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인

Home > 교육인

경쟁자 허위 투서로 낙마시키고 그 자리 꿰찬 경기대 교수, 결국 유죄

수원지법, 징역 8개월·집행유예 2년 선고...."허위 사실 미필적 고의 인정"

작성일 : 2026-09-10 17:30 작성자 : 김수희 (battie009@nate.com)

경기대 기숙사 [경기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교수 임용을 앞두고 경쟁자를 허위 투서로 무너뜨린 뒤 정작 그 자리를 자신이 차지한 50대 경기대 교수 A씨가 법정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수원지법 형사11단독 지선경 판사는 10일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사건의 시작은 202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경기대 한국화 전공 신임 교수 채용에 지원했던 A씨는 임용 대상자로 이미 선정된 경쟁자 B씨를 눈엣가시로 여겼다. 그가 택한 방법은 정면 승부가 아닌 익명의 투서였다. A씨는 "B씨가 C교수의 소개로 전 총장에게 수억원의 금품을 건네고 부정하게 채용됐다", "C교수가 임용을 위해 B씨의 실적을 변조했다"는 내용을 담아, 학교 이사들과 교수회장, 노조 지회장 등 신규 교원 임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사들에게 투서를 뿌렸다.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2021년 8월 열린 이사회에서 B씨의 신규 임용 안건은 부결됐다. 학교 측이 수사를 의뢰하고 진상 조사에 나섰지만,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그 사이 약 2년이 흘렀고, 2023년 다시 진행된 채용 절차에서 임용된 사람은 다름 아닌 투서를 보낸 A씨 본인이었다.

 

법정에 선 A씨는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려 했다. "소문이 파다해 진실이라 믿을 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었다"며, 진상 조사를 촉구하려는 공익 목적이었다고 주장했다. 투서를 익명으로 보낸 이유에 대해서는 "자신의 채용에 불이익이 생길까 걱정해서"였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런 해명을 하나하나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 판사는 B씨가 임용 관련 청탁이나 금품 제공을 한 사실이 없고, C교수 역시 관련 정황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을 짚었다. 학교 측 자체 진상조사에서도 투서 내용의 진실성은 입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재판부가 더 주목한 대목은 A씨의 태도였다. "피고인은 소문의 출처로 지목한 교수로부터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없고,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공식 문제 제기 대신 추적이 어려운 익명 투서를 다수에게 퍼뜨려 의혹을 키운 정황을 두고, 재판부는 허위 사실에 대한 미필적 고의를 인정했다.

 

업무방해 혐의도 마찬가지로 유죄로 판단됐다. 익명 투서가 이사회의 임용 부결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 수사로 확인된 만큼, 단순한 의도를 넘어 실제 채용 절차를 방해하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지 판사는 양형 이유를 밝히며 A씨를 비판적으로 평가했다. 학교 관계자들에게 동시다발적으로 투서를 보내고 단정적·비방적 표현을 사용한 점에서 죄질이 좋지 않으며, 피해자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고도 자신의 잘못을 온전히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작 이 사건으로 가장 큰 대가를 치른 건 피해자 B씨였다. 1심 선고를 직접 방청한 B씨는 "진실이 밝혀지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려 몇십 년간 공들였던 교수 임용의 기회를 나이 때문에 잃게 됐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1심 유죄 판결이 나온 만큼 학교 측이 정해진 원칙과 규정에 따라 A씨의 교수 임용 문제 등을 조속히 해결하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공은 이제 학교로 넘어갔다. 경기대 측은 이번 판결과 관련해 학내 절차에 따라 A씨에 대한 징계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학교 관계자는 "판결 내용이 정식으로 학교에 전달돼 안건으로 올라오면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징계위원회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며 "구체적인 징계 수위는 징계위원회에서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A씨의 향후 대응 등을 지켜본 뒤 1심 판결을 토대로 징계 절차에 착수할지, 상급심 판단까지 지켜볼지 등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 저작권자 ⓒ 퍼스널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