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사기범 구속…치과의사는 투자금 마련하려 환자·지인에 100억 빌려 '피해 전가'
작성일 : 2026-09-15 18:03 작성자 : 김수희 (battie009@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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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 서부경찰서 [광주경찰청 제공] |
자신을 수천억원대 자산가로 속여 치과의사에게서 250억여원을 가로챈 60대가 붙잡혔다. 정작 돈을 뜯긴 치과의사는 그 돈을 마련하기 위해 환자와 지인들에게 100억원대 투자금을 받아 돌려주지 못한 혐의로 이미 검찰에 넘겨진 상태였다.
광주 서부경찰서는 치과의사에게 250억여원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로 60대 A씨를 구속했다고 15일 밝혔다.
A씨는 2022년부터 치과의사 B씨(50대·여)에게 접근해 자신을 3대째 부를 이어온 자산가라고 속였다. 상속받을 재산만 2천500억원에 달한다는 식으로 신뢰를 쌓았고, 명품과 음식을 건네며 환심을 산 뒤 본격적으로 돈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공장과 사업이 미국 소송으로 가압류됐다며 돈을 빌려달라 했고, 원금의 몇 배를 돌려주겠다고 약속했다. B씨가 변제를 요구하자 이번엔 경기도 소재 공장을 처분하려면 압류부터 풀어야 한다며 추가로 돈을 받아냈다. 의심을 피하기 위해 수익금 명목으로 약 40억원을 돌려주는 치밀함도 보였다. 이런 수법으로 A씨가 B씨에게 받아낸 돈은 모두 253억원에 달했다.
A씨의 행적은 추적을 피하기 위한 정교한 설계로 가득했다. 그는 가명을 쓰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활동했으며, 타인 명의의 휴대전화와 계좌를 사용했다. 통화가 필요할 때면 주거지에서 약 20㎞ 떨어진 곳까지 이동해 5분가량 통화한 뒤 곧바로 전원을 꺼 경찰의 추적을 따돌렸다. 경찰은 휴대전화와 계좌 흐름을 추적해 A씨가 경기 남양주에 거주한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약 2개월간 잠복과 추적 끝에 지난 6월 그를 긴급체포했다. B씨에게서 받은 돈 대부분은 인터넷 방송 후원 등에 쓴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A씨에게 돈을 건넨 B씨 역시 법적 책임을 피하지 못했다. B씨는 A씨에게 줄 돈을 마련하려 환자와 지인들에게 투자를 권유해 100억여원을 받은 뒤 돌려주지 못한 혐의로 지난 8월 검찰에 송치됐다. 경찰은 B씨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투자금이 특정 계좌로 지속적으로 빠져나간 정황을 포착했고, 이 자금 흐름을 추적하다 A씨의 범행까지 밝혀냈다.
B씨는 수사 과정에서 한 차례 구속됐으나 구속적부심을 거쳐 풀려났으며, 현재 선결제한 환자들을 상대로 진료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의 추가 범행 여부를 조사한 뒤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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