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가 아닌 함께"…21년 베테랑부터 '누리호 키즈' 대학생까지
작성일 : 2026-10-07 18:05 작성자 : 김수희 (battie009@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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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7일 오후 전남광주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7일 5차 발사에서 초소형 군집위성 5기를 목표 궤도에 올리며 임무를 완수했다. 2021년 첫 발사 실패 이후 4회 연속 성공으로 성공률은 80%까지 높아졌다. 누리호가 초소형 위성 5기를 한꺼번에 우주로 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상 등 여건이 좋아 작업은 순조로웠다. 누리호는 우주항공청이 예정한 낮 12시 25분 정각에 주탑재 위성인 초소형 군집위성 2~6호 5기와 큐브위성 10기 등 위성 15기를 싣고 이륙했다. 예정된 시각에 발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야간에 쏘아 올린 4차 발사는 압력센서 신호 이상으로 18분가량 늦어졌고, 3차 발사도 지상밸브 제어 컴퓨터와 발사대 설비 제어 컴퓨터 간 통신 이상으로 하루 연기된 바 있다.
비행은 매끄러웠다. 1단, 페어링(위성보호 덮개), 2단이 차례로 분리된 뒤 초소형 군집위성이 35~40초 간격으로 한 기씩 떨어져 나갔다. 성패의 기준은 목표 고도 570㎞에서 오차 15㎞ 이내에 위성을 안착시키는 것이었는데, 위성들은 576㎞에서 분리됐다. 엔진 점화 시간은 계획보다 1단 2초, 2단 4초, 3단 9초 짧았지만 예측 성능 범위 안이라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설명했다.
박종찬 항우연 한국형발사체고도화사업단장은 "군집위성 분리 시점이 예정 810초였는데 그런 시간이 합쳐져서 대략 15초 짧아진 시간에 분리가 이뤄졌다"며 "예상했던 성능범위 이내에서 좋은 성능이 나왔다"고 말했다.
교신 성과도 이어졌다. 우주항공청은 오후 1시 8분께 남극 세종기지에서 초소형 군집위성 6호와 처음 교신했다고 밝혔다. 오후 2시부터는 대전·제주 등 국내 지상국과 노르웨이 해외 지상국을 통해 2~5호와 교신할 예정이다.
다만 아쉬운 대목도 있었다. 큐브위성 10기 중 쿼터니언이 개발한 1기는 분리되지 않아 9기만 사출됐다. 우주항공청은 처음에 10기를 모두 분리했다고 발표했다가 브리핑에서 이를 번복했다. 박 단장은 "누리호에서 정상 분리 신호를 냈지만 사출관 뚜껑이 열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성공으로 민간이 우주 개발을 이끄는 '뉴 스페이스'와 발사체 상용화에도 속도가 붙게 됐다.
오태석 우주항공청장은 "우리나라가 초소형 위성 5기를 동시에 우주에 투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고객이 원하는 궤도와 시간에 맞춰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한 단계 더 높은 우주 수송 역량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한국형 발사체 고도화 사업의 두 번째 발사인 이번 발사는 검증을 넘어 민간 주도로 넘어가는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항우연이 제작을 주관한 1~3차와 달리 4차와 5차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작업을 총괄했고, 5차에서는 발사 준비와 운용에 참여한 민간 인력도 늘었다.
다음 발사는 내년 하반기로 예정된 6차다. 6차에서도 초소형 군집위성 5기를 올리는 것이 주된 임무이며, 단 조립 장소는 나로우주센터에서 한화에어로가 순천에 구축한 조립장으로 바뀐다.
오 청장은 "2032년까지 매년 1회 이상 누리호를 발사해 신뢰성을 더욱 향상하고 민간 주도 상업 발사 서비스로 전환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우주사업총괄 부사장은 "6차 발사는 거의 대부분 조작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5차 발사는 목표가 아니라 과정인 만큼 대한민국 우주수송 능력 확대를 위해 책임감과 자부심을 갖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위성 양산과 군집 운용'을 이번 발사의 의의로 꼽고 "누리호의 정례적 발사가 안정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성공의 밑바탕에는 사람들이 있었다. 박 단장은 성공의 동력으로 '동료애'를 꼽았다.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한다는 믿음이 중요했습니다." 개발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문제가 터질 때마다 동료를 믿고 소통하며 해법을 찾아왔다는 것이다. 발사를 거듭하며 쌓인 경험도 힘이 됐다.
박 단장은 "이전에는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 방안을 도출하는 데 긴 시간이 걸렸지만, 이번 준비 과정에서는 몇몇 이상 상황에서도 실무진들이 빠르게 대처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현대로템 등을 거쳐 2005년 항우연에 입사한 그는 나로호와 누리호 개발에 참여하며 21년간 한국형 발사체를 만들어왔고, 2023년 10월 사업단장을 맡아 4차 발사부터 발사 준비와 임무 수행을 이끌고 있다.
항우연 엔진시험평가팀 임지혁 책임연구원도 "오랫동안 함께 고생해 온 사이"라며 "누구 하나라도 빠지는 상황을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연구진을 지탱한 또 다른 힘은 가족이었다. 개발과 발사 준비 기간에는 하루 대부분을 연구에 쏟고, 대전 본사를 떠나 나로우주센터가 있는 전남광주 고흥에 오래 머무는 일도 많다. 아이들의 유치원·학교 행사에 가거나 육아를 마친 부부가 맥주 한 캔을 나누는 평범한 일상조차 누리기 어렵다. 임 연구원은 "특히 아이들이 아플 때 가정에 충실하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이 있다"면서도 "가족들이 자랑스러워하는 부분이 있어 조금이라도 만회한다"고 말했다.
군집위성 시대를 연 이번 발사에는 위성 개발진의 이야기도 있다. 주탑재위성 개발을 이끈 이상현 카이스트 초소형군집위성사업단장은 "우리 위성이 군집위성 시대를 여는 마중물 역할을 하게 됐다"며, 정부 수요의 실용위성을 산·학·연이 함께 개발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이 단장은 "초기에는 용어와 일하는 방식을 맞춰야 하는 어려움도 있었지만, 서로의 전문성을 존중하고 차이를 좁혀가며 사업을 이끌어 왔다"고 연구진에게 감사를 전했다.
어릴 때 뉴스로 누리호를 지켜보던 '누리호 키즈'도 주역으로 나섰다. 경기북과학고 졸업생 7명이 만든 큐브위성 'GB샛' 개발진의 양준영 한국항공대 2학년 학생은 "어렸을 때부터 누리호 개발 소식을 뉴스로 봤는데 우리 팀의 위성을 누리호로 발사했다는 것이 신기하다"며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팀원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해 온 과정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이들은 현재 5개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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