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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여론조사비 대납' 2심서 무죄…"명태균 진술 그대로 믿기 어렵다" 1심 뒤집어

유일한 직접증거 배척…특검 "실망스럽다, 상고", 명태균 "사실적 관계는 판결과 다르다"

작성일 : 2026-10-23 17:35 작성자 : 신준호 (shinister0107@gmail.com)

오세훈 서울시장이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명태균 여론조사 대납 의혹 사건' 항소심 선고 공판 뒤 무죄 판결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으로 기소된 오세훈 서울시장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핵심 증거인 명태균씨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며 1심의 유죄 판단을 뒤집었다.

 

서울고법 형사7부(구회근 부장판사)는 23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오 시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측근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과 후원자 김한정씨도 무죄를 받았다. 1심은 오 시장에게 벌금 1천만원과 추징금 2천100만원을 선고했고,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2심에서 징역 1년 6개월과 추징금 3천300만원을 구형했었다.

 

혐의의 골자는 오 시장이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명씨에게서 10차례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보고, 오랜 후원자로 알려진 사업가 김씨에게 비용 3천300만원을 대신 내게 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 혐의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가 짚은 첫 번째 문제는 증거의 구조였다. 핵심 쟁점에 대한 직접증거는 명씨의 진술이 유일한데, 그 내용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는 것이다. 근거로는 직접 경험한 사실과 추측·과장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은 주변적으로만 설명하거나 기억나지 않는다고 한다는 점, 기존 진술도 유리한 방향으로 재해석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 제시됐다. 객관적 사정이나 주변 관련자 진술과 배치되는 부분이 많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진술 시점도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명태균은 최초 김영선 등에 관한 정치자금법 위반 수사 중에는 오세훈 관련 혐의에 대해 진술하지 않았는데, 오세훈이 명태균을 고소하겠다고 발표한 2024년 12월경부터 본격적으로 진술했다"며 "그 무렵 공개적으로 '오세훈을 어떻게 엮는지 보라'는 취지로 위협적인 말까지 했다"고 밝혔다. 명씨가 2021년 2월 이후 오 시장 측과 사이가 틀어졌고, 오 시장 당선 뒤 자신의 기여를 인정받지 못했다고 여겨 섭섭한 감정을 가진 것으로 보이는 점도 진술을 믿기 어려운 이유로 들었다.

 

1심과의 가장 큰 차이는 2021년 1월 22일 통화에 대한 판단이다. 명씨는 창원 장복터널을 지나던 중 오 시장이 전화해 울면서 "나경원을 이기는 여론조사를 해달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1심은 구체적 시간과 장소는 믿기 어렵지만 통화 내역 등에 비춰 오 시장이 그날 전화해 여론조사를 물은 것은 사실로 보이고, 첫 조사도 오 시장 의뢰로 이뤄졌다고 봤다.

 

2심은 정반대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명태균 스스로 첫 번 여론조사는 오세훈이 의뢰한 게 아니고 김종인을 위해 진행했다고 진술한 적 있고, 당시로선 오세훈이 당장 여론조사를 의뢰할 만한 동기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오세훈은 불과 이틀 전에 명태균을 처음 만났는데 불법적인 비용 부담 문제까지 언급하며, 그것도 울면서 여론조사를 의뢰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짚었다. 명씨가 오 시장 의뢰로 조사를 수행했다기보다는, 보궐선거라는 정치적 격변기에 자신의 역량을 과시하고 김종인에게 접근해 특정 후보를 지지함으로써 입지를 다지려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든다"고도 했다.

 

비용 대납 혐의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오세훈이 자신의 정치적 입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불법적인 여론조사 비용 대납을 김한정에게 대놓고 직접 요청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씨가 명씨 계좌로 부가가치세까지 포함한 돈을 떳떳하게 보낸 점도 공소사실에 맞지 않는다고 봤다.

 

이를 종합해 재판부는 "결국 오세훈이 명태균에게 공소사실과 같이 구체적인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그 대가로 돈을 지급하려 한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 김씨가 명씨 측에 수차례 돈을 준 사실은 명백해 유죄 의심이 전혀 없지는 않지만, 의심만으로 유죄를 인정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검사의 입증이 확신을 갖게 할 정도로 충분하지 않을 경우, 비록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일부 석연찮아 유죄 의심이 든다고 해도 결국에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이는 수사와 기소를 통해 억울하게 처벌받는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한 오래된 형사법의 대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선고 결과는 오 시장의 정치 생명이 걸린 사안이었다. 정치자금법 57조에 따르면 정치자금 부정 수수죄로 벌금 100만원 이상이 확정되면 5년간 공직에 취임하거나 임용될 수 없고, 이미 공직에 있으면 퇴직해야 한다. 1심의 벌금 1천만원이 그대로 확정됐다면 오 시장은 직을 잃고 차기 대선 출마도 어려워질 상황이었다.

 

오 시장은 선고 뒤 법원을 나서며 취재진에게 "결백을 믿어주고 다시 서울시장으로 일할 수 있도록 투표해주신 서울 시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더욱더 열심히 일해서 보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팀은 곧바로 불복 의사를 밝혔다. 박노수 특별검사보는 "많이 실망스러운 판결"이라며 "상고를 통해 바로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특검보는 "저희도 명태균 진술 중 믿지 못할 부분이 있음을 잘 알지만, 명태균 진술만으로 기소한 게 아니다"라며 "다른 결정적인 증거의 가치를 재판부가 어떻게 평가하고 이런 결론에 이르렀는지 납득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명씨도 페이스북에 "사법부 판결을 존중합니다. 하지만 사실적 관계는 판결과 다르다"는 입장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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