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청 광수단 수사 석 달 만…"정당절차 거친 것처럼 허위기재" 판단
작성일 : 2026-09-22 18:18 작성자 : 신준호 (shinister010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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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을 위한 자료를 허위로 제출한 혐의를 받는 정몽규 HDC 회장이 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홍명보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 정당한 절차를 거친 것처럼 자료를 허위로 꾸민 혐의로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이 22일 검찰에 넘겨졌다. 사건이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으로 이송된 지 약 석 달 만이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는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정 전 회장과 이임생 전 기술총괄이사, 김정배 전 상근부회장을 이날 서울중앙지검에 불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축구협회 이사회에 감독을 추천할 권한이 있는 전력강화위원회의 업무에 부당하게 개입하고, 이를 감추기 위해 이사회에 전달되는 전력강화위원회의 심의 안건 자료를 허위로 작성한 혐의를 받는다. 이런 허위 자료를 이사회 이사들에게 배포해 그들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경찰이 그려낸 정황은 구체적이다. 정해성 전 전력강화위원장이 사퇴하면서 후임 감독 선임 작업을 요청하지 않았는데도, 정 전 회장 등이 자신들의 의사대로 감독을 선임하기 위해 정 전 위원장이 후임 감독 선임을 요청한 것처럼 허위 사실을 기재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감독 선임 권한이 없는 이임생 전 이사가 후임 감독 선임 과정에 정 전 회장 등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정당한 권한에 의해 감독 선임 과정을 진행했다'는 취지의 허위 문구도 넣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전 이사가 감독 선임 업무를 넘겨받는 과정에 절차적 문제가 있었다는 점은 이미 문화체육관광부 감사와 행정법원 판결을 통해 드러난 바 있는데, 경찰은 이번 수사로 정 전 회장 등이 이런 문제를 숨기려 허위 문서를 만들어 배포한 정황까지 새롭게 포착했다.
경찰은 애초 피의자로 입건된 정 전 회장과 이 전 이사 외에, 김정배 전 부회장도 이 같은 허위 자료 작성에 관여한 정황을 포착해 참고인에서 피의자로 신분을 전환했다.
반면 홍명보 전 감독은 이번 업무방해 행위와의 유착이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홍 전 감독이 전력강화위원회나 이사회의 감독 선임 과정에 직접 관여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불송치 처분했다.
경찰은 정 전 회장 등이 범행에 나선 배경도 짚었다. 축구협회의 의사결정이 밀실에서 일부 간부 의견에 따라 좌우된다는 비판 여론이 꾸준히 제기돼왔던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정 전 회장 등이 부정적인 여론을 피하면서도 이전처럼 자신들의 의사를 관철하기 위해, 전력강화위원회 등 기존에 정해둔 정상적인 절차를 거친 것처럼 보이려고 허위 자료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경찰은 "정 전 회장 등은 이전 감독 선임 과정에서 절차적 공정성에 대한 여론의 비판이 있었기 때문에 홍 전 감독 선임 과정에선 정당한 절차를 거친 것처럼 외관을 형성하고자 이사회 심의 안건 자료에 허위 내용을 기재했다"고 설명했다.
정 전 회장은 곧바로 반박에 나섰다. 그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경찰의 송치 결정이 내려진 점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국가대표 감독 선임을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적법하게 진행한 점을 충실히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사회를 속일 이유도 없고 속인 사실은 더더욱 없다"고 밝혔다. 다만 향후 검찰 등 추가 수사 과정에서 오해가 풀리고 진실이 밝혀질 수 있도록 충실히 소명하겠다는 뜻도 함께 전했다.
이번 논란으로 행정 전반의 쇄신 요구를 거세게 받아온 축구협회도 입장을 냈다. 축구협회는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건으로 법적인 문제가 불거진 데 대해 국민과 축구 팬들에게 송구한 말씀을 드린다며, 검찰의 추가 수사 과정에서 보다 명확한 진실이 밝혀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각급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을 더욱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찰은 홍명보 감독에 대한 과다한 연봉 지급 의혹, 국가대표 선수 간 다툼 관련 명예훼손 의혹 등 다른 고발 사건에 대해서는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보고 불송치 처분했다.
이번 수사는 오랜 진통 끝에 결론에 이르렀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2024년 7월부터 관련 의혹으로 총 8건의 고발 사건을 배당받고 수사에 나섰지만, 별다른 처분 없이 2년을 흘려보냈다. 이후 월드컵 탈락으로 기존 수사 상황에 이목이 쏠리고 이재명 대통령의 "인사 실패에 의한 것"이라는 감독 문책성 발언이 이어지자, 경찰은 지난 7월 사건을 경찰의 특수부라 불리는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로 이송했다. 이후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가 홍 전 감독 등에 대한 추가 고발장을 내면서, 서울청은 총 9건의 고발 사건을 병합해 수사를 이어갔다.
수사 착수 한 달 만인 지난 8월에는 홍 전 감독을 피의자로 조사했고, 천안 대한축구협회와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을 압수수색해 전력강화위원회 회의록과 문화체육관광부 감사 자료, 휴대전화 전자정보 등을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축구협회 관계자가 전력강화위원회 업무에 부당하게 관여하고, 이사회 의결 과정에서 허위 내용이 포함된 심의 안건을 활용한 사실을 확인했다. 같은 달 26일에는 김정배 전 상근부회장을, 지난 2일에는 정몽규 전 회장을 각각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으며, 이 밖에도 전력강화위원 등 관련자 60명을 조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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