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자매 순수 신장 기증…장기기증 홍보 앞서
작성일 : 2022-01-20 16:38 작성자 : 최정인 (jung_i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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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언니 박옥남 씨(오른쪽)와 장기기증운동본부 행사에 참석한 박옥순 씨 [장기기증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20여년 전 신장을 기증해 얼굴도 모르는 타인을 살린 박옥순 씨(70)가 자신의 시신을 경희대 의과대학에 기증한 사실이 알려져 감동을 주고 있다.
20일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에 따르면 암 투병 끝에 이달 5일 숨진 박 씨는 사후 시신을 대학에 기증했다. 가족 모두 박 씨의 뜻에 따라 기증에 동의했다.
박 씨는 1999년 3월 가족이나 지인이 아닌 20대 여성에게 신장을 기증했다. 생면부지 타인에게 신장을 나눈 ‘순수 신장기증인’은 국내에서 한 해 2,000여 건의 신장 기증 중 10건 미만에 그칠 정도로 드물다. 박 씨가 신장 기증을 결심한 것은 1993년 일면식 없는 남에게 신장을 기증한 언니인 박옥남 씨의 영향이 컸다. 자매가 순수 신장 기증인이 된 사례는 국내에서 박 씨 자매가 처음이다.
박옥순 씨는 신장 기증 이후 20년간 별다른 질환 없이 생활했으나, 2019년 위암 3기 진단을 받고 폐까지 전이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지난해 3월 수술을 받았으나 결국 회복하지 못했다.
박 씨는 건강이 악화하자 가족들에게 “더는 치료를 받지 않고 집에서 편안히 임종을 기다리겠다”며 시신 기증 의사를 밝히고 지난해 12월 경희대 의대에 시신 기증자로 등록했다. 박 씨는 숨지기 하루 전에도 의학 발전을 위해 시신을 써 달라고 재차 당부했다고 전해진다.
언니 박씨는 “동생을 곁에서 지켜보며 나를 비롯해 살아 있는 넷째, 다섯째(동생)도 모두 시신을 기증할 뜻을 품었다”고 했다.
박옥순 씨의 신장 기증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 언니인 박 씨는 1992년께 박진탁 장기기증본부 이사장(목사, 86)이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신부전 환자가 살 방법은 신장 기증뿐”이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기증을 결심했다고 한다. 박 이사장은 1991년 1월 생면부지의 신장병 환자에게 자신의 신장을 기증한 국내 첫 순수 신장기증인이다.
박옥남 씨는 “과거 신장병을 앓다가 형편이 안 좋아 투석을 못 받는 바람에 숨진 여고생을 봤는데, 내가 내 몸 일부를 줘서 그런 소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다면 당연히 기증해야 한다고 느꼈다”며 “동생이나 나나 이웃을 위해 쓰임 받기를 원했다”고 말했다.
박옥남 씨는 동생인 박옥순 씨가 신장 기증을 말리는 가족들에게 “우리 언니를 봐라. 신장 하나 떼주고도 얼마나 건강하냐”라며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며 “동생은 신념이 곧고, 특히 누군가를 돕고자 하는 일에는 한 번 결심하면 흔들림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자매는 신장을 나눠준 뒤에도 장기기증본부의 신장기증·이식인 모임인 ‘새생명나눔회’에서 활동하며 장기기증 홍보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언니 박 씨는 생전 동생이 “신장을 뗀 자리에 다시 신장이 자란다면 몇 번이라도 더 나눠주고 싶은 심정이다”라고 자주 말했다고 전했다.
한편 박진탁 장기기증본부 이사장은 “생이 다하는 순간까지 생명나눔의 거룩한 의지를 보여주신 고인의 뜻을 오래도록 기억하겠다”며 “고인의 숭고한 헌신이 이어져 생명을 살리는 일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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