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인선서는 거부, 질의엔 작심 반박…"계엄 가장 먼저 위헌 판단", '제2윤석열' 지적엔 "모욕적"
작성일 : 2026-10-06 18:38 작성자 : 우세윤 (dmaa77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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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희대 대법원장이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대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조희대 대법원장이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국정감사에 출석해 "국회가 대법원장의 제청에 관여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맞섰다. 지난해 국감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입을 닫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여야는 대법원장의 이석 문제부터 재제청 거부, 업무추진비까지 쟁점마다 정면으로 부딪쳤다.
국감은 시작부터 이석 문제로 파행했다. 조 대법원장은 준비해 온 인사말을 읽고, 삼권분립과 사법 독립 원칙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증인선서에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통상 대법원장은 인사말 뒤 자리를 뜨고 법원행정처장이 대표로 답변해 왔지만, 이날은 이석이 허용되지 않았다. 민주당은 재제청 거부 경위를 직접 소명해야 한다고 요구했고, 국민의힘은 관례를 지켜야 한다고 맞섰다.
서영교 법사위원장은 선서 거부에 정당한 이유가 없으면 증언감정법에 따른 후속 조치가 가능하다고 경고했다.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은 "관례는 사법부 독립을 존중해주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상현 의원은 "대법원장을 길들여 이재명 대통령을 위한 '명픽' 대법관을 만들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자리에 남게 된 조 대법원장은 김기표 민주당 의원이 일반증인으로서 선서하고 증언하라고 요구하자 준비한 문서를 꺼내 읽었다.
그는 "국회가 대법원장의 제청에 간섭하는 건 헌법이 명문으로 정한 기관 간 권한 분배와 사법권 독립에 반하여 위헌인 조치"라고 밝혔다. 헌법 104조를 근거로 "대법원장이 국회의 동의 절차나 대통령의 임명 절차에 관여할 수 없듯이, 국회와 대통령도 제청에 관여할 수 없다"며 "대법원장은 제청으로서 모든 헌법상의 권한과 의무가 끝났다"고 설명했다. 대법원과 청와대의 사전 협의 역시 헌법상 근거가 없고, 원활한 임명을 위해 대법원장이 자진해서 협력해 온 것일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협의를 안 해도 헌법상 아무런 문제가 없고, 역대 대통령도 결국 제청권을 존중해 왔다. 서면 제청도 헌법에서 제한을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앞서 인사말에서는 청와대의 재제청 요청 공문에 구체적 사유와 헌법적 근거가 명확히 적혀 있지 않아 후속 절차를 진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맹공을 폈다. 박균택 의원은 "제청권이 대통령 임명권 위에 있다고 본다면 매우 착각"이라며 "재제청 거부는 헌법 규정에 대한 구체적 위반이어서 충분히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김건희씨 재판이 10월 31일까지 선고되지 않으면 석방된다는 점을 들어, 사건을 전원합의체로 넘겨 시간을 끌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있다고도 했다. 박지원 의원은 조 대법원장을 "'윤석열 투(2)'"라고 불렀고, 진보당 손솔 의원은 "제2의 윤석열을 꿈꾸는 것이냐"고 물었다. 조 대법원장은 굳은 표정으로 "그런 말씀은 너무 모욕적이고 서글픈 일"이라고 답했다.
국민의힘은 방어에 나섰다. 주진우 의원은 "대통령이 대법관 쇼핑을 하려고 특정인을 제청할 때까지 고집하며 압박하는 것이 헌법상 허용되느냐"고 반문했다. 곽규택 의원은 "사법부 독립은 사법부 스스로 지켜야 한다"면서도, 이재명 대통령 재판을 중단하라는 헌법 규정은 없다며 대통령이 공정한 재판을 받지 않아 사법부 흔들기에 나선다고 주장했다. 곽 의원은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에게는 "처장이 말을 돌리고 제대로 말을 못 하니 나와서 답변하면 안 되는 대법원장이 말하는 것 아니냐"고 따지기도 했다.
