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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아버지' 최불암 별세…정부, 금관문화훈장 추서

67년 연기인생 마무리…'수사반장'·'전원일기'로 국민적 인기

작성일 : 2026-10-30 17:41 작성자 : 오두환 (odh83@hanmir.com)

한국의 아버지상을 대표해 '국민 아버지'로 불린 배우 최불암(본명 최영한)이 별세했다. 향년 87세. [사진=연합뉴스]


'한국의 아버지상'을 대표해 온 배우 최불암(본명 최영한)이 29일 밤 숨졌다. 향년 87세. 정부는 하루 뒤인 30일 고인에게 금관문화훈장(1등급)을 추서했다.

 

유족에 따르면 최불암은 29일 밤 10시께 서울 강서구의 한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던 중 세상을 떠났다. 고인은 30일 0시 20분께 빈소가 마련될 병원으로 옮겨졌다. 아내인 배우 김민자와 자녀, 관계자가 응급요원 두 명과 함께했고, 김민자는 연신 눈물을 흘리며 뒤를 따랐다. 병원 로비에서 만난 관계자는 "돌아가셨다"며 슬퍼했다.

 

고인은 지난해 3월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은 뒤 거동이 불편해져 2011년부터 14년간 진행한 KBS 1TV '한국인의 밥상'에서 하차했다. 이후 재활에 힘썼으나 건강이 급격히 나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3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빈소를 찾아 금관문화훈장을 유족에게 전달했다. 문화훈장은 문화예술 발전과 국민의 문화 향유에 뚜렷한 공을 세운 사람에게 주는 훈장이다. 최불암은 2014년 11월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에서 은관문화훈장을 받은 바 있다. 금관문화훈장을 받은 배우로는 2016년 백성희, 2021년 윤여정, 2022년 이정재, 2025년 이순재·김지미, 2026년 안성기가 있다.

 

문체부는 추서 이유로 고인의 활동을 꼽았다. 문체부는 "1959년 연극 '햄릿'으로 데뷔해 67년간 연극과 드라마, 영화, 교양 프로그램을 넘나들며 한결같이 국민 곁을 지켜 온 배우"라며 "'수사반장'에서 18년간 박영한 반장을, '전원일기'에서 22년간 양촌리 김 회장을 연기하며 한국 텔레비전 드라마의 성장기를 이끌었다"고 밝혔다. 이어 "서민적이고 인간적인 한국의 아버지상을 그려낸 고인은 세대를 아울러 '국민 배우'로 사랑받았다"고 평가했다.

 

최불암은 1939년생(호적상 1940년생)으로 인천 제물포구(당시 동구)에서 태어났다. 서울 중앙고를 거쳐 서라벌예대와 한양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했다. 연출가를 꿈꾸던 그는 1959년 극단 '실험극회'의 연극 '햄릿'으로 데뷔했고, 1965년 국립극단 단원이 되면서 본격적인 연기 활동에 들어갔다. TV에는 1967년 서울중앙방송(현 KBS) 특채 6기 탤런트로 뽑혀 진출했다. 20대였던 그는 드라마 '수양대군'에서 노년의 김종서 역을 맡았다.

 

대표작은 MBC '수사반장'(1971∼1984, 1985∼1989)이다. 한국형 수사물의 시초로 꼽히는 이 드라마는 18년간 방송됐고, 그는 박영한 반장으로 출연했다. 국내 최장수 드라마인 MBC '전원일기'(1980∼2002)에서는 22년간 양촌리 김 회장을 연기했다. MBC '그대 그리고 나'(1997∼1998)의 캡틴 박 역도 널리 알려졌다. 이들 작품으로 그는 국민 배우의 자리를 굳혔다.

 

고인은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서라면 조연과 노역을 가리지 않았다. 활동 초반부터 주로 노역을 맡았다. 서른 살에는 MBC 개국 드라마 '역풍'(1969)에서 노인을 연기했고, 40대부터는 '제1공화국'(1981∼1982)과 '제2공화국'(1989∼1990)에서 80대의 이승만 전 대통령으로 분했다. '여명의 눈동자'(1991∼1992), '미망'(1996∼1997), '영웅시대'(2004∼2005), '궁'(2006), '식객'(2008)에서도 존재감을 보였다.

 

영화로도 영역을 넓혀 '빛과 그림자'(1967), '여마적'(1968), '만종'(1970), '파계'(1974), '영자의 전성시대'(1975), '왕십리'(1976), '진짜진짜 좋아해'(1978), '바람불어 좋은날'(1980), '기쁜 우리 젊은 날'(1987), '까불지마'(2004), '잠복근무'(2005) 등에 출연했다.

