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사실 입증할 증거 없어"…74년 만에 누명 벗어
작성일 : 2022-03-29 17:03 작성자 : 최정인 (jung_i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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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4·3 수형인에 대한 직권재심 첫 공판이 열린 29일 4·3 사건 희생자 유족들이 법정에서 무죄 선고를 받자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제주도사진기자회] |
74년 전 제주 4·3 사건 당시 재판에 넘겨져 억울한 옥살이를 한 수형인들이 첫 직권재심 공판과 특별재심 공판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제주지법 형사4-1부(4·3재심 전담재판부·장찬수 부장판사)는 29일 오전 내란죄와 국방경비법 위반 등으로 옥살이를 한 고(故) 고학남 씨 등 20명의 직권 재심 사건 재판을 열고 무죄를 선고했다.
광주고검 소속 제주 4·3사전 직권 재심 권고 합동 수행단은 이날 "군법회의로 처벌을 받은 피고인들이 내란죄와 국방경비법을 위반했다는 증거가 없고, 국가공권력의 이름으로 자행됐던 잘못을 바로잡고 희생자의 명예 회복과 함께 유족들의 아픔이 위로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며 재판부에 고 씨 등 20명에 대한 무죄 선고를 요청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공소사실을 입증할 증거가 없다"며 "이는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해 피고인들에 대해 각 무죄를 선고한다"며 이들에 대한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 구형 후 곧바로 재판부가 선고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이번 사건의 특수성을 고려한 것이다
뒤이어 열린 두 번째 직권재심에서 제주지법은 고(故) 김경곤 씨 등 수형인 20명에 대한 공판을 열고 피고인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 측은 앞선 재판과 마찬가지로 공소사실을 입증할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구형했고, 재판부는 이를 인정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삶이 소중함에도 피고인들은 영문도 모른 채 극심한 이념 대립으로 목숨을 빼앗겼다"며 허영선 시인의 시구절을 인용해 "그들은 현재 사는 이들에게 말하고 있다. '당신은 설워할 봄이라도 있었겠지만…' 굳이 이 시를 언급한 것은 오늘을 사는 우리가 4·3을 잊지 말고,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다짐하기 위함"이라며 재판 소회를 밝혔다.
이어 제주지법 형사4-1부는 이날 오후 2시 국가보안법 위반과 포고령 위반 등으로 옥고를 치른 고태명(90) 씨 등 33명에 대한 특별재심 첫 공판을 열고 전원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재판을 받은 33명 중 고 씨는 이번 재판 피고 가운데 유일한 생존자다. 또 이 중 1명은 미 군정 시기 미군이 판사로 참여한 '군정 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피해자다.
검찰 측은 "이 사건은 최초의 특별재심 사건으로 다양한 법리적 쟁점이 있었던 만큼 지난 6개월간 충분한 심리를 진행했다"며 "지난 70여 년간 계속된 제주 4·3 희생자와 유족의 고통에 깊이 공감하며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검찰 측은 이들에 대한 공소사실을 입증할 증거가 없다며 "희생자와 유족의 명예 회복을 위해서라도 피고인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5분간 휴정 후 재판을 재개한 재판부는 "이 사건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며 피고인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올해 초 '제주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전면 개정을 통해 1948년에서 1949년 사이 고등군법회의 명령서에 기재된 희생자들에 대해 피해자 당사자가 아닌 검찰이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할 수 있게 됐다. 또한 특별법을 통해 제주 4·3 희생자의 당사자나 유족이 특별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 길이 열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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