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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 '박중양 유묵 오인' 논란에 두 차례 고개 숙여

애국지사 작품인 줄 알았는데 친일파 글씨…박물관 "검증 부족했다"

작성일 : 2026-09-10 17:26 수정일 : 2026-09-10 17:28 작성자 : 우세윤 (dmaa778@naver.com)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10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대강당에서 열린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 연계 특별강연회 '맛 대 맛'에 앞서 박원근의 유묵 전시 관련 사과를 하고 있다. 앞서 국립중앙박물관이 애국지사 박원근의 글씨로 소개한 전시품이 친일파로 알려진 동명이인의 작품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와 전시에서 철거됐다. [사진=연합뉴스]


애국지사의 작품으로 알려졌던 서예 유물이 알고 보니 친일 인사의 것으로 드러나면서,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공개 석상에서 직접 사과에 나섰다.

 

유 관장은 10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대강당에서 진행된 '맛대맛' 특별 강연 자리에서 "최근 박물관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밝히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우리들의 밥상' 전시에 선보인 서예 작품과 관련해 착오를 일으켜서 국민들께 혼란을 드린 점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논란의 발단은 올해 7월 개막한 '우리들의 밥상' 전시였다. 이 전시에서 소개된 '일반시국은'(一飯是國恩) 유묵이 친일파의 필적으로 확인되면서, 박물관 측의 전시품 검증 체계가 허술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족자 형태로 남아있는 이 작품에는 "한 그릇의 밥도 다 나라의 은혜다"라는 구절이 담겨 있다. 임진왜란 당시 가장 먼저 승병을 일으킨 인물로 알려진 영규대사(?∼1592)가 남긴 말이다. 박물관은 작품에 적힌 '한인(韓人) 박원근'이라는 서명을 근거로, 충북 보은 출신 애국지사 박원근(1912∼1950)의 글씨라고 소개했다. 이 소식을 접한 유족이 유물 앞에서 예를 올리는 사진까지 공개된 바 있다.

 

문제는 전시 개막 한 달여 뒤 들어온 한 제보에서 시작됐다. '박원근'이 사실은 친일반민족행위자 박중양(1874∼1959)이 사용하던 또 다른 이름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진 것이다.

 

박중양은 일제강점기 중추원 참의와 황해도지사, 충북도지사를 지냈고 일본제국의회 귀족원 칙선의원까지 역임한 인물이다. 1919년 3·1운동을 진압하는 데 나섰던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이 운영하는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박중양을 두고, 1935년판 '조선공로자명감'을 인용해 일제의 25년 조선 식민 통치 기간 중 최고 공로자로 꼽혔던 인물이라고 설명한다.

 

유 관장은 이날 강연에서 유묵을 전시에 포함하게 된 경위도 함께 설명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선보이는 전시는 기본적으로 물질문화를 다룬다"며, 어려운 시절 밥 한 그릇이 지니는 의미를 조명하고자 해당 유물을 선정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검증 과정의 미비함은 명확히 인정했다. "유물의 정확한 의미를 읽지 못한 것은 박물관의 역량 부족이자 실수"라며 "앞으로는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관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재차 고개를 숙였다.

 

유 관장은 강연을 마무리하며 "백번을 잘하는 것보다 한 번 실수 안 하는 게 박물관으로서 더 옳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도 "'일반시국은' 문구가 가진 의미는 기억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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