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제청 요청 25일 만에 거부…"구체적 헌법 근거·사유 없어"
작성일 : 2026-09-22 18:28 작성자 : 김수희 (dmaa77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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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희대 대법원장이 22일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조희대 대법원장이 22일 청와대의 대법관 후보 재제청 요청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반년 넘게 이어진 대법관 제청 갈등이 정면충돌 양상으로 번졌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취재진에게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부서한 문서로써 한다"며 "이번 재제청 요청 관련 문서로는 8월 28일자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요청'이 있을 뿐인데, 거기에는 재제청을 요청하는 구체적인 사유와 그 헌법적 근거가 적혀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달리 재제청 요청을 정당화할 구체적인 헌법적 근거와 사유를 찾을 수 없다"며 "재제청 요청에 응할 수 없음을 밝힌다"고 덧붙였다. 청와대가 보낸 문서에는 '헌법 104조 2항 등에 의해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제출하지 않기로 했으므로 재제청해달라'는 내용만 담겨 있었다고 한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조 대법원장이 청와대의 임명 거부 사유 부재와, 대법원장이 제청한 후보를 반려할 헌법적 근거의 부재 두 가지를 함께 문제 삼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입장 표명은 지난달 28일 청와대가 조 대법원장의 손봉기 후보자 서면 제청을 사실상 반려하고 재제청을 요청한 지 25일 만에 나왔다. 특히 시점도 주목받았다. 조 대법원장은 전날 청와대에서 열린 김성수 신임 대법관 임명장 수여식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만났는데, 이 대통령이 같은 날 순방을 위해 출국한 바로 다음 날 전격적으로 재제청 거부 입장을 밝힌 것이다.
청와대는 곧바로 정면 반박에 나섰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법원장의 입장 발표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이런 발표가 대법원장의 제청권이 대통령의 임명권보다 우위에 있다는 논리로 헌법에 위배되는 인식이라고 지적했다. 대법원장이 제청하면 대통령이 그대로 임명해야 한다는 주장은 국민이 직접 선출한 대통령의 임명권을 무력화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공백의 실질적 파장도 짚었다. 노태악 전 대법관이 퇴임한 지 이미 6개월이 지났다며, 대법관 1인당 연간 3천500~4천600건의 사건을 처리하는 현실에서 대법관 1인의 공백은 고스란히 국민의 신속한 재판받을 권리 침해로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장은 대법관 공백 장기화가 결국 국민 피해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더 이상 현 상황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갈등의 뿌리는 올해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1월 21일 후보추천위원회가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으로 김민기·박순영 서울고법 고법판사, 윤성식 서울고법 부장판사,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 등 4명을 추천하면서부터다. 통상 청와대와 사법부가 물밑 합의를 거친 뒤 대법원장이 최종 후보를 제청하는 게 관례였지만, 적임자를 놓고 양측이 접점을 찾지 못하며 논의가 길어졌다. 공백이 계속되자 조 대법원장은 지난달 18일 결국 관행을 깨고 합의가 안 된 손봉기 부장판사를 단독으로 임명 제청했다.
청와대는 열흘 뒤인 지난달 28일 "실질적 협의 없는 일방적인 서면 제청"이라며 재제청을 요구했다. 당시 청와대는 기존 추천 4명 중 손 부장판사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 1명을 재제청하라는 뜻을 내비쳤고, 법조계 안팎에서는 조 대법원장이 후보추천위원회 구성부터 다시 시작해 새 후보를 제청하리란 관측이 나왔었다.
그러나 이날 조 대법원장은 재제청을 어떻게 할지 논하기에 앞서, 재제청 요구 자체의 헌법적 근거를 문제 삼으며 아예 거부 의사를 밝혔다. 새 추천위를 구성하는 방식이든 기존 후보 중에서 다시 제청하는 방식이든, 사실상 모든 경로를 거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공은 다시 청와대로 넘어갔지만, 청와대가 대법원장의 뜻을 그대로 수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이에 따라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 공석은 더욱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3월 3일 퇴임한 노 전 대법관의 후임 자리는 이미 200일 넘게 비어 있는 상태다. 일각에서는 내년 6월 퇴임을 앞둔 조 대법원장의 임기 내 후임 인선이 사실상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의 반응도 즉각적이었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이날 조 대법원장의 재제청 거부 소식을 언급하며 "대통령과의 권력다툼을 하는 것인지, 대통령과 국민을 무시하는 건지 참으로 황당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진보당 의원들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쿠데타에 이은 사법쿠데타"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여권에서 조 대법원장을 향한 탄핵론이 재차 불거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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