없기 때문이다. 공수처는 "앞으로도 계속 고위공직자의 부정부패 사건을 엄정히 수사함으로써 공직기강 확립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지 부장판사 측은 즉각 반발했다. 지 부장판사 측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공수처의 무리한 사실인정과 법률 적용에 당혹감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지 부장판사는 후배들과의 모임에 잠시 참석했다가 바로 이석해 나왔다"며 "설령 공수처 주장대로 끝까지 모임에 남아있었다고 해도 동일인으로부터 제공받은 금품 등 액수가 100만원을 초과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모임의 비용은 두 후배가 서로 다른 시간대에 각각 자신의 자금으로 각자 계산한 것"이라며 "두 사람을 하나의 동일인으로 취급하는 것은 법률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난 해석"이라고 반박했다.
법조인이 고액의 술 접대를 받은 사례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나모 전 검사는 현직 검사 시절 '라임 사태'의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과 한 변호사로부터 룸살롱에서 술 접대를 받은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파기환송심에서 벌금 1천만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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