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

Home > 기업인

아리셀 화재 참사 박순관 대표 징역 4년 확정…유족 "재판소원 낼 것"

1심 징역 15년에서 대폭 감형…유족 일부 합의 고려

작성일 : 2026-10-20 17:24 작성자 : 신준호 (shinister0107@gmail.com)

아리셀 박순관 대표 [사진=연합뉴스]


23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기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 참사의 최종 형량이 20일 정해졌다. 대법원은 박순관 아리셀 대표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한 2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1심에서 선고된 징역 15년과 비교하면 11년이 줄어든 결과다. 유족들은 이날 판결 직후 "재판소원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며 반발했다.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 대표와 검찰 양측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아들인 박중언 총괄본부장은 2심의 징역 7년이 유지됐고, 법인 아리셀에는 벌금 8억원이 확정됐다.

 

선고 뒤 열린 기자회견장은 울음바다가 됐다. 유족들은 "너무 억울해서 말도 안 나온다", "아무 사과도 받지 못하고 버려진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상고 기각이 너무 성의 없이 이뤄졌다는 비판도 나왔다.

 

아리셀 중대재해참사 대책위원회와 아리셀 산재 피해가족협의회는 공동 성명을 냈다. 두 단체는 이번 판결이 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를 훼손하고 피해자들을 다시 절망에 빠뜨렸다고 규탄했다. 이어 이 참사가 위험의 외주화에 그치지 않고, 이주노동자에게 위험을 더 얹는 노동 구조와 노동자의 생명을 비용으로 따지는 기업 논리, 그리고 책임을 제대로 묻지 못하는 사법 현실까지 드러냈다고 짚었다. 단체들은 "잘못된 판결을 바로잡기 위해 법적·사회적 수단을 모두 동원해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참사는 2024년 6월 24일 화성시 서신면의 아리셀 공장에서 발생했다. 화재로 노동자 23명이 숨지고 9명이 다쳤다. 희생자 가운데 20명은 파견노동자였고, 대부분 입사한 지 3~8개월밖에 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박 대표가 유해·위험 요인을 점검하지 않았고 중대재해에 대비한 매뉴얼도 갖추지 않았다며,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어긴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1심은 박 대표를 중대재해처벌법이 처벌 대상으로 정한 '경영책임자'로 보고 주요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회사에 안전보건업무책임자가 있다면 원칙적으로 그가 경영책임자이고 사업총괄책임자는 책임을 면하지만, 아리셀에는 그런 책임자가 없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에 따라 박 대표가 안전·보건 목표와 경영방침을 세우지 않았고, 유해·위험요인을 확인하고 개선하는 절차를 마련하지 않았으며, 재해 예방 예산도 편성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박 총괄본부장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으로 징역 15년을 받았다. 두 사람의 형량은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가장 무거운 것이었다.

 

2심에서는 판단이 갈렸다. 박 대표가 법상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했다는 점은 인정됐지만, 박 총괄본부장에게는 층별 비상구를 설치할 의무가 없었고 비상구 유지 의무도 어기지 않았다며 그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가 무죄로 뒤집혔다. 그 결과 박 대표의 핵심 공소사실, 곧 총괄본부장의 법 위반을 불러 중대산업재해를 일으켰다는 부분(주위적 공소사실)도 무죄가 됐다.

 

그래도 유죄 판단은 남았다. 박 대표가 의무를 어겨 총괄본부장 등의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을 초래했다는 예비적 공소사실이 받아들여졌다. 2심은 구체적인 산업안전보건법상 의무 위반이 없더라도 일반적인 예견 가능성에 근거한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을 매개로 하면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양형에서는 합의가 변수였다. 2심은 합의한 유족 일부가 처벌을 원한다고 탄원했더라도, 합의를 양형에 제한적으로만 반영하면 피고인이 피해 회복 노력을 게을리하거나 포기할 수 있다며 신중해야 한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런 판단 끝에 박 대표는 징역 4년, 박 총괄본부장은 징역 7년으로 형이 크게 줄었다.

 

대법원은 2심 판결에 오류가 없다고 봤다. 아리셀의 사업총괄책임자는 대표이사인 박 대표이고 박 총괄본부장은 사업총괄책임자도 안전보건업무 책임자도 아니므로, 박 대표가 경영책임자로서 중대재해처벌법상 의무와 책임을 진다는 원심 판단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위험성평가 규정도 쟁점이 됐다. 아리셀에 위험성평가 실시 규정과 계획이 있기는 했지만, 폭발 위험이 있는 리튬을 다루며 전지를 만드는 사업장의 특성이 구체적으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2심 판단을 대법원은 정당하다고 봤다. 이에 따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이 요구하는 유해·위험요인 확인·개선 절차가 마련되지 않았고, 박 대표가 이를 마련할 의무를 어겼다는 결론도 수긍할 수 있다고 밝혔다.

“ 저작권자 ⓒ 퍼스널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