조 대법원장은 계엄 관여 의혹에도 처음으로 직접 입장을 밝혔다. 국회에서 12·3 계엄 당시 대응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대법원은 누구보다, 어느 기관보다 먼저 위헌적이라고 이야기했다"며 "전혀 협조한 바 없다"고 말했다. 계엄사가 여러 차례 인원 파견과 명단 제출을 요구했지만 "위헌적인 행위니까 절대 보내지 말고 명단도 주면 안 된다"고 지시했다는 설명이다.
사법 신뢰도가 떨어졌다는 지적에는 최근 아시아·태평양 대법원장 회의에서 국제기구 자료상 한국의 사법 신뢰도가 나아졌다는 발표가 있었다고 맞받았다.
업무추진비 공세도 이어졌다. 이성윤 의원이 '오마카세', 호텔 레스토랑 디너코스, 와인 구입 등을 거론하자 조 대법원장은 "카드를 본 적도 없고 술을 한 방울도 마시지 않았다"고 답했다. 행정처 담당자가 카드를 갖고 회식 날짜를 잡으면 자신은 격려만 하러 갈 뿐이라며 "예산 배정이나 집행, 식삿값은 전혀 알지 못한다"고 했다.
다만 "직원들이 육아 등으로 자주 모이길 꺼려 한 번 모일 때 못 먹어보던 음식을 원하다 보니 금액이 넘어간 경우가 있는 모양"이라며 "행정처에서 시정할 것이고, 국민께 송구하다"고 말했다.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난 대법관 격려금 문제에 대해서는 지출관이 따로 있어 대법원장이 관여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서부지법 폭동 사태 당시 침묵했다는 지적에는 "당일 행정처장이 현장에서 강경한 성명을 냈다"며 "저도 나가려 했으나 오히려 수습에 지장이 된다는 말을 듣고, 어느 정도 수습된 뒤 가서 관계자들의 고충을 일일이 듣고 필요한 조처를 해줬다"고 설명했다.
당시 긴급 대법관 회의에서 "법관 개인에 대한 테러 시도는 법치주의에 대한 전면 부정이자 모든 헌법기관에 대한 부정행위일 수 있어 굉장히 심각한 사안"이라는 성명을 낸 점도 언급했다.
국감장은 내내 고성과 설전으로 얼룩졌다. 국민의힘 의원석에서는 "나오면 이재명도 나와야지", "독재정권 물러나라", "입법 독재"라는 항의가 이어졌고, 서영교 위원장은 "왜 이렇게 무례하고 오만한가", "발언들이 폭력적이다"라고 맞섰다.
손솔 의원의 발언 직후에는 김태규 국민의힘 의원이 "수준하고는. 네가 인간이 되세요"라고 하자 서 위원장이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다"며 발언권을 정지시켰다.
김 의원은 정회 뒤 국감장 밖에서 서 위원장에게 "먼저 박은정 의원에게서 나온 얘기를 왜 나한테 문제 삼느냐"고 항의했다. 한편 민주당 의원들은 조 대법원장을 몰아붙이면서도 증언 거부 자체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은 자제했다.
이날 오전 10시 10분부터 2시간 30분가량 자리를 지킨 조 대법원장은 오후 2시 44분 재개된 국감에는 나오지 않았다. 노경필 처장은 "감기가 많이 심해졌다"며 "사법권 독립 문제도 있어 일단 이석했다가 끝날 무렵 마무리 말씀을 하러 올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서 위원장은 "대법원장에게 묻고 싶은 것과 들을 답변이 많지만 오전에 선택적 답변만 했다"며 "임의로 이석했기에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시간을 다시 만들어 출석해야 한다"고 공식 요구했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해 국감에도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 판결과 관련해 일반증인으로 채택됐다. 당시에도 인사말 뒤 퇴장하려 했으나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이석을 허가하지 않았고, 민주당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다가 오전 정회 시간에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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