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투표 패배 뒤 보우소나루 꺾어…투표 시간 연장 논란 속 상대는 불복 시사
작성일 : 2026-10-26 17:53 작성자 : 오두환 (odh83@hanmi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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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룰라 대통령이 상파울루 자택 근처에서 지지자를 끌어안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81) 브라질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치러진 대선 결선투표에서 우파 성향의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상원의원을 꺾고 네 번째 대통령직을 거머쥐었다. 1차 투표에서 뒤졌던 판세를 결선에서 뒤집은 역전승이다.
브라질 고등선거재판소에 따르면 개표율 99.93% 기준 룰라 대통령은 51.77%를 얻어, 48.23%에 그친 자유당(PL) 후보 보우소나루를 약 440만표 차로 따돌리고 당선을 확정했다. 개표 과정도 출렁였다. 보우소나루 후보가 개표율 13.98%를 넘긴 시점에 룰라를 앞질렀고, 룰라는 개표율 48% 무렵 재역전에 성공해 격차를 조금씩 벌렸다. 1차 투표에서 밀린 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한 번도 앞서지 못했던 그가 결선에서 승부를 뒤집었다.
기록도 새로 썼다. 룰라 대통령은 2003년 첫 집권 이후 네 번째 대권을 잡아 브라질 현대 정치사 최초의 4선 대통령이 됐다. 1989년 첫 대선 출마 이후 일곱 차례 도전해 4승 3패를 기록했다. 반면 부친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 이어 브라질 첫 '부자 대통령'을 노렸던 플라비우 보우소나루는 1차 투표 승리에도 결선에서 무릎을 꿇었다. 부친 자이르도 재선에 도전했다가 룰라에게 패한 바 있다.
이번 결과는 중남미 정치 지형에도 의미가 크다.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중남미 대선에서 우파가 진 적은 없었는데, 중남미 최대 국가 브라질에서 처음으로 좌파 진영이 이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결과에 대한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그는 투표가 끝나기 전 결선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느 후보도 공개 지지하지는 않았지만, 보우소나루 후보의 1차 투표 승리를 높이 평가하고 이번 대선을 "매우 중요한 선거"라고 부른 바 있다.
결과가 나오자 상파울루 등 주요 도시에는 룰라의 승리를 축하하는 지지자들이 몰려들었고, 룰라 캠프는 그가 가족·측근과 승리를 자축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승부가 갈리기까지 과정은 한 편의 드라마였다. 1989년 직선제 도입 이후 1차 투표에서 진 후보가 결선에서 이긴 전례는 없었다. 룰라 대통령은 '현직 프리미엄'을 앞세워 막판 추격에 나섰다. 정부는 룰라의 간판 복지 정책인 '보우사 파밀리아' 지원금을 15% 올려 대선 전에 미리 지급했고, 핵심 공약인 주5일제 도입 법안도 선거 직전 상원을 통과했다. 위기감을 느낀 지지층이 막판에 결집하면서 두 후보는 오차범위 내 초박빙 상황에서 최후의 승부에 들어갔다.
투표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브라질 연방대법원은 이날 투표 마감 시간을 오후 5시에서 7시로 두 시간 늦추는 유례없는 결정을 내렸다. 룰라 캠프의 긴급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룰라 측은 상파울루 등 주요 지방자치단체가 의도적으로 대중교통 배차를 줄여 유권자의 투표소 이동을 막았다고 주장했다. 이후 보우소나루 측도 연장을 요구하면서 전국 투표소의 마감 시간이 일괄 연장됐다. 일부 투표소에서는 혼란이 이어졌고, 소셜미디어에서는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보우소나루 후보는 투표 시간 연장이 전례 없는 조치라며 불복을 시사했다. 그는 "투표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이번 선거의 무효화를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번 대선의 기권율은 19%로, 역대 결선투표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선거운동 초반에는 유권자의 무관심이 두드러졌지만, 막판 접전이 치열해지면서 투표 참여가 늘었다.
룰라 대통령은 당선 확정 직후 승리 연설에서 유권자들이 민주주의를 위해 투표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국민들에게 브라질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데 투표가 극도로 중요하다는 점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앞길은 험하다. 새 임기는 2027년 1월 5일 시작되는데, 네 번째 임기가 가장 어려운 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4일 총선에서 우파 정당들이 약진해, 1980년대 민주화 이후 가장 보수적인 의회가 출범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보우소나루 후보가 속한 자유당이 다른 정당과 연합하면 하원에서 280석 이상, 상원에서 최대 50석을 장악해 양원 모두 안정적 과반을 차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경제 여건도 녹록지 않다. 내년 성장률은 2.3%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높은 금리와 국내총생산(GDP)의 82%를 넘어선 공공부채로 재정 건전성 우려도 크다. 로이터는 GDP 대비 공공부채 비율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고 수준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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