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최고 형량서 대폭 감형…"합의를 유리한 정상으로 반영"
작성일 : 2026-04-22 17:59 작성자 : 신준호 (shinister010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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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순관 아리셀 대표 [사진=연합뉴스] |
23명의 목숨을 앗아간 아리셀 공장 화재 사건에서 1심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던 박순관 대표가 항소심에서 징역 4년으로 대폭 감형됐다. 법정을 가득 메운 유족들은 선고 직후 "이게 도대체 무슨 법이냐"며 오열했다.
수원고법 형사1부(신현일 고법판사)는 22일 중대재해처벌법(산업재해치사)·파견법·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박 대표의 항소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아들 박중언 아리셀 총괄본부장에 대해서도 1심 징역 15년에서 징역 7년(벌금 100만원)으로 감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박 대표가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에 해당하고 주요 안전보건 의무를 위반했다는 판단은 1심과 같이 유지했다. 그러나 양형 판단에서 갈렸다.
재판부는 "합의한 일부 유족이 처벌을 탄원하고 있으나, 이를 이유로 합의를 양형에 제한적으로 반영하면 피고인의 피해회복 노력을 소극적으로 만들어 오히려 피해자들의 충분한 피해회복을 어렵게 할 수 있다"며 유족과의 합의를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또 아들에게 상당한 업무를 맡긴 데 대해 "책임 면탈 목적이 있었다고 볼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봤다.
이는 1심 판단과 정반대였다. 1심 재판부는 "기업가가 안전보건 비용은 최소화하다가 재해가 발생하면 막대한 자금력으로 유족과 합의하고 선처받는 악순환을 뿌리 뽑지 않는 한 산업재해는 줄지 않는다"며 합의를 제한적으로만 반영하겠다고 명시한 바 있다.
선고 직후 법정은 유족들의 울음과 항의로 가득 찼다. "우리 가족 살려내라", "유족 입장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4년 판결은 못 내린다"는 외침이 이어졌다. 재판장은 이를 막으려다 항의한 유족들을 법대 앞에 앉혀 발언 기회를 주기도 했다.
법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피해자 유족 대리인 신하나 변호사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사실상 위헌 판결"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지금까지 중처법이 작동하지 않은 이유가 너무 낮은 형량 때문이었는데 이 사건이 정점을 찍었다"며 "법조인의 편협한 시각으로 잘못된 판단을 한 것이며 국민 정서와도 맞지 않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합의 반영 논리에 대해서도 정면 반박했다. "내가 기업 회장이라도 안전보건에 돈을 쓰는 대신 생계가 막막한 유족과 합의하겠다"며 "합의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사정을 충분히 설명했음에도 재판부가 이를 판단하지 않은 것은 처음부터 심증이 있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족 측은 양형 부당과 법리 오해를 이유로 상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 대표는 2024년 6월 24일 경기 화성시 아리셀 공장 화재로 근로자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친 사건과 관련해 그해 9월 구속기소 됐다. 검찰에 따르면 아리셀은 생산 편의를 위해 방화구획 벽체를 임의 철거하고, 대피 경로에 가벽을 설치했다. 가벽 뒤 출입구에는 정규직 근로자만 출입할 수 있는 잠금장치가 달려 있어 외국인 노동자들의 피해를 키운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붙을 것으로 보인다. 법 시행 이후 가장 중한 형량이었던 1심 징역 15년이 항소심에서 4년으로 줄어들면서, 중처법이 산업재해 억지력으로 기능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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