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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당했다"던 역삼 방화범, 운동기구 디자인은 국내외 정상 등록…"겁주려고 불 질렀다"

미국·브라질 등록 확인, EU·일본·캐나다서도 보호 이력…2022년에도 같은 업체 위협해 징역형

작성일 : 2026-10-21 15:55 작성자 : 오두환 (odh83@hanmir.com)

2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소재 건물 두 곳에서 연달아 방화한 혐의를 받는 70대 남성 A씨가 서울 수서경찰서로 압송되며 취재진에게 문건을 펼치고 있다. A씨는 범행 경위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특허 법인이 사기를 쳤다"라며 취재진을 향해 문건을 펼치며 경찰서로 들어갔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역삼동 빌딩 두 곳에 잇따라 불을 질러 19명을 다치게 한 70대 A씨가 경찰 조사에서 범행을 대체로 시인했다. 범행 동기로 내세운 "사기를 당했다"는 주장과 달리, 그의 운동기구 디자인은 국내외에서 본인 명의로 정상 등록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21일 2차 조사를 거쳐 이날 중 A씨에게 현주건조물방화치상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수서경찰서는 이날 오전 언론 공지에서 전날 밤 1차 피의자 신문을 했고, A씨가 범행 사실을 대체로 시인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20일 오전 11시 54분께 신명빌딩 3층에, 낮 12시 1분께 한양빌딩 4층에 잇따라 불을 질렀다. 범행 뒤 달아났다가 같은 날 오후 동묘앞역 인근에서 긴급체포됐다. 부상자 가운데 변리사 1명은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진술에 따르면 범행은 계획적이었다. 경찰은 A씨가 범행 나흘 전인 지난 16일 강서구 주거지 인근에서 플라스틱 말통 2개와 라이터, 인화물질을 사들였다고 밝혔다. 범행 당일에는 인화물질을 들고 택시를 타고 역삼동으로 이동했다.

 

A씨는 자신이 불을 지른 특허법인 두 곳이 허위 특허 등록증을 발급하는 등 자신을 속였다고 주장했고, 동기에 대해서는 "그들에게 겁을 주고 이 일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고 진술했다.

 

체포 후 경찰서로 압송되던 전날에도 취재진에게 "특허 법무법인에서 사기 쳐서"라고 말하고 피해자들에게 "앞으로 사기 치지 말라"고 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A씨 주거지 인근 마트 등을 찾아 라이터 구매 시기를 조사하고 CCTV를 확인하며 진술 검증에 착수했다.

 

그러나 등록 기록은 A씨의 주장과 맞지 않았다. 연합뉴스가 입수한 특허청 등록디자인공보에 따르면 A씨는 2019년 '근력운동기구', 2020년 '운동기구' 디자인을 각각 등록했고, 두 공보의 '창작자'와 '디자인권자' 항목에 모두 A씨 이름이 적혀 있다. 2019년 디자인은 4월 17일 신청해 8월 23일, 2020년 디자인은 2월 12일 신청해 12월 4일 등록됐다. 도면에는 양쪽 받침대가 원통형 봉을 받치는 구조가 담겼고, 사용자가 봉 위에서 균형을 잡으며 360도 회전해 신체의 작은 근육을 자극하는 기구라고 설명돼 있다.

 

국내 등록은 특허법인이 대리인으로서 절차를 밟았다. 2019년 디자인의 대리인은 신명빌딩 3층에 입주한 특허법인 B사의 변리사였고, 2020년 디자인은 한양빌딩 4층의 특허법인 C사가 맡았다. 불이 난 두 건물에 입주한 업체가 각각 한 건씩 대리한 셈이다. 두 법인은 통상적인 대리인 업무를 맡았고, 권리는 A씨에게 부여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에서도 같은 결과였다. 미국 특허상표청 공보에는 '근력운동기구'가 2021년 7월 20일, '운동기구'가 2022년 2월 8일 등록됐다. 브라질 산업재산권청 공보에는 두 디자인이 각각 2020년 1월 14일과 8월 25일 등록된 것으로 나온다.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의 국제디자인 등록 기록에도 두 디자인이 유럽연합(EU)과 일본, 캐나다에서 보호를 인정받은 이력이 남아 있다.

 

A씨가 이들 업체를 상대로 위협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2022년 12월 두 업체 사무실을 찾아가 직원들에게 휘발유를 뿌리고 라이터와 가위로 위협했다. 그는 이듬해 4월 서울중앙지법에서 특수협박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경찰은 이번 범행도 해외 상표 등록증 발급 문제를 둘러싼 불만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해외 상표 등록을 의뢰한 뒤 온라인 등록증만 발급된다는 안내를 받았지만 종이 등록증을 요구했고, 변리사가 자신의 상표를 훔쳤다고 의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집 안에 '종이 등록증'을 걸어두는 등 집착을 보였다고 한다.

 

현장 감식도 이어졌다. 경찰과 소방은 전날에 이어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2차 감식을 했고, 낮 12시 20분께 감식을 마친 소방 관계자는 "발화 지점이 어느 정도 특정됐다"고 말했다. 출입구 쪽이었느냐는 질문에는 "나중에 종합적인 수사 결론을 통해 확인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소방 당국은 방화에 쓰인 인화물질의 양과 뿌려진 방식이 두 건물 모두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공개된 현장 내부 모습을 보면 신명빌딩 3층 엘리베이터 앞과 복도 바닥에서 화재 흔적이 발견됐고, 벽과 천장이 새카맣게 타고 책과 집기도 모두 불에 탔다. 경찰은 "치료비 지원 등 피해자 보호 및 지원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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