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문에 사유 불명확" vs "누가 봐도 임명 거부 명확"…대법관 갈등 격화
작성일 : 2026-09-23 17:31 작성자 : 신준호 (shinister010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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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희대 대법원장이 2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
대법관 재제청을 둘러싼 조희대 대법원장과 청와대의 공방이 23일 하루 사이 두 차례나 오가며 갈등이 더욱 깊어졌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재차 입장문을 내고 "'제청 과정에 절차적 흠결이 존재한다'는 사유는 수긍하기 어렵다"며 청와대 입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달 28일 대법관 재제청을 요청하면서 "손봉기 후보자 제청은 절차적 완결성을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조 대법원장이 하루 만에 다시 입장을 낸 배경에는 전날 발언을 둘러싼 해석 논란이 있었다. 그는 "어제 (내놓은) 입장에 대해 여러 해석이 제시되고 명확한 설명 요구가 있다고 해서 설명해 드린다"고 운을 뗐다.
전날 그의 입장은 "청와대의 8월 28일자 재제청 요청 관련 문서에는 재제청을 요청하는 구체적인 사유와 그 헌법적 근거가 적혀있지 않고, 달리 재제청 요청을 정당화할 구체적인 헌법적 근거와 사유를 찾을 수 없다. 그러므로 재제청 요청에 응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
이날 조 대법원장은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풀어냈다. "재제청 요청 공문에는 재제청 요청의 사유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기재돼 있지 않다"며 "공문의 문언상 명확한 근거와 사유가 제시돼야 그 효력에 다툼이 없고 헌법과 법률에 따른 절차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청와대가 재제청 요청의 구체적인 사유와 법적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고 헌법적 근거에도 의문이 있는 이상, 후속 절차를 진행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특히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진 '제청 과정에서의 절차적 흠결'이 존재한다는 사유는 헌법과 법률의 규정에 기초해 볼 때 수긍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다만 전날 언급했던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부서한 문서로써 한다"는 대목에 대해서는 "헌법 82조에 따라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형식을 갖춘 문서로써 하고 그 해석도 오로지 문서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는 원론적인 내용이지, 공문에 형식적 하자가 있다는 취지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조 대법원장은 사과의 뜻도 함께 전했다. "개인적 부친상과 국제행사 준비 관계로 입장 발표 시기가 늦어진 점 양해 부탁드린다"며 "대법관 공백 장기화로 인한 국민 불편에 대해서는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있으며, 신속히 절차가 마무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런 해명을 곧바로 다시 반박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대법원장이 재제청 요청의 사유가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다고 호도하고 있다"며 "공문상 누가 보더라도 대통령의 임명 거부 입장이 명확히 드러나 있다"고 밝혔다.
앞서 청와대가 지난달 28일 대법원에 보낸 공문에는 "손봉기 후보자에 대하여는 헌법 104조 2항 및 법원조직법 41조 2항에 의해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제출하지 않기로 했으므로, 대법관 후보자를 재제청해 주시기 바란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공문상 손봉기 후보자에 대해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제출하지 않겠다는 것은, 임명에 필요한 절차를 진행하지 않음으로써 임명할 의사가 없다는 거부 입장을 명확히 밝힌 것"이라며 "이것이 후속절차로서 재제청을 요청한 사유"라고 설명했다.
절차적 흠결 논란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물러서지 않았다. 대법원이 시도한 이른바 재추천 절차와 관련해 "법원조직법에 따라 대법관 후보 추천위원회로부터 4명의 후보자를 적법하게 추천받았음에도 법령상 근거 없이 후보자 추천 절차를 다시 진행하기 위해 후보자들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해 사퇴 의사를 물은 것은 중대한 절차적 흠결"이라며 "적법하게 추천된 후보자들을 제청 대상에서 배제하려는 시도야말로 절차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조 대법원장이 이날 "제청 과정에 절차적 흠결이 존재한다는 사유는 수긍하기 어렵다"고 밝힌 데 대한 정면 반박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근본적인 헌법 해석에서도 이견을 분명히 했다. "대법원장이 대통령의 대법관 임명권에 대해, 특정 후보자를 제청하면 그대로 따라야 하는 형식적 권한으로 인식하고 있다면 대통령의 임명 거부 및 재제청 요청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그러나 대통령이 대법원장의 제청에 기속된다고 보는 것은 사실상 대법원장이 대법관을 임명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결과"라며 "국민의 선거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의 임명권을 무력화하는 위헌적 헌법해석"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장은 건전한 상식을 가진 평범한 시민의 관점에서 공문 내용을 이해하고 국민들의 재판받을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조속히 후속 절차를 취해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이런 입장의 배경에 내부 법률검토가 있었다고 전했다. 헌법이 대법관 임명권과 관련해 과거에는 '대법원장이 제청하면 대통령이 이를 임명해야 한다'고 정했다가 개정되면서 단순히 '임명한다'로 바뀐 점, 헌법재판소 재판관은 대법원장이 '지명한다'고 정하고 있는데 대법관은 '제청한다'에 그치는 점 등을 근거로 대통령의 제청 거부가 정당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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