 

2018년 4월에는 연극 '바람 불어 별이 흔들릴 때'로 25년 만에 무대에 섰다. 같은 해 OCN 드라마 '라이프 온 마스'에, 2024년에는 '수사반장'의 프리퀄인 MBC '수사반장 1958'에 잇따라 특별 출연하며 '영원한 수사반장'의 건재를 알렸다. 올해 5월에는 고인의 60여 년 연기 인생을 담은 MBC 다큐멘터리 '파하, 최불암입니다'가 2부에 걸쳐 공개됐다. 최불암도 출연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재활치료에 전념하고 싶다는 가족의 요청으로 카메라 앞에는 서지 않았다.

 

김혜자는 배우 인생의 단짝이었다. 두 사람은 '개구리 남편'(1969∼1970)부터 '궁'(2006)까지 여러 작품에서 호흡을 맞췄다. 특히 '전원일기'에서 22년간 실제 부부 같은 연기를 보여 실제 부부로 착각하는 시청자도 많았다.

 

배우 활동과 함께 시사교양 프로그램 진행자로도 오래 활약했다. 1999년부터 2008년까지 시사 고발 프로그램 KBS '좋은나라 운동본부'를 진행했고,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는 '한국인의 밥상'을 이끌었다. 서민적이고 소탈한 이미지에 고개를 젖히고 '파하∼' 웃는 모습이 트레이드마크가 되면서 세대를 아울러 사랑받았다. 1990년대에는 그를 주인공으로 한 단편 유머집 '최불암 시리즈'가 큰 인기를 끌었고, 많은 배우와 방송인이 그의 웃음소리를 흉내 냈다.

 

고인은 잠시 정계에도 몸담았다. 1992년 통일국민당 비례대표(당시 전국구)로 제14대(1992∼1996) 국회의원을 지냈다. 제15대 총선에는 신한국당 후보로 서울 영등포구을에 출마했으나 낙선했고, 1996년 '전원일기'로 연기에 복귀했다. 정치 입문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권유 때문으로, 최불암은 정 명예회장이 창당한 통일국민당에서 의원직을 맡았다. 두 사람의 인연은 작품으로도 이어졌다. 고인은 '야망의 25시'(1983)에서 청년 정주영을, '영웅시대'에서 정 명예회장의 젊은 시절을 모델로 한 천태산을 연기했다.

 

수상 이력도 화려하다.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남자최우수연기상(1974·1978)과 연극 부문 남자최우수연기상(1969·1971), 대종상영화제 남우조연상(1978)과 남우주연상(1979)을 받았다. 훈장으로는 국민훈장 목련장(1998)과 은관문화훈장(2014)을 받았다. '수사반장'으로 경찰 이미지를 높인 공을 인정받아 1972년 처음 명예 경찰에 위촉됐고, 2024년에는 민간인 최초로 명예 국가수사본부장(치안정감)이 됐다.

 

어린이·청소년 지원에도 힘썼다. 미아 찾기와 희소병·난치병 어린이 돕기 특별 생방송에 출연했고,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전국후원회장과 사단법인 제로캠프 이사장을 지냈다.

 

사생활에서는 아내 사랑이 지극한 것으로 유명했다. 고인은 KBS 드라마 '정동마님'에 출연하던 김민자를 보고 첫눈에 반했고, 이를 계기로 KBS로 옮겨 드라마에 출연하기 시작했다. 연극 '환절기'(1968) 등을 함께하며 사랑을 키운 두 사람은 4년간의 교제 끝에 1970년 결혼해 1남 1녀를 뒀다.

 

장례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장으로 치러진다. 평생 어린이와 청소년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 헌신한 고인의 뜻을 기리기 위한 장례위원회도 꾸려진다. 황영기 초록우산 회장이 장례위원장을 맡고, 이수성·이낙연 전 국무총리 등이 장례위원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위원 명단과 역할은 최종 확정 뒤 발표된다.

 

최불암 유족 측은 "장례는 대한민국 방송과 공연예술에 큰 발자취를 남긴 국민배우를 추모하는 자리이자, 오랜 세월 어린이와 청소년의 권익을 위해 헌신한 사회공헌가의 삶을 기리는 자리가 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빈소는 30일 오전 9시부터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유족으로는 배우 김민자와 아들 동녘, 딸 동비 씨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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