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 인터뷰서 에너지 협력·솅겐식 자유이동 제안
작성일 : 2026-09-08 18:33 작성자 : 신준호 (shinister0107@gmail.com)
![]() |
|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31일 일본 센다이 웨스틴호텔에서 열린 \'제15회 한일상공회의소 회장단 회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최근 대일 협력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한국과 일본이 더 강력한 교섭력과 발언권, 비용 절감을 위해 경제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최 회장은 8일 공개된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보호주의와 미중 대립이 공급망 등을 통해 시장을 분단시키고 있으며, 이런 상황에서는 큰 시장을 가진 쪽이 유리하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그는 "한일이 하나로 뭉치면 약 6조 달러 규모, 세계 4위의 경제권을 형성할 수 있어 더 강력한 교섭력과 발언권을 확보할 수 있다"며 "국제 질서나 규칙을 받아들이는 것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만드는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고 설명했다.
비용 측면의 필요성도 언급됐다. 최 회장은 "양국 모두 저출산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어, 이에 따른 비용 부담이 크다"며 "한일 시장을 연결하고 주요 인프라와 서비스를 공동으로 활용해 기초 비용을 낮추는 동시에 새로운 산업과 서비스를 육성해 나가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일 경제공동체 추진에서 가장 먼저 손봐야 할 과제로는 에너지 문제를 꼽았다. 그는 "양국이 에너지 구매부터 비축, 사용까지 공동으로 설계해 비용을 3∼5%라도 줄일 수 있다면 그 효과는 매우 클 것"이라며 장래에는 전력을 서로 융통할 수 있는 송전선이나 가스 파이프라인 연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동시에 유럽연합(EU) 솅겐 협정처럼 사람들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솅겐 협정은 유럽 29개국이 국경을 오갈 때 여권 검사 등의 절차를 면제해 자유로운 인적·물적 이동을 보장하는 제도다.
민간 기업 차원의 협력 방안도 제시했다. 그는 양국 금융사들이 인공지능(AI)이나 젊은 세대를 겨냥한 공동 펀드를 만들거나, 양국에서 동시에 적용되는 보험 상품을 내놓거나, 헬스케어 분야에서 손을 잡는 방안 등을 예로 들었다. AI 분야와 관련해서는 "SK 차원에서도 많은 일본 파트너와 관련 투자나 체계를 어떻게 할지 지속해서 모색하고 있다"며 NTT와 도쿄일렉트론 등을 언급했다.
최 회장이 한일 경제 협력을 주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이 구상이 "꽤 오래전부터 품어온 아이디어"라며, 2002년 서울대 공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을 계기로 이런 결론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그는 "그 이후에는 이론에 그치지 않고 실천으로 옮기려고 내가 이끄는 SK그룹도 일본에 대한 투자를 늘렸다"며 "6∼7년 전부터는 구상을 본격화해야 한다고 생각해 일본의 경제 단체를 찾아가 회합과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제공동체 추진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걸림돌로는 제도적 차이 등을 꼽으면서도, 그는 "예전에는 양측 모두에게 정치적 반감이 있었지만, 특히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서로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과거 아베 신조 정권이 한국에 취했던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관리 강화 조치에 대해서는 "지금은 거의 무효가 된 과거의 이야기"라고 일축하며 "서로 보복해봤자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국과의 관계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최 회장은 "규모가 큰 이웃 국가로서 그 존재를 빼고 생각할 수는 없다"면서도 "정치적인 측면이 아니라 거리상 측면에서 한국은 중국보다 일본에 가깝게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일이 협력한다고 해도 중국을 능가하거나 위협할 규모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오히려 한일 간 시너지가 만들어지면 중국과의 관계 구축에도 도움이 되고 성장과 비용 절감 모두에 이점이 생길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본 투자 계획에 대해서는 반도체 분야에서 한일이 상호 보완 관계에 있다는 점을 전제로 말을 이어갔다. 최 회장은 "AI붐으로 인해 반도체 공급이 부족하고 이러한 상황이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하며 "SK하이닉스는 한국 내에서 투자 계획을 많이 세우고 있지만 그래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전 세계에서 반도체 공장을 건설할 수 있는 토지·전력·인재·생태계가 있는 장소를 검토 중"이라며 "어디를 우선시하고,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지 조만간 결론이 날 것"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최 회장은 한국의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에 대해 "한국도 가입해야 한다"며 한국이 이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퍼스널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