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 '유연한 제도화' 재차 제안했지만 노조는 일축…"신뢰의 문제"가 본질
작성일 : 2026-05-15 17:23 작성자 : 우세윤 (dmaa77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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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대표교섭위원인 김형로 부사장(왼쪽 사진)과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오른쪽 사진)이 13일 새벽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2026년 임금협약 체결을 위한 2차 사후조정이 결렬된 후 협상장을 각각 떠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삼성전자 노사가 파업을 엿새 앞두고 마지막 대화 시도에 나섰지만, 이번에도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며 총파업 현실화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삼성전자는 15일 공문을 통해 OPI(초과이익성과급) 재원을 영업이익 10%와 EVA(경제적부가가치) 중 선택하는 방안과 함께, 상한이 없는 별도 특별보상 제도를 신설하는 '유연한 제도화'를 재차 제시했다.
그러나 노조의 시각은 달랐다. 핵심 쟁점인 성과급 상한 폐지와 재원 기준의 명문화가 빠진 채, 기존 틀을 유지하면서 부가적인 제도만 얹는 방식으로는 구조적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노조는 지금껏 회사가 구두로 약속하고 지키지 않은 전례가 있는 만큼, 법적 구속력이 없는 '명문화'조차 신뢰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제도화 요구가 단순한 협상 카드가 아닌 이유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사측 공문에 대해 "우리에게 보낸 공문이라고 여겨지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파업이 끝나는 6월 7일 이후 협의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먼저 파업으로 힘을 보여준 뒤 협상에 나서겠다는 전략적 판단이 읽히는 대목이다.
노조가 이번 협상에서 가장 강하게 요구하는 것은 성과급 재원 기준의 투명화와 상한선 폐지다. 표면적으로는 '제도화 방식'을 둘러싼 이견이지만, 그 이면에는 수년에 걸쳐 쌓인 불신이 자리하고 있다.
2021년 반도체 슈퍼사이클 당시, 사측은 초과 이익의 일부를 유보해 불황기에 직원 보상 재원으로 활용하겠다고 약속했다. 직원들 역시 성과급 상한 50%를 수용했다. 그러나 2023~2024년 업황이 급격히 꺾이자 유보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직원 성과급(PS)은 0~12%에 그쳤다. 반면 같은 기간 등기이사 11명에게는 260억 원의 성과급이 지급됐다는 공시가 나왔다. 노조 결성의 기폭제가 된 장면이다.
HBM4 개발팀의 사례도 불씨를 키웠다. 삼성의 HBM 기술 격차를 좁히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한 해당 팀은 제품 개발 성공 이후 정당한 보상 대신 팀 해체를 통보받았다. 회사가 약속한 성과에 상응하는 보상이 실제로는 작동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조합원들 사이에 굳어진 계기였다.
사측의 입장도 단순히 '비용 절감'으로 환원되지 않는다. 반도체 산업은 수조 원대 설비 투자가 상시적으로 요구되는 자본 집약적 구조다.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고정할 경우, 업황 하강기에 투자 재원이 묶이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는 경영 논리상 일정한 설득력을 갖는다.
또한 삼성전자가 선례를 만들 경우 다른 대기업으로 성과급 고정 비율 요구가 번질 수 있다는 부담도 사측이 쉽게 양보하지 못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국내 산업계 전반의 노사 질서에 미칠 파장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글로벌 AI 투자 확대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는 시점에 터진 파업이라는 점에서 파장은 단순한 생산 차질을 넘어설 수 있다. 협력업체 1,754개사로 이어지는 공급망 혼란, 납기 지연에 따른 고객사 이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노조는 오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18일간 총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참여 조합원은 최대 5만 명에 달할 것으로 노조 측은 추산하고 있다. JP모건은 총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이 40조 원 이상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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