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하라니까 사과" 논란 확산…한때 정회, 민주당은 국비 지원 확대 검토
작성일 : 2026-10-19 18:18 작성자 : 신준호 (shinister010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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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19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최근 소방 관련 발언 사과 및 인사말을 마친 후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소방 재정 빨대'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19일 국정감사장에서 소방관들에게 다시 사과했다. 사과의 진정성 논란이 커지면서 여야는 국감장에서 정면으로 맞붙었고, 보수성향 시민단체는 추 지사를 수사기관에 고발했다.
추 지사는 이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 인사말에서 "최근 저의 발언으로 마음에 상처를 입으신 소방관 여러분께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소방관의 헌신을 누구보다 무겁게 생각하고 있다. 소방관의 안전과 처우를 더욱 세심하게 살피겠다"고 덧붙였다. 부천 공장 화재로 순직한 고(故) 김진석 소방위에 대해서는 "마지막 길을 배웅하고 왔다"며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다. 유가족과 소방 가족 여러분께 다시 한번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논란은 지난 13일 시작됐다. 추 지사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 국감에서 지방자치단체 재정 문제와 국가직인 소방공무원 관련 예산을 언급하며 "소방이 가장 큰 골치 아픈 재정 빨대 같다"고 말했다. 불씨를 키운 것은 17일의 사과였다. 김 소방위의 빈소를 찾아 조문한 추 지사는 "제 의도와 다르게 전달됐다면 깊은 유감의 말씀을 드리고, 또 사과를 바라시니까 정말 마음을 다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사과를 바라시니까'라는 표현이 도마에 오르며 사과 방식이 다시 논란이 됐다.
이날 국토위 국감은 이 문제로 시작부터 달아올랐다. 국민의힘 김종양 의원은 첫 질의에서 "소방관에게 지울 수 없는 모욕적 망언을 했다. '사과하라니까 사과한다'는 2차 가해를 했다. 속칭 '개사과'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추 지사는 "모두발언에서 사과 말씀드렸는데 다시 한번 마음에 상처 입은 소방관에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답했다. 그러자 민주당 문정복 의원이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해 "국감 현장에서 국토위와 아무런 상관없는 내용이 정쟁 수단으로 소환돼선 안 된다"며 질의 방식을 문제 삼았다.
김 의원이 "추미애 지사를 대변하러 왔나"라고 따지고, 문 의원이 "정책감사 하러 온 게 맞냐"고 받아치면서 고성이 오갔다. 복기왕 위원장은 두 의원에게 자제를 요구하며 "김 소방위께서 공동체를 지키고자 했던 그 뜻이 어긋나지 않은 국감이 됐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공방은 이어졌다.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은 "여당 출신 도지사 아니냐. 정부와 원팀으로 할 수 있는데 그걸 어떻게 소방 공무원 가슴에 피멍 드는 발언으로 표현하냐"고 지적했다.
유상범 의원은 "사용하는 용어에는 그 사람의 생각과 철학이 드러난다"며 "'사과를 하라고 하니까 사과한다'는 추 지사의 성격이 드러나는 것 같다"고 했다. 반면 민주당은 발언이 잘못됐다고 인정하면서도 소방 예산 문제를 공론화해야 한다고 맞섰다. 부승찬 의원은 "큰 잘못을 했지만 충분히 사과했다"며 "소방 공무원이 국가직임에도 예산의 90% 정도를 지방자치단체에서 부담하니까 이게 재정을 진짜 쭉쭉 빨아먹는 거 아니겠냐"고 말했다. 전용기 의원도 "빨대 발언은 잘못한 발언이다. 추 지사도 거듭 사과했다"면서 "이번 기회에 확실히 공론화해서 국가 예산으로 집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거들었다.
이 발언이 다시 불을 붙였다.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이 의사진행 발언에서 "여당 의원이 '재정을 진짜 쭉쭉 빨아먹는 거 아닙니까'라고 했다"며 "너무 충격적이다"라고 비판했고, 부 의원은 "앞뒤 문맥을 정확히 보라. 국가직 승격되고 국회 책임 없는지 물었던 것이다"라며 "여전히 정쟁으로 활용하는 작태"라고 반박했다. 양당 의원들이 가세해 소란이 커지자 복 위원장은 정회를 선언했고, 감사는 7분여 중단됐다.
민주당 지도부는 소방 지원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날 최고위원회의는 김 소방위를 기리는 묵념으로 시작했다. 김민석 대표는 "영웅에는 그에 걸맞은 대우가 뒤따라야 한다"며 "소방관의 안전한 근무 환경 조성은 국가의 무한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장비를 적기에 보충하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정신 건강 지원도 부족함이 없어야 한다고 했다. 한병도 원내대표는 "실효성 있는 재발 방지 대책과 소방 관련 제도 정비·예산 확보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당은 소방 예산의 국비 지원 비율을 늘리는 입법·예산 대책도 검토한다. 최민희 최고위원은 "현재 소방은 국가사무 비율이 72%지만 국비 지원은 10.7%에 불과하다"며 "소방직 재정까지 국가가 책임지는 시스템으로 전환하도록 논의를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신현영 대변인은 "소방 예산의 국가부담 필요성이 강화되고 있다"며 법 개정 필요성을 검토해 정책위원회 중심으로 빠르게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당내에서는 추 지사에게 거듭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박지원 의원은 SBS 라디오에서 "계속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를 한다"며 "사과하려면 깨끗하게 사과하지 '사과하라니까 하겠다'고 해서 꼬리를 잡히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김병주 의원도 MBC 라디오에서 "사과라는 것은 상대가 진정성을 느껴야 하는 것"이라며 "다시 한번 진정 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기도에 지역구를 둔 한 의원은 통화에서 "총선도 얼마 안 남았는데 지역 민심이 너무 안 좋아져 민주당이 유리하다고 볼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출당이든 뭐든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전했다.
다만 경기 지역의 다른 의원은 "출당 조치 등의 징계는 오히려 내부 분열만 가져올 것"이라며 "당분간 자숙하는 분위기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계원 대변인은 징계 검토 여부를 묻는 질문에 김 대표가 비공개 최고위에서 "우선 국민과 소방대원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관련한 재정적·제도적 보완대책 마련에 집중하자"고 당부했다며, "추 지사에 관한 문제는 향후에 논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법적 대응도 시작됐다. 보수성향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서민위)는 이날 추 지사를 직권남용·업무방해·명예훼손 혐의로 중대범죄수사청에 고발했다. 서민위는 고발장에서 "패륜적 망언"이라며 "진정성이 없는 억지 사과는 고인을 두 번 죽이고 소방공무원의 자긍심에 큰 상처를 준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경기도지사로서 부적합하므로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로 엄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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